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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 편지가 쓰고 싶어진다.

누군가가 보고 싶으면, 전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전자메일을 보낸다. 소통 수단이 간편해질수록 오히려 누군가와 연락하는 일이 더욱 줄어들었음을 느낀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을 때는 연하장과 편지 쓰는 일을 간혹 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쉽지 않다. 펜을 들고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고, 잘못 적었을 때는 다시 고쳐써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에, 편지는 정성이 자연스럽게 스미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받았을 때, 나를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적는 그 마음까지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과 마음에 따뜻한 기분이 스며든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의 원제목은 <대필가>이다. 미안하거나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직접 전하기 어려울 때, 저자에게 의뢰인들은 부탁을 하였고, 저자는 사연을 듣고 글을 적어준다. 각양각색의 사연과 그에 스민 마음을 읽다보면, 읽는 이의 마음까지 훈훈해진다. 잠깐 소식이 멀어졌던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고 할까. 책을 읽으면, 펜을 들어 편지가 쓰고 싶어진다.

# 10가지 특색있는 사연과 마음을 전해주는 편지.

책에 등장하는 사연은 제각각이다. 아르바이트 장소에서 매일 같은 시간 찾아오는 얼굴만 알 뿐, 이름도 모르는 여성에게 교제하고 싶은 마음을 전해달라는 의뢰도 있고, 그 여성은 대필가에게 아르바이트의 다른 청년을 짝사랑해왔다며 거절하는 편지를 부탁하기도 한다. 자신을 많이 사랑해준 남자의 결혼소식을 듣고 다시 교제하기를 희망하는 편지를 의뢰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편지를 부탁하기도 한다. 많은 재산을 쌓아 부자가 되었지만, 자식과 아내가 소홀했던점이 서운해 유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하고, 그 유서를 써주면서 노인이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용서받지 못하는 죄를 저지른 이가 사랑하는 이에게 그간의 사연를 전하면서 용서를 비는 편지도 있고, 상처주고 싶지도 상처받고 싶지도 않아 태도를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자신때문에 4명의 남자와 이상하게 꼬여버린 인연을 풀어달라는 편지, 결혼하는 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 이혼을 하고 다른 남자에게 떠난 어머니가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아이들이 장성해 결혼하는 것을 보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편지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웃하면서 함께 인연을 맺기를 소망했던 친구에게 전하는 러브레터, 3년간 함께 살다 마음의 변화가 생겨, 집을 떠난 이후, 다시 돌아와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하는 편지, 병석에 누워계신 할머니는 미국에 간 손자를 보고 싶어하는데, 손자는 이미 세상을 떠나 손자의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의뢰까지 다양하다.

소설처럼 기묘한 상황속에서도 편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해 나가고,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는 편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통하려는 마음의 진정성을 펜으로 표현해 내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과를 보장할 수 없지만, 자신의 마음에 짐은 덜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 희노애락을 담을 수 있는 편지.

이 책이 나오기 전 저자는 <사랑을 주세요>라는 책을 출간했었다. 도오노 리리카와 나가사와 모토지로가 편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편지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다. 다양한 복선과 따뜻한 마음을 오고가는 편지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리리카와 모토지로처럼 만나지 않음을 전제로 서로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망하기도 했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고 <사랑을 주세요>를 읽고 싶어졌으며, 두 책을 다 읽고 난 후 편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잘 쓰지 못하는 서툰 글씨이지만, 한 달에 한 번은 지인에게 편지를 쓰려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사연이 있어야만 편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어 상대에게 보낼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편지는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지에 어떤 말을 적을까 고민하는 마음을 헤아지는 지인이라면 서툴고 논리가 부족한 글도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줄 테니까.

편지를 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기에, 한글자 한글자 마음을 담는 편지의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고 믿는다.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도, 관계의 끈을 자연스럽게 놓아버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편지. 편지가 쓰고 싶어질 때면, 책을 다시 한 번 찾아 읽게 된다. 마음의 벗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BEST 10중의 하나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