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자전도사 혼다 켄은 부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자신의 일을 즐겨야 한다'는 것과 '성실하고 근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주식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경매를 통해 약 40억 원에 낙찰된다니 아무나 부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같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흔한 진리를 증명한 인물 중에 리빙 옴니미디어 회장 마샤 스튜어트가 떠오른다. 그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로 여겼던 음식 만들기, 집안 꾸미기 등을 비즈니스화해 억만장자가 되었고, 수많은 여성 창업인의 롤 모델이 됐다.

 

 

 

비좁은 종로 골목길.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겨울 새벽, 한 여인은 넋을 잃은 채 치솟는 불길만 쳐다보고 있다. 무시무시한 화마 앞에서 이 여인은 슬퍼하기는 커녕 오히려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모든 액운이 다 날아갈 것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다.

 

2005년 1월 9일 새벽 두시 경. 그해 겨울 중 제일 추운 날이었다. 이 여인은 종로에서 원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겨울방학 특수를 맞아 53개의 방은 일치감치 만실이었다. 얼마나 추운 날인지 소방차에서 뿜어져 나온 물은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순식간에 빙판이 되어 버렸다.

 

건물의 절반이 소실되어 지붕조차 없었고, 남은 시설물도 물벼락을 맞아 사용불가 상태였다. 10시간이 지나 진압된 화재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이 여인에게 원룸텔은 마지막 보루같은 존재였다. 2003년부터 마치 쓰나미처럼 그녀에게 밀려오던 악재들로 인해 반죽음까지 내몰렸지만,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이곳에서 지피고 있었기에 그 절망감은 곱절이었다.

 

 

불과 30대 나이에 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 '이재에 밝고 투자에 능하다'는 평가를 듣던 그녀였다. 1999년 고시원 사업을 처음 시작하자마자 큰 수익을 내고 매각했다. 이후 고시원을 원룸텔로 업그레이드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가 성업 중이었다. 이때 한 지인이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동업하자는 통에 이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다. 동업자의 건강이 악화되어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서둘러 손해를 보고 빠져 나왔다.

 

한창 고시원 사업이 잘 되던 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아이들 때문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생활고를 호소하길래 고시원 사업을 추천하면서 부족한 돈을 믿고서 투자했다. 말이 투자지 공사비용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거액이었다. 이 돈이면 당시 집 한 채를 사고도 남는 돈이었다. 당초 매각을 전제로 투자를 실행한 것인데, 고시원을 오픈하고 나니 친구의 태도가 돌변해 매각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이었다. 결국 친구 부부에게 사기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두 사건이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충격이 더 컸다.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말처럼, 얼마 후 경부고속도로에서 6중 추돌 사고가 났다. 차가 완전히 망가졌음에도 다행스럽게 몸은 크게 다친 곳이 없었다. '이제 큰 액땜은 다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새 출발을 하던 중 또 다시 화마火魔가 손길을 뻗친 것이었다.

 

 

 

 

위의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안세연은 두 아이를 둔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현재 서울 강남에서 오피스 서비스Office Service업을 전문으로 하는 주식회사 이든비즈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다. 보증금 1천만 원짜리 월세집을 전전하던 그녀의 인생이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2년 만에 서울 요지에 13호점의 비즈니스 센터를 설립하는 놀라운 성과를 낸 워킹맘이다.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여성 CEO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그녀만의 특별한 비결은 무엇인지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 보도록 하자. 먼저 그녀는 성공한 기업인 마샤 스튜어트처럼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전력투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자, 따라가 보자.

 

 

 

 

홀로 서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첫 직장은 의상실 보조 디자이너였다. 남들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한 전공분야는 아니었지만, 시닉하게도 그녀는 이 일을 매우 재미있어 했다. 이후 동업종에 종사하는 남편을 만나 어린 딸과 아들을 양육하는 전업주부로 8년을 지내다 힘에 겨운 남편의 요청으로 남편의 사업체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나 영세한 의류 하청업체라 결과는 폐업이었다.

