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문구
학이유 유이학 ( 學而遊 遊而學 )
공부가 놀이요 놀이가 공부다.

이 책은 우리 시대 공부의 달인 30인이 들려 주는 공부의 즐거움에 대한 내용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던 때를 극복하고 공부의 도사가 된 사람, 어릴 적부터 공부가 천직임을 여기고 살아온 사람, 남과 뭔가 다르기 위해 공부한 사람, 만학을 즐기면서 지금도 공부하는 사람, 日新又日新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 미지의 세계로 나가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 깨달음의 자유를 찾아 공부하는 사람, 잘 가르치기 위해 더욱 공부하는 사람, 실생활에 도움이 되기에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 공부가 놀이이자 놀이가 공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모두 4 부로 구성되어 공부는 삶 ( 生 ), 새로움 ( 新 ), 즐거움 ( 樂 ), 깨달음 ( 覺 ) 이라는 순으로 공부 달인 30 인의 경험담이 설명되고 있다.
모 개그 프로그램에선 우스꽝스런 달인을 등장시켜 희극화하기도 하지만, 여기에 소개하는 달인은 진정 공부에 미친 사람들이다.
불광불급 ( 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달인이 될 수가 없음을 엿볼 수 있다.

# 살아 있는 순간 오늘도 공부한다.

한국 번역문학의 태두로 꼽히는 영문학자 故 장왕록 선생의 1남 5녀 중 셋째로 태어나, 한 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신체적 장애가 있음에도 그저 불편할 뿐이지 남다를 것이 없다는 생활자세를 견지한 장영희 교수.
어릴 적부터 만들기도 싫어했고, 노래와 그림에도 무관심했지만 가르치지도 않은 글을 일찍 깨치자 어머니가 " 쟤는 천상 공부밖에 잘할 게 없는 팔자 " 라고 했단다.
얼떨결에 공부가 팔자로 된 인생이지만 정작 본인은 공부에 적합한 머리를 갖지도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란 것이 手作業에 관련된 것이 많았지만 자신의 무딘 손재주로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안되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공부만이 자신의 살 길임을 깨닫는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싸워 이기기 위해 오로지 공부에 정진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교수가 되었다.
방송매체를 통해 우연히 알려진 " 현재 암투병중 " 이란 표현이 자신의 씁쓸한 경력이 된 지금 오늘도 살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

# 공부가 놀이요, 놀이가 공부다.

한문학을 전공한 임형택 교수.
언제부턴가 자신의 취미란에 " 도서 수집 " 이라고 적고 있단다.
공부 ( 工夫 ) 는 원래 사람이 무슨 일에건 노력하고 연마하는 것을 가리킨 듯하며, 중국 송대의 성리학자들에 이르러 이 말이 주로 학문 수양에 관련해서 사용되었고, 조선조의 도학자들 역시 이 뜻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인의 생활 형태를 보면 공부하는 것과 노는 것이 마치 물과 불처럼 분리되어 있지만, 공부하는 것이 노는 것이요, 노는 것이 공부라고 주장한다. 이래야만 공부가 재미있어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노는 것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전래 어법에서 " 논다 ( 遊 ) " 는 말을 공부한다와 통용해 썼던 것은 곧 옛사람들의 지혜라고 지적한다.


이제는 국제어가 된 에듀테인먼트 ( Edutainment ) 의 의미는 교육과 오락이 함께 어우러져 배움의 보람과 놀이의 즐거움을 모두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것을 " 교육의 娛樂化 " 로 착각하고 있다.
에듀테인먼트는 공부의 재미에 빠지게 하는 것이지, 재미있게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속의 경험담들은 바로 에듀테인먼트의 참된 뜻을 찾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기에 흥미롭다. 우리 모두 공부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