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Mesh'는 '그물코'라는 의미로,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시스템상에 있는 다른 노드(매듭)로 연결되는 모양을 뜻한다.

 

 

LA에서 조경사업을 하던 스콧 마틴은 좀 특별한 일을 했다. 멀쩡한 나무를 잘라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잠깐 사용하고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자 쓰레기 매립지에 이를 묻어 버리는 전통을 그는 바꾸고 싶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살아있는 나무를 빌려주면 되겠다는 것이었다. 삼나무, 소나무, 전나무 등을 웹사이트에 올려 적절한 가격을 붙였다. 물론 아직은 키 작은 나무들이다.

 

그는 장애인을 고용해 나뭇가지 손질을 맡기고, 친환경 제품으로 트리를 장식했다. 그리고 일손을 빌려주는 친구들과 함께 순록 뿔 장식을 뒤집어쓰고는 예약 시각에 맞춰 고객의 집으로 직접 그 나무를 배달했다. 시즌이 끝나면 역순으로 배달원과 함께 직접 방문하여 나무를 수거해왔다. 이렇게 수거한 나무들은 도시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기증되었다. 

 

이 책은 스콧 마틴의 사업처럼, '공유'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활용한 사업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잠깐 사용 후에는 뒷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크리스마스 트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이를 구매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소유하지 않더라도 공유 가능한 인프라는 얼마든지 많다.

 

미국에 철로를 깔아 대박을 터트린 벤더빌트나 최고급 시설의 호텔 체인을 만든 콘래드 힐튼 같은 위대한 사업가도 이미 공유 플랫폼을 사업기반으로 삼았었다. 한편, 새로운 공유 기반 사업은 소셜 미디어로 구축한다. 이젠 스마트폰으로 가까운 호텔의 빈방 여부를 검색하거나, 호텔 이용객의 평가를 읽거나, 또는 동영상으로 호텔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기에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예약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혁명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호텔, 자동차, 옷 등의 상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트워크의 기술에 힘입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정확하게 연결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소유'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필요할 때 적은 비용만 내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누가 굳이 잔디깎기를 보관하려 하겠는가? 이와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메시 Mesh'라고 부른다. 최근에 많은 메시 기업이 탄생했고, 그 규모도 제법 커졌다.

 

 

저자 리사 갠스키는 1993년 상업용 웹사이트인 GNN을 설립하여 웹 최초로 광고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다가 AOL에 이를 매각했다. 이후 오포토를 설립하여 온라인 사진 공유, 인쇄 서비스를 성공시켜서 이를 코닥에 매각했다. 지난 세월에 다양한 웹 서비스와 모바일 서비스를 해오면서 저자가 관심을 가진 주제는 자연과 공동체다. 다양한 형태의 메시 기업을 만나보자.

 

 

집카

 

자동차 회사 GM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8년에 찾아온 금융위기 여파로 그해 말 구제금융을 받기위해 의회에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동차 중심의 사업 모델이 주축을 이루던 시대의 종막을 보여 주었다. 이런 와중에 설립한 지 9년도 안된 집카라는 자동차 회사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중이었다.

 

2001년에 출범하여 급성장을 거듭하더니 집카의 2009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 상승한 1억 3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런데, 집카는 자동차를 만들지도, 팔지도, 그리고 수리하지도 않는다. 사업을 시작할 때 집카는 다른 렌터카 업체들이 거의 제공하지 않는 폭스바겐의 뉴비틀을 매입하여 사용했다. 그들은 모든 자동차에 고유의 예쁜 이름을 부여했다. 웹사이트에 위치 정보를 올리고 그 자리에 정확하게 주차를 했다. 차량도 늘 깨끗하게 관리된다는 믿음까지 심어 주었다.

 

경쟁업체를 하나씩 인수하더니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공유 네크워크 서비스 회사가 되었다. 이들은 단순한 모토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집카 서비스는 편리하고, 빠르고, 그리고 저렴하다.  웹사이트를 통해 가까운 자동차를 찾아 실시간으로 가격을 비교하여 결제까지 하도록 했다. 또한, 언제 세차를 했는지도 정보를 제공했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게 더 쉽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만들자 (22 쪽)

 

 

▲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상장한 집카. (사진출처:NYT)

 

 

크러시패드

 

마이클 브릴은 샌프란시스코 자신의 집 뒷마당에 포도나무 20여 그루를 심어 첫 수확을 했다. 그때 이웃사람들이 옷이 더러워짐에도 불구하고 그를 도와 주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2004년 크러시패드를 시작했다. 그는 와인을 만들고 싶지만 포도밭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아, 그들에게 최고급 포도, 와인 전문가의 기술조언 등 필요한 물품을 제공했다.

