5th | 2011.01.27

 <피아노 소리>를 읽기 전에

 

 

눈 덮힌 풍경이 바라 보이는 남방 잘 된 남향 아파트.

그 햇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있노라니 봄인 듯 나른하고 졸리웁습니다.

방학을 맞은 딸과 창가에 배를 깔고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노라니

가은이(7살) 하는 말..“엄마, 이 소리를 듣고 있으니 하늘에서 떠 있는 것 같아"..합니다.

엉?

엄마는 유치원 영어 파견 강사로 일을 해 볼까하고 교재 연구 중이었답니다.

그리고 딸이 “이 소리”하고 한 것은 바로 영어 알파벳 노래“ A,B,C,D..." 노래.

잠이 확 달아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ABC Song 의 멜로디와 반짝반짝 작은별의 멜로디는 같은데

원래 놀람교향곡인가..어느 클래식의 한 부분이라고 들은 적이 있지요.

우리 딸은 엄마랑 달리 음악을 마음으로 들을 줄 아는구나.

음악이라면 음악가의 이름과 곡목을 매치시키는 것으로, 1도, 3도, 5도 화음으로 배운 엄마라

가은이가 종종 피아노 앞에서 딩동거리며

엄마, 이소리(미)랑 이 소리(솔)은 서로 도와주는 소리인가봐”하는 것에 신기해만 했는데..

어쩌면 음악이란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해 주어야할 때가 되었나 싶습니다.

 

아는 것이 없으니 막막하기만 하던 차에 <맘스쿨 서평단>에 <피아노 소리>(은나팔, 허은순) 책을 발견했어요.

스스로 음악이란 세계로 길을 떠난 아이에게 힘을 보태어 주고자 신청했답니다.

 

 

 

 

처음 책을 받아들자 수채화의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이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듭니다.

글밥이 많지는 않지만 그림과 배경이 되는 음악이 어우러져 내용은 그 어느 책보다 풍성해집니다.

자신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에 담뿍 빠져 있는 주인공 슬기의 모습이 어찌나 생생하게 표현되었는지

감성쟁이 우리 가은이 쉽게 동화됩니다.

 

피아노 소리가 너무 좋은 주인공 슬기.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면 사자가 어슬렁 거리며 나오기도 하고

암탉과, 수탉, 병아리들이 나와 악보 위에 뛰놀기도 하지요.

당나귀가 콧김을 내뿜으며 달려오기도 하구요

거북이가 쉬이이 헤엄쳐 오기도 합니다.

뻐꾸기 한마리 숲으로 포르르 날아오기도 하는 가운데

음악에 마음을 싣고, 마음에 음악을 담은 피아니스트 슬기..

모든 연주를 마치고 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상기된 표정으로 두 손을 가슴에 올리고

미소를 지어보이며 "나는 피아노 소리 너무 좋아요"라고 말하는 슬기의 모습에 이르렀을 때는

관객이 된 듯 한 템포 숨을 죽이고 나서 박수갈채를 쏟아냅니다.

 

작가가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는 <동물의 사육제>는 전체 14개의 곡으로 이루어졌는데

피아노 소리 책은 그 중 사자, 암탉, 당나귀, 거북이, 뻐꾸기, 피아니스트 이렇게 6곡만 다루고 있어서

슬기라면 나머지 곡들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무척 궁금해지기도 했답니다.

 

어쩌면 주인공 대신 독자가 나머지를 직접 완성해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거기에 그림을 보태어 따로 한권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아요

 

여자아이라면 너도나도 기본이고 필수인 것처럼 배우는 피아노.

글쎄..도레미 건반을 알고 치는 것이 먼저 일지..

음악에는 문외한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소통과 표현이라는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여 

음악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우리 아이들의 감상과 표현을 위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소통과 표현이라는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는 책 <피아노 소리> 한 권 들려 보낼 수 있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가은이와 <피아노 소리>를 읽으며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그 표현을 듣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그리고 <동물의 사육제> 전곡을 함께 감상하며 주인공 슬기가 표현한 부분을 찾아보기도 했다.

대충 알고 들으니 확실히 그냥 좋구나..보다는 우와~ 정말 그렇네, 잘 표현됐다..등등 구체적인 감상이 된다.

딸래미 덕분에 더불어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는 엄마다. ^^

역시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리고, 또 느낄 수 있는게 맞나 보다.

<피아노 소리>를 읽지 않았다면 그냥 예사롭게 스쳐 지나쳐 갔을지도 모를 공연.

그 공연에 가은이와 함께 가보기로 했다. 

   

무대 뒤쪽엔 스크린이 있고 앞쪽에는 작은 오케스트라, 실내악단을 위한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공연에 대한 안내방송 후 암전..그리고 등장하는 연주자들.

 

본 공연에 앞서 서곡으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해설과 함께 연주해주셨다.

아~~ 해설을 듣고 음악을 들으니 눈 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듯 하다. 브라보!!

본 공연이 사뭇 기대가 된다...

 

공연은 동물의 사육제가 작곡된 배경, 작곡가 까이유 생상스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으로 부터 시작해서

총 14곡의 각 곡마다 표현과 감상의 포인트를 해설과 샘플 연주로 들려준 후 해당곡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금방 들은 샘플 연주 부분을 본 연주에서 찾아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연 전 14가지 주제 중에 움직임이 없는 "화석"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가장 궁금했는데..

청롱한 실로폰(실로폰이 아니라 무슨 어려운 이름의 악기를 말해줬으나..^^)으로 뼈들이 부닥치며 춤을 추는 것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작곡가의 상상력과 해학에 절로 감탄이 났다.

듣기만 하는 형식이 아니라 마치 우리네 마당극처럼..어제 본 국악 공연처럼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해설자이자 지휘자로 나선 정해일님 재치와 열정, 배려가 관객을 참 기분 좋게 하는 공연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 듯..공연의 끝에 앵콜 준비한 뽀로로 외에

추가로 실로폰 독주도 들을 수 있었다. 여태까지 공연 중에 앵콜 두 곡 하기는 오늘까지 딱 두번째란다.

사실 그 곡 뒤에도 또 앵콜을 하고 싶었다..^^

 

소극장을 가득 메우는 악기들의 진동이 만들어내는 감동.

집에 와서 제아무리 명음반으로 다시 들어도 그 맛이 안 난다.

 

공연을 보고 돌아온 후 가은이 <피아노 소리>를 매일 껴안고 산다.

책을 읽을 때면 CD 플레이어에 <동물의 사육제>를 찾아 넣기도 한다.

때론 그냥 책을 읽을 때도 있지만 틀림없이 귓가에는 마음 속에는 동물의 사육제가 흐르고 있으리라.

 

올 겨울 가은이와 엄마를 새로운 세계의 첫 걸음을 안내해준 <피아노 소리>에 정말 감사한다.

그리고 기회를 주신 맘스쿨 서평단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맘스쿨, 블로그, 육아 교육 까페, 인터파크, Yes24,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