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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의 침체에 따른 여파로 벌써 인력감축이라는 구조조정 얘기가 여기 저기서 들린다. 가계에 드리워진 주름살을 차치하더라도 40대 후반의 남성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현상이 감원 움직임이다. 얼마전 주요 신문사의 기사내용중 某 증권회사에서 명예퇴직 신청자를 접수한다는 내용이 눈을 끌었다.

이 책에선 모두 22 명의 중국 역사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른바 " 노목에 꽃피우기 " 格으로 인생 후반부에 와서 성공하는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저자는 이들 22 명을 모두 여섯 부류로  - ① 인생을 늦게 꽃피운 사람들, ② 산뜻하게 삶을 바꾼 사람들, ③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④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사람들, ⑤ 늘 도전하며 살아간 사람들, ⑥ 공명을 멀리한 사람들 -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① 인생을 늦게  꽃피운 사람들

중이, 공자, 공손홍, 주매신, 위징이 여기에 속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케이스로서, 별 볼일 없는 젊은 날을 보냈지만 특유의 비범함으로 뒤늦게 빛을 본다.

② 산뜻하게 삶을 바꾼 사람들

범려, 진평, 여몽이 여기에 속한다.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두 가지의 삶을 두루 맛본 이들은 인생의 후반부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였다.

③ 좌절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

소진, 장의, 사마천, 사마광이 이 부류에 속한다. 치욕스런 좌절을 발판 삼아 이름을 날린 遊說家와 역사가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좌절에 결코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서 인생 후반생을 개척한 인물들이다.

④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사람들

여불위, 유방, 법정이 여기에 속한다. " 평범한 삶은 가라 " 고 외치는 사람이다. 자칫하면 命을 재촉할 수도 있는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져 성공을 거머 쥔 인물이다. 재테크 용어로 말하자면 하이 리스크 하이  일드( High Risk, High Yield ) 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⑤ 늘 도전하며 살아간 사람들

조조, 도간, 왕안석, 왕양명이 여기에 속한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한데, 자신의 삶에 모든 것을 던져 넣고 끊임없이 인생에 도전한 인물들이다.

⑥ 功名을 멀리한 사람들

왕희지, 도연명, 여신오가 여기에 속한다. 복잡하고 번잡한 것은 싫다며 주어진 관직도 버리고 自然과 벗하거나 後學 양성에 노력하는 전형적인 世俗棄避형 인물들이다. 벌어서 먹고 살기 힘든 요즈음의 세태에 비추면 언감생심이다.

지금까지 잘 소개되지 않았던 인물이나, 특히 인상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해 본다.

# 공손홍 - 인생이란 노년기에 시작된다.

공손홍는 제나라 사람으로 젊은 시절 설현지방의 獄을 지키는 관리였다. 죄를 짓고 관직에서 물러난 뒤 돼지를 길러 생계를 꾸렸다 한다. 비록 생활은 어려웠지만 계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마흔  넘어선 학문에 뜻을 두고 독학으로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준비한 공손홍에게 기회가 찾아 왔다. 당시엔  지방 장관들이 황제에게 인재를 추천하고 이 중 뛰어난 사람을 관리로 등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는데, 당시 60 세의 공손홍이 추천받아 조정의 博士로 임용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학문에  뜻을 둔지 20 년이 지나 얻은 관직이었지만 황제(  漢武帝 )의 명으로 흉노족에게 사자로 갔다가 귀국 보고서를 올렸더니 무제가 이 보고서를 보고 기분이 상했기 때문에 병을 핑게로 관직을 박차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몇년  후,  지방장관이 직무태만이 무서워 66 세의 고령인 공손홍을 다시 추천하여 시험을 치룬다. 시험에 응시한 인재가 약 백여명인데, 시험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채점관의 답안지를 살펴본 무제는 공손홍의 답안을 1등으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 옛날의 이상적인 정치를 어떻게 하면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 " 였는데, 공손홍의 답은 " 仁, 義, 禮, 術, 네 가지가 정치의 요체이다. "  를 제출했다. 이 답안이 무제의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로 부터 무제의 두터운 신뢰로 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10년 후에 문관의 최고직인 승상자리에  오른다. 사기에 의하면 공손홍은 " 주군의 뜻을 파악하고 거기에 따르는 " 능력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늘 주군의 체면을 세워주고 그 뜻이 이루어지도록 배려하면서 정치적 결단이나 행동에 사심이 없었다. 중신 회의에 참석하여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열거한 다음 반드시 결론은 무제가 내리도록 유도하면서 같은 신하들과 논쟁을 벌이지  않으려 했다. 반면, 당대 학문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던 < 동중서 > 는 아첨꾼이라고 멸시했고, 강골의 유학자는 곡학아세라고 비판도 했다. 공손홍은 승상으로 재임시 삼베 이부자리를 사용하고,  식사시 고기접시는 한 접시로 제한했지만, 옛 친구나 빈객에겐 아낌없이 자신의 녹봉을 나누어 준 사심없는 인물로서   80 세로  유명을 달리 한다.  작금의 고위 공직자의 뇌물 수수와 견주어 보면 존경심이 우러 난다.

