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 <잠시 동안의 일>은 눈보라로 정전이 되면서 싸웠던 부부가 화해하는 이야기다. <진짜 수위>는 주인공인 계단 청소원이 겪어온 신산한 삶의 질곡을 과장하지 않고 보여주며, <축복받은 집> 역시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섹시>는 젊은 여성의 성과 사랑이 갖는 함정을 극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질병의 통역사>는 미국인 일가족의 아내를 맞게 된 인도인 사내가 안주인에게 마음이 끌리고, 그녀 역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백일몽에 불과하며, 그 사랑의 감점 밑에 숨어 있는 죄책감을 공유하게 된다.
관념과 사물을 결합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가령 마틸드의 잃어버린 목걸이를 내세운다.그저 여자의 허영심을 표현한다기 보단 사물을 통하여 관념과 그 사람의 내면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얼굴이 아니라 신발을 내려다 보았다.구두뒤축은 늘 접혀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말이 그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p40

그러나 다른 것보다 관계와의 소통에 강한 메세지가 담겨있다. <센 아주머니의 집>에서는 아이를 봐주는 센 아줌마와 소년 엘리엇 간의 교감을 이야기한다. <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에서는 인도인 가족과 파키스탄 망명자가 미국 땅에서 조국간의 전쟁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며 우정을 나눈다. 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유대가 잘 드러나 있다. [잠시동안의 일]에서는 정전되어있는 상황을 잘 이용하여 오래전 부터 서로에 대해 관심이 멀어져 가고 있던 소통을 쇼바의 하루 한가지씩 비밀 이야기를 통하여 관계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세번째 날 밤에는 스웨터 조끼 얘기를, 네번째 밤에는 사진 얘기를 했다. 그녀는 말하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항의하거나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듣고 있다가 그의 말이 끝나면, 전에 그랬던것처럼 그의 손을 잡아 주었다.p43 

단편집마다 탄탄한 구성 세가지 요소가 다 갖춘 작품은 만나기 힘들다. 그러나 줌파 라히리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 였다. 

여러 요소들 중에서 역시 삶의 철학적인 의미를 사물이 마치 옷을 입히고 아파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는 등 그녀의 문장력에 다시 한번 빠져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