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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몇 개만 찍어 주세요!"

투자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사의 강연회가 끝나고 후반부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다. 이 때 꼭 뭘 사면 좋은지 몇 개만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적어도 나의 경험으론 항상 그랬다. 이런 경험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지어졌다.

저자는 최근 7년간 증권시장을 두루 살핀 인물로 매일경제신문의 주간지 <매경이코노미>의 증권팀장이다. 종목을 찍어달라는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우량주가 아닌 숨겨진 잡주(?)를 원한다는 것이다. 인디애나 존스 교수가 정글 속에 숨겨져 있는 신비로운 옛날 보물을 찾는 것처럼, 고고학에나 통할 그런 이야기가 주식시장엔 절대로 없다.

이 책은 여느 재테크 도서와는 달리 숫자를 동원한 투자지표가 별로 없다. 또한, 그 흔한 기술적 분석에 의한 주가 챠트도 없다. 가치 분석을 한답시고 동원하는 재무제표의 예시들도 없다. 그런데, 묘하게 재미있다. 이 책의 내용엔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다양한 이야기, 투자의 대가들은 이렇게 투자하더라 등을 싣고 있기에 재테크 도서라기보다 오히려 자기계발 도서에 가깝다.

증권가엔 재미있는 농담이 있다. 기상예보관과 애널리스트 중 누가 더 예측을 못하나?란 것이다. 정답은 애널리스트이다. 기상예보관은 미래의 날씨는 잘 몰라도 오늘의 날씨는 정확히 안다. 반면, 애널리스트는 미래는 커녕 현재의 경제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 모은 주식이 하락했다고 애널리스트를 탓할 순 없다. 투자의 제1 원칙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수행하려면 먼저 자신의 투자 마인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자의 대가들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했다. 꿈이 현실로 변하는 출발점은 긍정적인 생각임을 명심하자.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름도 없는 출판사의 직원 7명은 배달 수금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었고, 제대로 된 편집부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늘 대형출판사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봤다"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중에서

비관론을 가지면 투자처를 찾기가 어렵다. 돈을 번 부자들 대부분은 낙관론자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했던 한상복의 베스트셀러 <한국의 부자들>에서 그는 눈을 가린 낙관론을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누군가가 '자기가 개발한 아이템이 삼성전자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공상일 뿐, 이는 눈 가린 낙관이라는 것이다.

올라요? 떨어져요?, 이 또한 투자강연회에서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묻지 말자.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은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세웠다. '주식'이 아닌 '기업'을 사겠다고 말이다. 다들 경험했지만 주가는 단기간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따라서, "10년 후를 내다보고 장기투자 하려는데, 이익이 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업은 있나요?"라고 올바르게 묻자.

주식은 '오를 것 같아 사는 게 아니라 소유하고 싶을 때' 사야 한다. (23 쪽)

2010년 12월 여론조사기관 나이스 R&C에서 조사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의 희망 투자수익률이 15%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에 의하면 2010년 개인투자자 매도상위 20개종목의 평균수익률이 60%이고, 매수상위 20개종목의 수익률은 평균 2.25%에 불과했다. 쉽게 풀이하면 개미들은 피를 봤다는 지적이다.

왜 피를 볼까? 한마디로 원칙이 없고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좀 오르면 팔고서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기 바쁘다는 결론이다. 종목을 찍어주면 뭐하나? 조금만 올라도 불안한 마음이 들어 팔기 바쁘다. 개그콘서트의 두분 토론에선 이를 두고 여당당 당수 김영희는 "대단한 타잔나셨다, 그죠?"라고 말할 것이다.

2001년 9.11테러로 글로벌 주가가 폭락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3만원까지 추락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길어도 3년이면 회복된다고 '바이 앤드 홀드'를 권했다. 제대로 찍어준 셈이다. 3년 뒤인 2004년, 삼성전자의 주가는 6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초엔 100만원도 돌파했다. 일명 '장하성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존 리는 주가가 매수후 과도하게 상승했거나, 회사경영 또는 영업에 치명적인 악재가 생겨 미래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를 제외하고는 주식을 절대로 팔지마라고 조언한다.

토요다 게이이치의 <당신의 치명적 약점, 실행력>에는 실행력을 배양하는 방안으로 "메일은 바로 회신한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할 일에 기한을 정한다, 계획다운 계획을 세운다, 집중력을 키워라" 등을 소개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실행력이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가 당시 대단한 인기였다. 그러나, 가입 광풍만큼이나 해약요청 강풍을 만났다. 원금이 손실났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펀드 파동후, 2009년부터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투자에 임하도록 강제했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이 그것이다. 원금 손실에 잠 못이루는 밤이라는 사람에게 주식투자는 금물이다. 강창희 미래에셋교육연구소 소장은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숫자만큼의 비중으로 주식투자를 하라고 충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8년 10월부터 2002년 4월까지 '눈을 가린 원숭이'와 '전문가'간의 수익률 게임을 142회에 걸쳐 시행했다. 놀랍게도 승자는 평균 10.2%를 달성한 원숭이였다. 전문가의 수익률은 고작 3.5%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나 종목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투자자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한 귀로 흘려 보낸다.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매도'의견은 사실상 어렵다. 자신을 고용한 증권회사의 영업에 이롭지 않기에 그렇다. 실제 상황이다. 철강주에 대하여 매도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는 '탐방금지'를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리포트 후 철강주는 정말로 하락했다. 뉴스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낭패보는 경우도 왕왕있다. 내부자정보를 이용해 먼저 매집한 후 뉴스를 보고 매수에 참여하면 매물폭탄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뉴스의 가치를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반드시 기업의 전자공시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하자.

