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위기로 찾아온 한파가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강남 오피스 빌딩거리, 퇴근 무렵 어깨가 축 늘어진 채 귀가길을 재촉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경기가 호황일 땐 부서 회식,  축하 모임 등으로 오피스가 뒷 골목은 늘 부산하기 그지 없었지만, 요샌 썰렁하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에 새로운 아버지 세대가 등장했음을 알린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더욱 빠져 나오기 힘든 늪으로 빨려 드는 사람들, 이들은 누군가 자신들을 따뜻하게 돌봐준다는 느낌을 받아 보지 못한 채 어려운 현실에서 찾아온 외로움을 안으로만 삭이면서 묵묵히 살아 간다. 이들은 바로 한국 경제의 중심 역할을 맡고 있는 세대들이다.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기억 조차 하기 싫은 " IMF 위기 " 와 십년 만에 다시 찾아온 " 글로벌 경제 위기 " 를 또 다시 경험하는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경제학에선 경제의 주체를 정부, 기업 그리고 가계의 3 개 부문으로 크게 나눈다. 가계 경제를 책임진 대표가 대부분 이들 아버지들이다.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기라도 하면 가계는 암울해 진다. 가계 경제가 힘들어 지면 연쇄적으로 기업과 정부 부문에도 당연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가 경제의 원활한 수레 바퀴는 가계 경제에서 비롯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데, 경제 한파의 미봉책으로 들고 나오는 해법이 인력 구조 조정이라면 이는 백수 가장을 양산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소비와 저축 공히 위축되면서 국가 경제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걷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청년 백수를 위한 일자리만 부르짖지 말고 가계 경제 부문을 책임진  백수 가장을 위한 일자리가 더욱 중요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08 년 초 모 일간지에서 흥미로운 설문조사가 있었다. " 당신 인생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 '  
이에 대한 답변 결과, 역사 속의 영웅, 정치가, 유명 기업인도 아닌 " 나의 영웅은 아버지 " 란 답변이 1위를 차지했다. 얼마 전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도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2 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이후 10 살에 아버지와 한 달 간 지내면서 아버지의 독립 운동 그리고 케냐인의 투쟁사를 듣고서 가슴에 큰 꿈을 가졌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인생 지침서이다.

워킹 파더는 " Hard - Working Father " 의 줄임말로 " 고난의 아버지 " 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아버지 세대를 한국전쟁을 겪은 1 세대, 경제 위기를 두 번이나 겪고 있는 삼십 대 중반에서 사십대 후반의 2 세대 그리고 삼십 대 초반의 아버지 또는 예비 아버지를 3 세대로 구분한다. 또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권위주의적인 1 세대와 개인주의적인 3 세대 사이에 위치한 2 세대를 " 낀 세대 " 로 차별하면서 경제 위기라는 핵펀치를 두 번이나 맞아 글로기 상태라고 표현한다. 
" IMF 학번 " 이란 말이 있다. 1998년 2 월에 졸업한 91 학번이 주류이다. 89 - 93 학번까지가 이 범주에 든다. 당시 IMF 위기로 취업난에 봉착하자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업을 마친 후 취업에 나섰지만 취업 연령 제한에 걸려 원서도 못내었다는 일화도 있었다.

2007 년 삼성 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모델을 제시했다.
"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 10 년차, 월 평균 수입 300만원 이상, 연봉 기준 4 천만원 - 5 천만원 수준, 30 평 형대 아파트에 거주하며, 2000 cc 급 중형차를 굴린다. 부부가 함께 맞벌이를 하며 정치적 성향은 비교적 보수적이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지만 향후 좋아질 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
한편, 2008 년 KDI 가 내 놓은 보고서 (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 ) 에선 신선한 충격을 준다. 중산층 비중이 10 년 사이에 10 % 가 줄었는데, 빈곤층으로 전락한 가구가 무려 7 % 에 달하는 반면 상류층으로 신분 격상된 가구는 불과 3 %에 그친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워킹 파더 세대들이 총체적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변종이 생겼다. 소위 " 기러기 아빠 " 들이다. 이 신조어는 2002 년에 유행했는데, 현재 약 1 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000 년 초반, 대학교수, 의사, 변호사, 연예인 등 소위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주류를 이루다 이후 중산층도 지나친 교육열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환율의 폭등으로 유학경비가 50 % 정도 상승했다. 이들 기러기 아빠의 개인 생활은 더 심각하다. 끼니를 거르는 일이 일상이며, 가정이 없다 보니 워커 홀릭이 되어 직장에 묻혀 사는 이도 늘고 있단다. 위안의 해방구가 거의 없어 상실감도 매우 크다고 한다. 또한, 건전한 성생활에 애로가 발생하여 성욕이 감퇴되어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단다.

혼돈에 빠진 워킹 파더들을 위한 해법으로 권위를 버리고 존경을 추구하라, 경청하고 안아주라, 서번트 리더십으로 아버지를 되찾아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 화학적 시너지를 추구하라, 나를 관리하고 네트워크를 다져라, 아침형 인간은 지금도 유효하다, 최선은 인생의 보증수표다, 기러기 아빠들은 이기적으로 살아라 등의 해법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워킹 파더를 위한 경제학 강의로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부자쏠림 현상을 극복하라, 돈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라, 신용을 무시히지 마라, 재테크 열풍에 흔들리지 마라, 신 재테크 6 계명, 열린 마인드가 자영업 성패의 열쇠다, 투자자와 투기꾼의 차이를 알라 등의 설명도 한다.

끝으로 이상적인 아버지 되기 위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꿈을 펼쳐보라, 소신있는 자녀 교육 철학을 가져라, 직장이냐 가정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라, 자녀에게 성공 DNA 를 물려주고 큰 꿈을 갖도록 지도하라, 건전한 경제관으로 무장하라, 21 세기형 아빠인 프렌디가 되어라는 6 계명을 제시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 시지푸스) 는 고린도의 왕이며, 오디세우스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꾀가 많고 욕심이 많아 남을 속이기를 좋아했습니다. 신을 속인 죄로 그는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돌을 정상에 올리면 다시 이 돌은 밑으로 굴러 내려가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해야했습니다. 이를 두고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소설 < 시시포스 신화 > 에서 정당한 부조리가 없는 삶에서도 그 모든 것의 의미를 찾으려면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 바위를 또 밀어 올려야 한다 " 고 말합니다. 워킹 파더가 직면하는 고비들이 마치 시시포스의 바위 올리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