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禁' 역사 이야기

 

역사란 단순히 이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든지, 저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든지와 같은 정치 외교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를 모두 포함하는 다채로운 것이다. 그래서 소위 어른들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성性이나 폭력 등도 사람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이를 모아 '은밀한 세계사'로 선보이고 있다.

 

역사를 뒤바꾼 수많은 사건들은 결국 누군가의 사생활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사생활에대한 연구는 전체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와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주변에서도 개인의 감정이나 관계로 인해 국가와 사회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흔히 목격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잔혹한 범죄에서 금지된 장난에 이르기까지 금기禁忌와 금단禁斷을 넘나드는 어른들의 역사 이야기가 총 14편 실려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만연했던 질병인 '여성 히스테리'의 기상천외한 치료법, 프랑스의 마지막 애첩이 왕을 사로잡은 뜻밖의 비결, 마리 앙투아네트가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나라를 팔아먹은 마녀'로 추락한 숨은 이유, 로맨틱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원작에 숨어 있는 무시무시한 코드, 엽기적인 아기 살해범과 태연한 연쇄 살인마들의 소름끼치는 행적, 그리고 19세기 광활한 미국의 횡단열차에 가득 실린 '뉴욕의 시궁쥐'들의 가혹한 운명 등이 연이어 소개된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 히스테리 치료와 바이브레이터

 

바이브레이터, 즉 진동기는 흔히 여성들의 자위기구로 연상된다. 특히, 섹스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성인용품점엔 다양한 바이브레이터들이 가히 압권이다. 그런데, 이 요상한 물건이 왜 만들어졌는지에 관해선 우리들 대부분 잘 모른다. 사실 이 물건은 빅토리아 시대의 의사들이 사용하던 것이었다.

 

19세기 유럽에선 아주 많은 여성들이 자주 걸리는 병이 있었다. 이 병의 증상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기절, 신경질, 흐느낌, 우울, 호흡곤란, 주체할 수 없는 웃음, 입맛 없음, 배우자와의 짜증나는 성관계, 그리고 순종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킴 등이다. 이 병의 이름은 바로 '여성 히스테리'이다.

 

히스테리Hysteria의 아원은 고대 그리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뜻은 '자궁子宮의 병'이다. 요즈음 같으면 병으로도 취급받지 못하는 일반적인 여성의 증상이지만 과거엔 수백년 동안 여성이 아프기만 하면 이 병명을 거론했다고 한다. 마치 선무당이 사람잡는 격으로 히스테리만 읊었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이요, 남성 우월의 시대에는 여성들을 그저 종이나 노예로 생각했다. 그래서 당시 사회는 여성들에게 무조건적인 순종을 요구하고 여기에 맞추어 살도록 강요했다. 조신하고 언제나 상냥하고 생글생글 웃고 남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는 이미지를 당시에 살던 모든 여성들에게 투영함으로써 이를 벗어난 여성은 다소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을 찍어버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을 불완전한 남성으로 여겼다. 이에 여성의 자궁은 불만을 품고 한자리에 얌전히 있지 않고 몸 안을 휘젖고 다니며 끊임없이 여성을 괴롭힌다고 믿었다. 따라서 해법은 맘댜로 돌아다니는 자궁을 제 자리에 원위치 시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치료법이 바로 성관계였다. 즉 오르가즘을 느낀 여성은 그 만족감으로 인해 자궁이 제자리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당시 의사들은 젊은 미혼 여성들이 히스테리 증상을 호소하면 빨리 결혼해서 신랑과 최대한 자주 성관계를 가지라고 치료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결혼 여성과 젊은 과부들의 불만족한 성관계에 관해서는 이들에게 과격한 승마를 추천하거나 대개는 손으로 성기를 마사지하는 치료법을 권했다. 믿기지 않는 이 치료법은 책에 실린 내용이다. 고대 로마의 의학저술가 켈수스의 저서에 등장한다.

 

아무튼 여성들 역시 이런 마사지를 선호함으로써 의사나 산파들은 손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19세기 중엽이 되자 마치 꾀병을 부리는 듯한 여인네들을 위한 도구가 상품으로 출되었다. 즉 따뜻한 물이 흐르는 진동 마사지기였다. 1878년, 마침내 획기적인 발명품인 전기로 구동되는 바이브레이터가 선보였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여성들은 자기 손으로 하면 될 일을 굳이 남의 손에 맡겼을까? 이는 당시의 문화와 관습 때문이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적 자기 위로' 행위는 아주 끔찍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행동으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남자아이들도 무심결에 자신의 성기를 만지다가 들키면 호되게 야단 맞고 매질을 당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여자아이가 그랬다면 더 심한 일이 발생했다. 어떻게?

 

1858년, 영국의 의사 아이작 베이커 브라운은 자위 행위를 즐기는 26살의 여성을 치료하기 위해 여성의 성기를 도려내는 수술을 처음으로 행했다. 이는 오직 이 사람에 의해서만 무려 7년 동안 자행된 끔찍한 치료법이었다.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음핵을 도려내는 음핵 절제술과 소음순을 도려내는 절제술을 시술했던 것이다. 

