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무엇보다 기본기를 갖춰야만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응용동작이 가능해진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외국어도 아닌데 한국말을 잘하기 위해 기본기가 필요하고 따로 연습이 필요하단 말인가? 당연히 그렇다.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는 단순한 소통, 그리고 의미 전달을 넘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동기를 불러일으켜 마침내 의도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져야 한다. 따라서 상대에 대한 분석, 효과적인 몸짓, 적합한 용모와 복장, 목소리의 톤과 강약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준비와 훈련이야말로 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강력한 무기이자 경쟁력이다.

스피치, 골프에서 답을 찾다

책은 필드에서 익히는 대화의 기술을 담았다. 총 4장으로 구성됐는데, 스피치의 룰을 파악하는 준비 단계를 거쳐 스피치의 기본을 숙지하고 경쟁력 있는 스피치 테크닉을 배우는 심화 단계로 진행된다. 또 청중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스피치 테크닉인 매너를 갖춰서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성공적인 스피치를 할 수 있는 실전 팁인 '홀인원' 스피치 팁과 KISS, 스토리텔링, 3의 법칙, 포즈 등을 활용한 경쟁력 있는 스피치 테크닉 등을 공개한다.

말하기 목표를 정하라

골퍼는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 목표를 먼저 생각한다. 목표가 없으면 전략을 세울 수도 없고, 경기를 분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장타에 자신 있는 선수라도 파4인 코스에서 첫 타를 쳐서 골프공을 홀에 넣으려 하지 않는다. 그날의 날씨, 바람, 잔디 상태를 확인한 뒤 중간 목표 지점을 향해 첫 타를 친다. 

말하기에도 다양한 목적이 있다. 설득하기 위해,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또는 사기를 불어넣고 격려하기 위해서 등이다. 그런데 '목적'만 있고 '목표'가 없어서 목적을 얻는 데도 실패한다면?

목적이 지향점이자 결과라면, 목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 즉 과정을 의미한다. 광고 회사 직원이 클라이언트 앞에서 광고의 콘셉트에 관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의 목표는 '콘셉트를 잘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목적은 콘셉트를 잘 설명함으로써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것'이다.

스피커의 무기는 재료다

골퍼가 대회 출전에 앞서 골프 클럽을 교체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모험이다. 2007년, 19세의 안시현 선수가 세계 대회에서 국산 골프 클럽을 사용해 우승한 적이 있었고, 당시 국내 매스컴에게는 좋은 보도 자료였다. 골퍼가 어떤 클럽을 선택할지는 정말 어려운 숙제이며, 성공적인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골퍼의 무기가 상황에 적합한 골프 클럽이라면, 말하는 사람의 무기는 말의 목표에 걸맞는 재료다. 이야기의 재료는 '자료'에서 나온다. 자료 조사는 저자도 강연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주장 내지 설득하려는 말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통계, 그림, 사례 등을 찾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를 소홀히 하면 말하기의 내용도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콘텐츠를 풍성하게 채워 주고, 주장과 설득을 단단하게 떠받쳐 주는 게 바로 자료이다. 그래서 이를 수집하는 '정보력'이 필요한데, 요즈음의 문제는 그 양이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그 방대한 정보 중 자신에게 꼭 필요한 핵심 정보를 찾아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말하기를 위한 3S

스테이크Steak ~ 콘텐츠

시즐Sizzle ~ 동영상, 사진, 체험담, 일화, 고사성어 등

스타일Style ~ 인테리어, 조명, 세팅, 표정, 제스처, 복장 등 비언어적 요소

단점에 절대로 관대하지 말라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은 말을 더듬는 영국의 왕인데,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조지 6세의 일화이기도 하다. 그는 말을 더듬는 데다가 성격도 내성적이었다. 왕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니던 사립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을 정도이니 그의 소심함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는 본디 왕위를 물려받을 위치가 아니었지만 형이 세기적인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포기하자 대신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취임 연설에서 더듬거리고 옹알거리는 스피치로 영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후 그는 전담 코치를 고용해 마이크 불안증을 극복하고, 더듬는 말투를 교정하며, 말하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마침내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을 때 다시 국민들 앞에 선 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감동을 주는 멋진 스피치를 해내었다. 이처럼 조지 6세의 사례는 인간은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약점에 대한 정확한 진단, 이를 극복하겠다는 결심,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인내와 끈기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한 장면

스윗 스팟을 찾아라

초보자들은 골프 클럽의 스윗 스팟이 정중앙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골프 클럽이라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스윙에 맞는 스윗 스팟을 찾으려면 수백 번, 수천 번의 스윙 경험이 쌓여야만 가능하다. 즉 이는 훈련과 연습의 결과로 만들어지는 셈이다.

