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중순 경부터 연말까지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조선일보에 < 희망편지 > 가 연재되었다. 바쁜 일과로 지나친 편지도 있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 같이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었다. 아울러 우리 가족의 감흥은 남달랐다.

IMF 외환위기로 1997년 12월 내가 다니던 직장이 부도가 나면서 당시 집안 분위기는 寒冷전선이 흘렀는데, 갑자기 다가온 최근의 경제한파 분위기는 당시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지난 세월을 상기하면서 신문에 연재된 희망편지의 스토리에 코 끝이 찡했고  한편 맘 속엔 또 다시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가 살아나지 않기를 그리고 기축년 새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1982년 미국 보스턴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곱 살의 어린 소년 숀이 뇌암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다. 이미 병원에선 가망없음을 통보한 상태다. 숀은 야구를 좋아했고 특히 레드삭스팀의 홈런타자 스테플턴의 열광팬이었다.
어느 날, 숀의 아버지는 홈런타자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 내 아들은 뇌암으로 죽어 가고 있다.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한다"
스태플턴은 숀에게 방문해서는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한다.
이튿 날, 출전한 스테플턴은 약속대로 홈런을 친다. 이 소식이 어린 숀에게 전달되자 환호한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부터 숀의 병세는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5 개월 후 암세포가 말끔히 사라진다. 미국 언론에 이 사실이 대서 특필된다.

희망편지는 불치의 병도 낫게하는 명약입니다.

뇌종양 판정으로 은퇴한 전 국가대표 여자 농구선수 김영희씨.
8 평의 단칸 방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병마와 싸우던 중, 우연히 한 방송국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진단 받은 결과 "거인병"으로 판정 받는다.
그러나, 치료비로 모아 둔 돈도 없고 수술후의 후유증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자살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이 그 녀에게 희망으로 다가왔기에 자신의 삶의 에너지를 재점화합니다.
매월 수령하는 연금 20 만원이 월수입 전부이지만, 5 만원만 생활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부천시 오정동 590 번지에 살고 있는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호박죽, 수제비를 만들어 대접하면서 말 친구까지 마다 않습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지요. 몇 달 모은 돈으로 파주에 소재하는 장애우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도 합니다.
이 여자는 죽는 날까지 약과 주사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마음 속엔 늘 감사와 평화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평생을 봉사로 살다 생을 마감한 테레사 수녀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희망편지는 울다가도 웃게 되는 카멜레온입니다.

1 급 시각 장애인 김기현씨.
대학 1학년 때 의료사고로 시력을 상실합니다. 그러나, 한 줄기의 빛도 없이 온통 절망과 슬픔에 빠져 지낼수 만은 없었습니다. 현실을 겸손하게 받아 들이고 매사에 열심입니다. 그런 노력으로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까지 갑니다.
KBS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소개되었던 그 녀의 삶은 " 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라" 란 제목의 수필집도 출간합니다.
앞으로 장애인들의 직업 재활 상담가로 활동하면서 마음의 눈으로 희망을 보게 하는 희망 전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희망편지는 중독성 강한 전염병입니다.

< 에밀> 의 저자 루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 가난한 집 아이들과 부잣집 아이들 중에 누구를 가르치겠냐고 내게 묻는다면, 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잣집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할 것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가난이 가르쳐 준 것이 이미 너무 많기 때문이다. " 

홀어머니의 궁색한 살림탓에 학교다니기도 어려운 이해득씨.
남이 입던 교복을 얻어 입고서 중학교에 입학한다. 눈치가 백단이라 겨울 방학엔 시장 근처 골목에서 뽑기장사도 해보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직장다니는 오빠의 권유로 회사 구내식당의 식모살이도 자처한다.
헝그리 정신으로 똘돌 뭉친 그 녀는 특채로 KT에 입사한 이후 영업현장을 섭렵하며 전무후무한 실적으로 판매왕자리에 등극한다.