 

 

 

공주는 스르르 잠이 들고

 

드라마 속 가난한 여주인공이 재벌 2세와 결혼하면 우리들은 이를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또한 새빨간 사과를 들고 있는 창백한 소녀를 보노라면 우리들은 '백설공주'를 떠올린다. 이는 어린 시절 우리들이 동화를 듣고 자란 탓이다. 잠 들기 전 부모님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콩쥐팥쥐', '흥부와 놀부', '인어 공주', '빨간 모자', '신데렐라' 등을 자주 읽어주었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이런 동화들이 초창기에는 아주 잔혹하고 엽기적인 스토리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동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잔혹 동화'라고 명명한다. 원조 동화가 궁금하지 않은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원작 동화는 '해, 달, 그리고 탈리아'이다.

 

저주에 걸린 공주를 구하는 왕자님이라는 낭만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동화가 최소 7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더 오래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구전으로 전해오던 이야기가 책에서 발견된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카탈루냐 소설 <프레이르 드 조이와 소르드 플라제르>와 프랑스 산문 연애담 <퍼스포리스트> 시리즈 3권에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이야기와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엔 충격적이게도 한 청년이 저주를 받은 잠자는 소녀를 겁탈함으로써 잠이 든 상태에서 소녀는 아이를 낳고 어린 아들이 젖을 빨자 잠에서 깨어난다고 묘사하고 있다.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들었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마치 와인 잔이 방바닥에 떨어질 때 내는 소리처럼 '와장창' 하면서 동심을 깨뜨린다. 이후 이탈리라 시인 짐바티스타 바실레가 1634~1636년에 출간한 이야기에 <해, 달, 그리고 탈리아>란 제목으로 실려 있다.

 

 

 

베르사이유 장미는 어떻게 시들었나?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악명이 높은 인물이었다. 화려한 드레스로 치장한 이 여인을 흉내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만큼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지금 밝혀진 바로는 다른 왕비에 비해 그녀가 훨씬 검소했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여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철없고 사치스럽고 프랑스를 고통 속에 빠뜨린 악녀로 묘사된 것은 특정 세력의 음해였던 것이다. 요즘 말로 악성 댓글 유포였던 셈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불온 선전물과 소문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인쇄술의 발달로 인해 선전물은 정치적 목적으로 크게 활용되었고, 이는 민중 선동의 기폭제가 되었기에 프랑스 혁명 이후로 반드시 이용되어야 할 심리 전술이었다. 1950년에 발발된 한국전쟁 당시에도 대대적으로 살포된 '삐라'가 남북의 군인들 심리를 모두 흔들어놓았던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소위 유럽의 장모로 알려진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막내딸 마리아 안토니아로 태어났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자란 그녀는 다른 오빠나 언니들처럼 정략 결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결혼 상대는 바로 프랑스의 왕세자 루이였다. 당시 유럽은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7년 전쟁(1756~1763년)을 벌였고, 오스트리아는 프랑스, 러시아 등과 동맹을 맺었다.

 

프랑스의 왕세자비로서 마리아 안토니아가 선택되었다는 말에 오스트리아의 궁정은 아주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마리아 안토니아에게서 오스트리아인 느낌은 쫙 빼고 프랑스인, 베르사유 궁정인, 나아가 프랑스 왕족의 이미지를 불어넣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썼다. 당시 최신 유행의 프랑스 스타일을 알려주기 위해 프랑스의 디자이너들은 오스트리아 궁정으로 샘플 드레스를 입은 작은 인형들을 보내왔고 14살 마리아 안토니아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프랑스식 옷을 입고 프랑스 예절에 알맞게 행동하고 치아 교정까지 하고 코르셋을 졸라매며 프랑스 왕세자비에 걸맞은 모습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렇게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안토니아'는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로 변신해갔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프랑스인들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는 한낱 물거품이 되었다. 사람들은 뒤에서 어린 왕세자비를 '오스트리아 암캐'라고 불렀고, 예의를 차린다면 '그 오스트리아 여자'라고 부르곤 했다. 남편인 루이가 루이 16세로 프랑스 왕위에 오르자 사람들은 금세 이 부부에 대한 이미지를 설정하고 이들이 죽는 날까지 그 이미지에 맞추어 둘을 비웃고 비꼬며 증오했다. 그 이미지란 바로 '사람은 좋지만 둔하고 귀가 얇은 남자와 그의 옆에서 온갖 악한 술수를 속삭여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였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다. 이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까지 널리 퍼져서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獸姦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 잡았다. 남편 루이 16세가 혁명 세력에 처형당한 후 9개월 뒤에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그녀는 한 마디로 불온 선전물의 희생양이었다.

 

 

이밖에도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악녀 마담 뒤 바리, 그녀는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으며 오스트리아에서 온 왕세자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기싸움을 벌였다는 내용과 이민자의 대륙이었던 19세기 미국의 뉴욕에는 '시궁쥐들'이라고 불린 거리의 아이들이 굶주림과 추위로 인해 동냥이나 행인들의 돈을 갈취하는 일이 벌어짐에 따라 뉴욕시는 3만 명이 넘는 이들을 기차에 태워 서부로 보냈다는 내용 등이 소개된다. 이처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은밀한 이야기도 분명한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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