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분석가들의 핵심 문제 중 하나는 계획과 발전을 화폐 가치로 환원하고 평가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조직과 구조는 사용가치에 초점을 맞출 때에 가장 쉽고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사용가치야말로 거기에 귀속된 교환가치와 상관없이 진정한 속성과 그 속성의 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마셜 살린스 박사는 원초적 풍요사회를 수렵 채집 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선禪이라는 전략을 택하면 사람들은 낮은 생활수준으로도 비길 데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인류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이 매일 밤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지만 분명 석기시대엔 그 비율이 이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므로 지금이야말로 그 유례가 없는 기아의 시대라는 것이다. 

소비에트 권력 초기에 당 엘리트들은 화폐 없는 경제 수립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쿠바에서도 1960년대 중반 화폐의 역할을 축소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볼셰비키와 쿠바의 사례 모두에서 혁명가들은 사회적 교환을 시장가치 평가 및 시장 행동과 어떻게 차별화할지에 대해 적절히 이론화하지도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사회적으로 공정하고 실용적인 교환 형태를 찾아내는 일의 어려움은 혁명가들의 역량을 진지하게 시험했다. 그들은 이런 어려움에 대해 이론적 관점에서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고, 일단 교환이 실용적 쟁점이 되자 그들은 사회주의적 교환이 수행되는 방식, 특히 화폐를 얼마나 혹은 어떤 식으로 배제할 것인가를 놓고 완전히 분열되었다.

스탈린은 공산주의의 진전과 더불어 화폐경제가 증발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화폐는 국가 정책의 도구로 유지됐다. 예를 들어 레닌은 농민들에게 재배 곡물의 대가로 국가가 발행한 전표를 받도록 요구했다. 통화 가치가 저하되니까 정부가 더 많은 지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었다. 화폐의 역할은 이제 중대한 쟁점이 되었다.

1918년 12월 제2차 '전 러시아 인민경제 평의회 대회'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경제 변수들 간 관계에 미치는 화폐의 영향력 제거'를 용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기서 채택된 실용적 수단들은 현금을 없앤 해결책이었지 화폐적 계산을 없앤 해결책이 아니었다. 화폐 폐지에 대한 논의는 국가가 산업 부문의 거래를 감독하면서 특히 혼란스러워졌는데, 산업계에서 임금 지불에 특화해 쓸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화폐 폐지로 가는 하나의 단계로 이해되었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금융 관료들은 오로지 화폐적 계산만을 생각했다.

인간은 신진대사 과정을 통해 자연을 섭취하고 소화한 뒤 다시 내놓는다. 이 과정을 관리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은 전 세계의 문화들이 제각각이다. 자원 추출⇒ 생산⇒ 운송⇒ 시장⇒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자본주의 경제 주기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간극을 만들고 유지한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디킨스(peter dickens)는 현대의 소외된 의식이 노동 분업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일상생활이 기술에 의해 매개될수록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자연처럼 유기적인 구체물이라는 느낌을 잃게 된다. 에코페미니스트인 실비아 페데리치(silvia federici)는 환경 파괴로 나타나는 이런 심리적 분열을 '기억 상실증'이라는 말로 기술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지구온난화를 딛고 살아남을 수 없다. 성장하는 경제는 유한한 환경과 타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지구온난화를 멈추기 위해 필수적인 변화를 포용할 수 없다. 이 변화는 물질적 생산과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요구한다.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하든, 그것이 자본주의로 결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는 문명의 붕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 우리의 위기는 새로운 축적 전략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거나 기존의 재화를 이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조달함으로써(예를 들어 철도, 자동차, 전기의 보급 등으로) 해결되곤 했다. 녹색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런 것들과 전혀 다르다. 이는 값싼 에너지원을 값비싼 에너지원으로 교체하는 일이며 바로 그것이 자본 계급이 주저하는 이유다.

레츠를 열성적으로 옹호하는 이들에 의하면 그들은 공산주의를 부활시키고 실업을 치유하며 다국적기업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레츠(lets), 즉 지역 교환, 거래 체제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레츠의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통화 개혁론자들은 여기서 이용하는 계산 단위(올리버, 브릭스, 레디 등)를 유통되는 진짜 화폐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화폐가 아니며 유통되지도 않는다. 단지 거래 기록으로서 종이나 컴퓨터 디스크 속에만 존재한다. 레츠는 화폐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번거롭다. 유통되는 진짜 화폐가 있으면 각자의 거래 계좌를 일일이 기록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통화 개혁론자들이 주장하는 레츠 단위의 이점은 일부분 현금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레츠의 수표는 부도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은 맞지만, 그건 현금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이자를 물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레츠의 신용을 이용할 인센티브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현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레츠의 잔고가 아주 많더라도 현금을 잔뜩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점이 없다. 따라서, 이런 '대안 화폐'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스쿼트(squat)란 그전까지 이용되지 않거나 버려져 있다가 합법적으로 점유된 사유지 혹은 공유지를 말한다. 이곳은 자본주의나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난 주거지 또는 사회 센터 역할을 한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관계와 민주주의를 실험하기 위한 것이다. 자기 조직과 비위계적 구조와 진정한 민주주의가 공통된 운영 철학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지에는 대략 200곳의 스쿼트가 몰려 있으며 매년 약 50군데의 스쿼트가 생멸한다. 대부분의 스쿼트에는 8~10명 이내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이들은 그 동네와 관련된 정치적 의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족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자치적으로 조직되어 공적 활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사회 센터가 약 50군데 있다. 사회 센터의 회의체는 보통 그 지역의 스쿼트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그들이 수행하는 활동 정보 리스트는 매주 발표된다.

스쿼트의 공동체 경제는 시장을 벗어나 자기 조직, 상호부조, 호혜성, 도심 회합, 자원 재활용, 재생 가능 자원, 퍼머컬처, 농업생태학 등에 기반한다. 스쿼트들은 임금노동에 종사하기보다 공동체 내에서 기술을 개발하거나 직접 재배를 통해 자신이 먹을 식량을 확보하는 식이다. 그들은 은행과 부동산 사업과 임금노동으로부터 독립된 공동체 내에서 살아간다. 또한, 돈을 모으지 않고 돈이 있더라도 이를 빌려주어 수익을 거두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스쿼터들은 자기 조직적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국가와 자본주의의 외부 통제를 거부한다. 스쿼터들은 여가 시간을 만들고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한다. 사회적 자기 조직화는 자기 조직적 분산 구조나 혼돈과 다양성으로부터 나오는 질서와 유사하며 이와 공생한다. 이는 아마 대중의 사회적 학습에 끼친 그들의 가장 중요한 공헌일 것이다.

이 책은 '비시장 사회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견해를 다룬다. 자본주의가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행보를 지속하고 불필요한 수준의 소비와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전략을 방해하며 자연 서식지의 파괴로 중대한 멸종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바, 비시장 사회주의의 전망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기보다 흥미로운 주제로 접근하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