된장 판다는 것이 너무도 챙피해 이를 勸한 친정 어머니에게 섭섭한 맘을 갖는 황수연씨.
7 년 전 대장암 투병 3 년만에 자상한 남편과 사별하고 초롱초롱한 네 남매의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어  친정 어머니의 고향인 익산 금마로 향한다. 대학까지 나온 자신이 시골에서 된장이나 팔아야 한다는 자격지심에 팔자타령도 했지만, 지인의 소개로 옥션에 도전한다.
지금은 G마켓 된장부문 1위, 옥션 2 위의 판매실적을 올린딘다. 무서운 병마가 자신의 가정을 덮쳤지만  금마댁은 이젠 날개짓을 한다.

희망편지는 나이가 없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과거 석탄생산지로 호황을 누린 마을입니다.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이 지역경제도 뒷걸음치며 4946세대의 약 8 %인 407세대가 기초 생활 수급자일 정도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할머니 산타클로스가 등장했다. 2008년 6 월부터 폐품 수집과 인진쑥丸 장사등으로 모은 돈 150 만원을 어려운 학생 장학금으로 쾌척한 것이다. 
비록 작지만 칠십 대의 노령임을 감안하면 巨金에 못지 않다.
시집와서 2 년만에 탄광사고로 남편과 사별한 장석자 할머니, 4 년전 광부였던 남편과 사별하고 獨居인 최옥자 할머니, 지난 8월 암수술후 건강이 호전되어 다시 동참한 김춘하 할머니 이들 주인공은 1980 년대 초 교회에서 만나 봉사 활동에 적극 참여해 온 천사표 할머니들이다. 
" 나라에서 생활비도 받는데 우리도 좋은 일 해보자는 것 " 이라며 엄동설한인 이 계절에도 손수레를 끌고 거리에 나선다.

충청남도 서산 대산읍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강경환씨.
남몰래 어려운 이웃에 도움을 주는 선행을 해온 지 15 년이 넘었는데, 정작 본인은 두 손목을 잃은 1 급 장애인이다. 몇 해 전까지도 그는 기초 생활 수급자였으며, 현재의 염전도 賃貸란다.
"이웃에 하나를 베풀면 하늘에서 자신에겐 2 개를 준다" 는 그의 대답에 코 끝이 찡해 진다.

희망편지는 천사들이다.

39 년 야구 감독 생활 동안 자신은 패배로 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는 야구감독 김성근씨.
그의 야구 인생에 10 번이나 감독직을 맡았지만, 이 중 7 번은 불명예 퇴진이었단다. 그러나, 자신은 이를 역전 찬스로 만회 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옷을 벗고 졸지에 백수가된 윤윤수씨.
가족의 생계가 걱정되어 주저 앉을 수가 없다.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가 휠라 신발 생산을 맡겨 달라 수 차례 설득 끝에 새로운 인생 도전이 시작된다.
태어나서 100 일도 안돼 어머니를 여의고, 고등학생 때에 아버지마저 여의었지만 그는 시련들을 극복해 나갔다. 현재 휠라의 오너가 됐지만, 정작 본인은 " 아직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 고 한다.

희망편지는 시련의 정복자이다.

힘겹게 살아 온 51 인의 삶의 궤적을 읽어 가노라면 눈가에 이슬도 맺히지만 가슴 속에선 뭔가 모를 불기둥이 솟아 오름을 느낀다. " 그래,  나도 한 번 해보자 " 는 소리가 가슴 밑바닥에서 들려 온다. 살면서 힘이 들때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은 늘 되 새기는 말이 있다.
" 유능한 뱃사공은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다. " 

1 급 신체 장애인, 신용불량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 가난과 배고픔이 일상인 사람, 잘 나가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따뜻합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지만 남에게 기꺼이 베푸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업의 CEO 에서 기초 생활 수급자까지 다양한 계층의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옴니버스를 타고 이곳 저곳 다녀 본 희망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