# 주매신 - 아내에게 버림받고 뜻을 세우다

오나라 사람인 주매신은 중년에 들어 아내에게 버림 받는 신세가 된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생활 능력이 없다고 아내마저 떠나버려 한심한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가난에 찌들어 굶기를 밥 먹듯 하는 생활이었지만 주매신은 독서를 좋아하여 책만 읽을 뿐 도무지 일을 하려 들지 않았다. 양식이 떨어지면 아내와 함께 산에 올라 장작 나무를 해서 장에 팔아 양식을 샀다. 주매신은 묘한 버릇이 있었는데, 책을 읽다 지치면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가난이 무슨 자랑이라고 동네 방네 노래를 부르는 통에 화가 난 아내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헤어지자고 일방 선언한다. 이에 주매신은 아내에게  나이 오십이 되면 호강을 시킬 수 있다고 조금만  참아 달라고 통사정해 보지만 이에 콧방귀를 뀌고 욕을 해대며 집을 나가 버린다. 이때 나이가 마흔을 넘어섰던 모양이니, 10년을 기다려 달라는 남편의 대책없는 말에 아내는 믿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사실이 주매신에겐 상당히 큰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시골 생활을 접고 도시로 나가 나이 오십이 다 되어 갈 무렵에 首都 장안에서 고향 출신의 실력자를 만나 이의 추천으로 무제를 알현할 기회를 얻었다. 주매신은 무제앞에서 춘추와 초사에 대해 논하자 무제가 주매신의 식견에 탄복하여 시중 벼슬을 내린다. 그러나, 이후 어떤 사건에 휘말려 관직을 박탈 당하기도 하지만 당시 조정이 골머리를 앓고 있던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상소하여 다시 무제로 부터 고향인 회계군의 태수로  부임하라고 명받는다. 금의환향이다. 수레를 타고 부임하던 주매신의 눈에 도로를 수리하고 있는 인부 중에 옛날의 아내와 재혼한 남편이 들어 왔다. 바로 수레를 세워 두 사람을 태우고 관저로 향한다.  가출 후에도 배고픈 자신에게 밥을 주었던 예전의 아내 부부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별채를 지어 머물게 한다. 그러나, 주매신의 아내는 한 달 뒤 목을 메어 자살한다.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 자책감을 느낀 탓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꿈같은 이야기가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좌절과 굴욕을 딛고 일어서서 후반생을 개척한 인물, 평생 도전 정신으로 자신의 뜻을 실현한 인물, 인생의 후반부에  변신을 꾀하여 성공한 인물등이 있고, 또한 세속을 멀리하며 벼슬을 물리친 인물도 있다. 어떤 타입이 자신의 취향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인생의 후반부를 미리 생각해 보는 지혜를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거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