 

그는 레스토랑, 와인바, 자신만의 와인 브랜드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1차 고객으로 삼았다. 그러나, 2년이나 걸리는 와인 숙성에 1만 달러를 투자하려는 레스토랑이 없었다. 레스토랑의 경우 대개는 마진율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만의 와인을 50~100상자씩 만들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크러시패드는 발효상태를 점검하고 평가해주는 도구와 계량기를 만들어 제공한다.

 

루모라마

 

직장동료인 지아 엔 테오와 페데라코 폴시아는 둘 다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하는 동안 자신들의 아파트를 빌려주고 받은 임대료로 여행경비를 마련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2008년 그들은 'Roomorama. com'을 설립했다. 뉴욕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바르셀로나, 런던, 로스앤젤레스, 파리, 밴쿠버 등으로 넓혀 나갔다.

 

집을 빌리는 사람은 반드시 온라인으로 결제해야 한다. 만약 결제사항이 발생하면 이를 임대인에게 통보한다. 결제된 임대료는 잠시 보관했다가 임차인이 광고로 홍보된 내용과 집이 같음을 확인하면 그 때 임대인에게 지급한다. 만약 상위해서 맘에 들지 않으면 안하면 그뿐이다. 따라서, 참여자 모두에게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스레드업

 

스레드업은 원래 남자들이 입는 셔츠를 교환하는 서비스로 출발했다. 2008년 11월, 제임스 레인하트는 옷장엔 옷이 많지만 입을만한 게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선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소유자와 셔츠를 교환해서 입을 수 있다면 하는 아이디어가 떠 올라 의류 교환 플랫폼인 스레드업을 창업했다. 처음 내세운 모토는 '오래된 것은 빼고 새로운 것으로 채우자'였다.

 

처음엔 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브랜드, 사이즈, 상태 등 기본적인 상품 측정 지표를 만들었다. 이후 이를 이용해 쉽게 셔츠를 교환할 수 있었다. 2009년 초, 17개 주에서 200명의 남자들을 초대하여 셔츠를 교환토록 했다. 이는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회원이 9천 명으로 늘어났다. 남자는 물론 여자들도 가입했다.

 

스레드업은 옷을 발송할 때 사용하는 포장용품을 팔았고, 유료 품질보증 서비스도 실시했다. 회원들의 만족은 셔츠 교환보다 훨씬 더 큰 틈새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제안하도록 만들었다. 즉, 아이들의 옷을 교환하는 서비스로 초점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 아이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기 때문에 6개월마다 옷장을 바꾸어야 한다.

 

 

경기 침체는 또 다른 측면에서 사람들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마국인 열 명 중 여덟 명은 '될 수 있으면 물건을 덜 사려고' 노력하며, 열 명 중 아홉 명은 '더 간소한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위기는 우리의 가치체계를 뒤흔들어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90 쪽)

 

중요한 것을 생각하게 만든 오늘날의 경제 환경은 메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첫째 경제위기는 '기존 대기업들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냈다, 둘째 경제위기는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도록 했다, 셋째 '기후변화'는 기업 운영비용을 끌어올렸으며 쓰고 버리는 상품을 만들고 파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넷째 늘어나는 인구와 가속화되는 도시화는 '인구밀도'를 높여 메시 생태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다섯 째 다양한 '정보 네트워크'의 발전을 통해 기업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달성했다.

 

 

 

 

1982년 청산가리를 넣은 타이레놀 캡슐로 인해 시카고 일대에서 열두 살 소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기업들은 제품 리콜의 문제가 발생하면 대개 PR 대행사를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존슨앤존슨은 사건발생을 쉬쉬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알리고 시중에 유통된 타이레놀 전량을 회수했다. 심지어 TV 광고를 통해 타이레놀을 먹지 말라고 홍보까지 했다. 최근에 불거진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와 크게 대비된다. 과감하고 솔직할수록 대중들의 신뢰는 높아진다.

 

브라질 지하철에서는 도난이나 무임승차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위반한 사람을 적발하면 경찰서로 보내지 않고 이웃공동체에서 일하도록 했다. 공동체에서는 이들을 위해 벌금을 납부해주는 대신 규칙을 이행하도록 강제한다. 지하철 공무원이 공동체의 신뢰에 투자함으로써 효과적인 보상을 거두는 셈이다.

 

메시 기업도 고객들에게 신뢰와 좋은 평판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메시 기업은 고객들과의 빈번한 접촉을 강화된 정보 원천과 결합함으로써 탁월한 경험, 제휴, 상품, 서비스를 만들고 개선하는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이것이 바로 메시의 강점이다. 빌려주는 사업의 시대가 도래한다. 메시 사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아이디어가 떠 오른다면 바로 시도해보자.     

 

 

 

비즈니스, 메시, 집카,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