 

막 서른을 넘길 무렵, 남편과 함께 유명백화점 PB브랜드 숙녀복을 납품하고 있었다. 신제품을 기획하고, 샘플을 제작하고, 생산하는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 영국 아이비리그풍의 콘셉이 유행하던 시기라 체크 무늬를 많이 사용했다. 유행에 뒤쳐지지 않고 흐름을 앞서가려고 항상 시장에 나가 새로운 디자인의 샘플을 수집하곤 했다.

 

1999년 6월, 외환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일 때 그녀는 고시원이라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연히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이 사업을 결심하고선 1년 여 준비 끝에 종각역 뒤에 전용면적 120평짜리 임대 건물에 70실을 공사했다. 당시 고시원은 노량진이나 신림동이 메카였기에 그녀의 종로 프로젝트에 대해 주변에선 모두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방을 크게 만들고 덕트 시설까지 설치하면서 당시로선 파격적인 고시원을 출범시켜 방값을 20~30퍼센트 더 받으면서도 70실은 늘 만실을 기록함으로써 주위의 기우를 불식시켰다. 그녀의 첫 작품은 한 마디로 대성공이었다. 시설이 좋고 영업이 잘되자 투자금액 대비 2배를 받고 매각할 수 있었다.

 

 

허망한 화재 사건 이후 2008년 어느 날, 정년퇴직을 앞 둔 어느 공무원의 부인이 원룸텔 사업을 하겠다며 창업을 의뢰해왔다. 순간 '다시 찾아온 기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일을 맡기로 결정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팀에게 연락했더니 당장 현장에 투입될 수 없다는 거다. 그렇다고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가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공사를 맡겼다. 이게 화근이었다. 그 사람은 공사대금을 받아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하고 정작 하청업체엔 결제를 연체하면서 납기 지연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클레임 요청이 이어지면서 찾아온 기회가 오히려 엄청난 좌절을 안겨 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박물관엔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조각상이 있다. 카이로스는 제우스 신의 아들이다. 조각상 하단에 기회의 의미에 관한 유명한 글이 있다. 즉 기회가 다가올 때는 무성한 앞머리를 움켜잡듯 쉬운 일이지만 이미 지나간 기회는 미끄러운 대머리를 잡는 것처럼 힘이 든다는 내용이다. 성공한 이들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났다.

 

2010년 그녀는 비즈니스 센터라는 오피스 임대업을 시작했다. 원룸텔, 원룸, 고시원은 주거용 임대 사업이다. 비즈니스 센터란 동일한 맥락이지만 서비스가 접목된 하이퀄리티 비즈니스인 셈이다. 그녀는 이미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공간활용에 관해 연구해 왔기에 이 사업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2008년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경제적 고통이 너무 심해 한 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자실을 생각하기도 했던 그녀는 마음씨가 따뜻한 형부로부터 3천만 원을 빌려 새로 사업에 도전했던 것이다. 좌절을 딛고 또 도전에 나서는 것이 성공인들의 공통점이다.

 

어렵다고 신세 한탄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나,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자기계발로 바쁘게 보내는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동일한 시간이지만, 어떻게 보냈느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대가는 크게 다르다. 그녀는 재테크 또는 성공학 강의를 찾아 다니며 열심히 들었다.

 

 

 

 

건물을 임차해서 사업을 하다보니 그녀는 다양한 건물주들을 만난다. 그들 모두 부자다. 그들로부터 배우는 공부도 솔솔하다. '제대로 된'부자들은 겸손하고 검소하며, 근면성실함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열심히 부자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로또에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중에 그 부富를 제대로 지키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는 이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들을 욕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연구하고 모방하라, 그러면 우리 모두 성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자기계발, 닥치면다해, 안세연, 이든비즈, 비즈니스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