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연초에 기업체에선 승진 인사를 시행한다. 부서의 과장자리는 한자리뿐인데, 입사 동기생 3 명이 경합중이다. 드디어 뚜껑이 열리고 과장 승진자는 공교롭게 부장의 중,고등학교 직속후배란다. 社內 참새들이 그냥 있을리 만무하다. 정작 기뻐해야할 승진자는 내색도 못하고 기쁨을 안으로 숨긴다. 탈락자 중 한 사람은 출근을 하지 않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러다 사표를 낸다. 부장이 나머지 한 사람을 따로 불러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사람 정말 씩씩하다. 오히려, 부장을 위로한다. " 힘드시죠. 많은 사람들이 오해할 지 모르나, 이번에 승진한 동료는 저보다 훨씬 유능합니다. 그래서, 전 부장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엔 꼭 승진하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저자의 직장 생활 일화이다.

좀 더 들어보자. 직장 생활을 23 년 했는데, 처음 100여 명 정도가 함께 시작했지만 퇴사 무렵엔 모두 중도에 회사를 떠나고 저자 자신만 혼자 달랑 남아 있었단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한없이 찌를 바라보며 기다리듯, 촬영 순간을 위한 긴 기다림은 좋은  창작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신이 잘나서 유능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단시간에 승부내려 하지 않고 일관성있게 목표를 향해 나아갔기에 결국은 1 등으로 직장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저자 자신의 감회를 인용하면서.

기다림이란 자신만의 확고한 목적 의식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기다림의 묘미를 보여주는 대표작이 있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 1864 - 1946 ) 의 < 5번가의 겨울 > 이란 작품이다. 스티글리츠는 1893년 2월 거센 눈보라 속에서도 알맞는 셔터의 찬스를 기다리며 세 시간을 보낸 결과라고 회상한다.
" 빠름 " 에 익숙해진 요즈음의 세태와 견주면 진정한 기다림과 열정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그는 무엇을 찍기 전에 화면을 지배하는 요소들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하라고 충고한다. 화면을 지나가는 여러 가지 線들과 빛을 먼저 읽고, 이런 요소가 충분히 균형을 이루었다고 생각되면, 다음으로 그곳을 통과하는 어떤 움직임을 조용히 기다리란 것이다. 화면을 이미 완벽하게 구성한 후, 마지막 필요한 하나의 요소를 채우기 위해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당시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오로지 작품을 위한 열정만으로 기다린 것이었다.


예술 시장도 시장이다. 기업이 만든 새로운 물건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여 성공하듯, 예술 시장에도 늘 새로운 작품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잘 나가던 기업이 어느 날 시장에서 퇴출되듯, 별처럼 빤짝하고 사라지는 예술가들도 많다. 사라지는 예술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창의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블루 오션이다.

현 세계 사진 시장에서 가장 비싼 사진작가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 1955- 생존 ) 이다. 사진 한 점에 40억원 내외를 받는다.
그 동안 세계 사진의 흐름은 미국과 유럽이 兩分해 왔다. 2 차 세계 대전후 예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했다가, 1970 년대가 되자 독일을 중심으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같은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세계적 관심이 독일로 옮겨졌다.
그의 작품 < 파리 몽파르나스 > 는 사진의 크기가 206 센티미터 X 406 센티미터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즈로 사진을 만드는 사람이다. 사진의 내용은 마치 대형 아파트 단지처럼 보여지지만 실제 파리의 몽파르나스엔 이런 대형 아파트가 없단다. 사실과 비사실의 경계에 서있는 작품이라 전통 다큐멘터리로 부터의 일탈인 것이다.

국내에도 세계 사진 시장에서 통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배병우 사진가가 있다,  1993년에 발표한 그의 대표작인 < 소나무 > 는 바로 그의 브랜드가 되었다.
그는 氣를 느낄 수 있는 소나무를 담기 위해 전국을 다니다가 천년 古都 경주에 위치한 소나무 숲을 발견하자 이 작품이 탄생한다. 소나무 숲에 찾아든 光侵과 축축한 새벽 안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마치 당신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 하고 묻는 것 같다.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무한한 에너지가 숨어 있다는 것을 믿어 보자. 내 안에 잠자는 거인을 깨워 적극적으로 가능성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삶을 도모하는 것이 싸구려 꿈 해몽으로 하루의 운수를 점치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禪僧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話頭를 잡고서 내면으로 깊이 내려 간다. 
무의식의 활동을 감지하라. 이미 내 속에 있었지만 사용 않았던 보물들을 새롭게 사용하자.


고수들의 세계는 무엇이 근본이고 올바른 것이냐가 화두일 뿐이다.
묵묵히 허드렛일을 군말 없이 수행한 제자는 결국 고수의 경지에 도달하지만, 불평만을 일삼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면서 떠난 제자는 그런 경지에 도달 못한다. 고수는 힘센 자는 됨됨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이미 깨달은 사람이기에 근본을 중시한다.

사진도 다를 게 없다.
작고한 산악 사진의 대가인 K 씨의 교훈적인 일화다. 일제 강점기인 당시 일본인 사진사에게서 사진을 배우는데 첫 숙제가 " 달걀찍기 " 였고, 다음 날도 계속 같은 숙제만 반복되었다. 불평않고 묵묵히 일만 하던 K 씨, 어느 날 깨침이 왔다. 달걀을 매번 다르게 찍기 위해선 달걀 그 자체가 아니라, 달걀에 떨어지는 빛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렇게 빛을 읽은 K씨는 고수가 되었고, " 빛의 오묘함 " 이 바로 K씨의 기본이 되었다.
지금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들은 빛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인용한 55 개의 사진을 통해서 배우는 통찰의 기술로 기다림과 열정, 상상력 그리고 기본 ( 근본 ) 의 세 가지를 키워드로 삼아 이 책을 3 부로 구성하여 기술하고 있다.
과거 초상화는 왕족이나 귀족 같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워낙 제작비용이 비싸 과시용이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발명되고서 값싼 가격에 자신의 초상을 사진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에는 시공간을 넘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
철학자  헤겔은 눈 속에 그 사람의 영혼이 들어 있다고 하면서, 인간의 다섯 감각 중 가장 지적인 감각으로 시각과 청각을 꼽았다. 카메라의 렌즈가 눈의 역할이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지는 그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시시비비를 말할 수 없다. 그도, 너도 그리고 나도 옳은 것이라는 저자의 논조가 잔잔히 전해 온다.

사진의 끝은 셔터이다. 셔터는 화룡점정인 것이다. 셔터를 누를 기회를 찾는 것이 사진가의 고민일 것이다. 세계적 사진가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은 셔터를 누를 수 있는 기회를 " 결정적 순간 " 이라 했다.  바로 통찰이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