투자의 모든 답은 주변에 있다.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삼천리자전거에 투자하여 대박을 터트린 '밸류 25'의 김정환 대표는 7천만원으로 140억원을 만든 성공투자의 주인공이다. 홈쇼핑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택배회사의 주식을 매수하여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달성한 '에셋플러스'의 강방천 회장도 주변 상황을 간과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경영노트'의 <5천만 신소비자, 중국인 관광객/2011년 1월 6일>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대비 46%나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특수를 누리는 한국의 기업은 누구일까? 항공사와 백화점이 당장 떠 오른다. 중국의 경제파워는 정말 대단하다. "미국과 영국은 과거의 나라다. 우리가 미래의 나라다", 이는 중국의 이야기다. 중국없인 세계경제의 부활이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이다. 한국도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했던 것처럼, 브라질은 2014 월드컵과 2016 하계올림픽을 연달아 개최한다. 투자처로 관심을 가질만 하다.

Green 시대는 올 수밖에 없다. 미국 디트로이트가 변하고 있다. 이들의 화두는 '전기차'이다. GM이 2010년 4년간의 연구끝에 출시한 전기차는 '볼트'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프리우스', 르노닛산은 '리프'를 출시했다. 중국의 자동차 업체 비야디(BYD)도 미국시장을 전기차로 공략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의 지분 10%를 워렌 버핏이 인수했다니 흥미로운 사실이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이다.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효율성은 높아지고,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2차 전지의 대표적인 기업은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이다. LG화학의 제품이 GM의 볼트에 독점 공급되고 있다. 2차 전지 세계시장은 일본을 제치고 삼성SDI가 점유율 1위이다.

영원불변의 기업은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리먼브라더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짐 콜린스의 저서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는 기업의 몰락과정이 기술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여 망할 기업을 먼저 찾는 것도 괜찮을 것같다. 그 많던 섬유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나?

1단계 -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기는 단계

2단계 - 욕심을 내는 단계, 무차별 인수로 몸집을 불린다.

3단계 - 위험과 위기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마지막 - 유명무실하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주식투자는 간단하다.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값이 싸고 성실하고 능력있는 경영진이 경영하는 주식을 사면 된다. 그리고 그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면 된다" - 워렌 버핏

경제학자 케인즈의 '더 위대한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이란 것이 있다. 시장에서는 실제가격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을 '바보'라고 하자. 그러나, 이들은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더 비싸게 주식을 사줄 '더 위대한 바보'가 있다고 믿고 주식을 산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망할 기업부터 먼저 살펴 보았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 것인가는 투자자에겐 늘 관심거리다. 불과 1년 10개월 만에 종자돈 1억원으로 156억원을 만들었다는 '에셋플러스'의 강방천 회장은 업계 1위 기업의 주식을 사 보라고 충고한다. 그의 논리를 들어보자.

"경기는 순환한다. 경기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1등 회사의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불경기 때 강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2등, 3등, 심지어 5등 회사도 이익을 내고 주가가 오른다. 하지만 불경익가 되면 싱황이 달라진다. 3등 기업부터 문을 닫고, 4등, 3등, 2등 순위로 그 위기감이 닥칠 것이다. 그렇지만 1등 회사는 아무리 불경기가 와도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190~191 쪽)

1등 기업은 경쟁자가 쓰러지면 준독점 상황이 조성되어 예전보다 훨씬 더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를 기억해 보라. 1등 기업은 모두 생존했고, 몇 배씩 주가가 올랐다. 1등은 항상 장기적인 승자라는 강방천 회장은 이런 논리로 투자에 임해 큰 돈을 거머 쥔 재야 고수였다.

주식은 해당 기업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이다. 기업을 선택할 때 잘 나가는 기업과 미래에 잘 나갈 것 같은 기업이 있다면 당연히 미래에 잘 나갈 것 같은 회사를 골라야 한다. 아날로그 필름에 몰두했던 코닥 필름의 쇠퇴, 아날로그 TV 판매에 주력했던 소니의 위기 등은 모두 반면교사이다. 성장동력을 못 찾는 기업은 투자 주의 대상이다.

다른 건 몰라도 PER과 PBR은 꼭 챙기자. PER란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저평가 되었다는 얘기이다. PBR은 현재 주가를 1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 또한 낮을수록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었음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시가총액이 해당 기업의 순자산보다 낮으면 PBR은 1 이하가 된다.

자문형 랩이 기승을 부린다. 랩에 모아진 자금은 어디에 투자할 지 미리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결론은 대형주라 생각한다. 2011년 개별종목의 주가를 살펴보면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심각할 정도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인 우량 대형주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중소형주의 매력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재테크, 주식투자, 종목찍어달라는개미들에게고함, 명순영, 매일경제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