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세윤입니다

이 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만우절에 출판된 페이크 에세이. 처음 들어보는 장르였는데 그게 정상이었다. 저자 말마따나 이 책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자서전 같은 책으로 

 

그를 설명하는 수많은 이름 뒤에 숨겨진 비밀들의 겉

일부러도, 모르고도 아니었던 그의 수많은 행동들, 짓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말

 

이 모여 하나의 책을 이룬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그건 독자가 판단하기에 달렸다. 길지 않은 분량에 '유세윤'이라는 사람의 생각과 삶을 위트 있게 담아냈다. 밑도 끝도 없어 보이는 개드립과 불쑥 튀어나오는 이면의 감정까지, 가벼움과 약간의 무게의 조화가 좋았다. 일종의 뷜레스크burlesque를 보는 것 같았다. 그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어떻게 온종일 즐거울 수만 있겠나? 무거운 맛도 있어야 사람이지. 꼭 진실만을 책에 담으라는 법은 없으니, 같은 맥락으로 감상문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겨보자.

행복은 없어.

그냥 기분 좋게 살아

 

 책도 책이지만, 이런 페이크 에세이가 나타난 배경이 흥미롭다.

 

 기사

 

 글쎄, 어떤 사람들은 흐름에 탑승한 불쏘시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보면 이는 시대 변화에 대한 새로운 흐름 중 하나라고 본다. 좌우지간 책의 본질은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에 있음은 종종 잊혀 왔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출판시장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책이라는 매체는 대체로 느릿느릿하고 묵직한 편이다. 한 번 인쇄가 되면 수정이 어려우니까. 여태까지는 그래왔지만 어쩌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무거운 것에 가벼운 것으로, 소수의 것에서 만인의 것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이 꽤나 빠르게 변하는 걸 보면 출판 시장은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류의 에세이도 그런 흐름 중 하나일는지 모른다. 수 십 년 동안 이른 바 '고전' 혹은 '명작'으로 평가받아온 스테디셀러가 존재한다고는 하는데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런 책들은 이미 누군가의 귀중한 라면 받침이 되었고 줄거리와 의의와 상징은 검색하면 다 나온다. 고전, 그런 거 읽을 필요 없다.

 

 따지고 보면 책이라는 것이 언제나 무겁고 진중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매체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책이 진중하고 무거운 것을 품고 있어야 하는 숙명 비스름한 족쇄에 묶여 있지만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불세출의 띵작이라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인물의 이름이 너무 길고 애칭도 많으므로 읽을 수가 없고 <구토>는 읽으면 읽을수록 구역질이 나올 뿐이다. 어려운 것은 멀리하고 가벼운 것을 옆에 두자. 문학작품에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지만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시대상은 테레비와 뉴스에서나 찾아보자. 책, 그거 읽어봐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