말하기의 스윗 스팟도 마찬가지다. 상황이나 상대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다양한 상황, 다양한 사람과 만나면서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 자신에게 그런 일이 많지 않다고 여겨 손을 놓고 있으면,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유머가, 어떤 사람은 논리가, 어떤 사람은 솔직함이 자신의 스윗 스팟일 수 있다. 상황별로, 타깃별로, 주제별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 뒤 자신의 말하기 경험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하고 평가 내리자. 이처럼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말하기 방식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자세를 유지하자.

짧고 쉽게, KISS로 말하라

골프라는 스포츠는 한마디로 클럽을 이용해서 공을 치는 게임이다. 그리고 골프 공을 날려 보내기 위해 클럽을 들었다 내려치는 '스윙'이 바로 골프의 핵심 동작이다. 스윙은 그저 때리는 게 아니라 휘두름, 회전, 궤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최고의 골퍼들은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스윙을 선호한다. 박세리도 박인비도 그랬다.

말하기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것저것 얘기를 덧붙이다 보면, 핵심 메시지는 희미해지고 전체 맥락은 흐트러진다. 그래서 말하기엔 'KISS 법칙'이 있다. 'Keep it short & simple', 짧고 간결하게 말하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아침 조회 때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장황한 훈화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수없이 반복되던 "마지막으로!"에 맥이 탁 풀렸던 그 기억 말이다.

3의 법칙으로 말하라

말하기의 고수들은 3의 법칙을 즐겨 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당시 사용한 구호는 '변화'였다. 그의 연설이 끝나면 청중들은 "변화, 변화, 변화"를 외쳤다. 그리고 재선 때엔 그는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라는 구호를 선택했다.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가 가진 권위에 쉽게 마음을 연다고 한다.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할 때, 자기소개를 할 때, 강의를 할 때, 어떤 상황에서든 3의 법칙을 기억하자. '서론, 본론, 결론'으로 말해도 좋고, '현황, 문제점, 개선 방안'으로 말해도 좋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거나, '키워드, 스토리텔링, 키워드'로 구성하는 것도 괜찮다. 3단계 구조로 세 가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훌륭한 스피치를 할 수 있다. '삼삼하다'는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됨이가 마음이 끌리게 그럴 듯하다는 뜻이다. 3, 3하면 상대는 당신의 말에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마음을 얻는 스피치 테크닉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사사건건 말꼬리를 집고 늘어지는 사람 등 우리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악화시키는 것도 모두 언어다. 불쾌한 상황에서 말을 할 때 행동에 대한 책임 소재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아이(I) 메시지를 쓸 수도 있고, 유(You) 메시지를 쓸 수도 있다.

아이 메시지는 상황이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반면, 유 메시지는 그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태도다. 아이 메시지가 자신의 감정 또는 입장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유 메시지는 나무람, 비난, 질책 등이 녹아 있다. "너 도대체 왜 그래?" 처럼 우리들은 이런 유 메세지에 익숙해 있다. 이를 아이 메세지로 바꾸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설득하기도 쉽다.

"자네가 왜 그랬는지 궁금해. 불만을 얘기하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필드에 서든 연단에 서든, 결국 사람이다

누군가와 함께 골프를 치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이는 미처 몰랐던 그 사람의 성격이 노출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샷으로 게임의 흐름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티 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법이 없을만큼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플레이어가 이상적일까? 물론 이에 대한 정답이 없다. 누구나 자기 스타일대로 즐길 뿐이니까.

말하기에도 개성이 필요하다. 이는 진실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뛰어난 웅변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연설 원고 담당 보좌관이 있지만, 단상에 서는 순간 이 원고는 자신만의 언어로 바꾼다. 즉 오바마의 개성, 오바마의 색깔을 입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미국 애리조나 투싼에서의 총기 난사 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위한 추모 연설에서 그는 약 51초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청중을 가만히 바라보고, 심호흡을 하고. 어금니를 지긋이 깨물었다.

적절한 칭찬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칭찬을 할 때는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다. 한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더욱 기분 좋은 건 당연하다. 다만 칭찬은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막연히 "수고했어" 또는 "잘했군"이라고 말하기보다, "이번 보고서는 내가 봤던 보고서 중에서 최고야" 라고 하는 것이 진짜 칭찬이다. 칭찬은 행동, 과정,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칭찬에도 타이밍이 필요하다. 상대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순간에 칭찬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누군가 스스로의 성과에 만족할 때, 그 만족감에 덧붙여 칭찬하면 그의 자신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을 칭찬하지만, 관련이 없는 사람을 칭찬하는 게 더욱 효과가 좋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칭찬이므로 상대는 더욱 기분이 좋게 느껴진다. 또 하나의 팁은 사소한 점을 칭찬하는 것이다.

저자의 방송 출연 장면 

스피커가 아닌 커뮤니케이터가 되라

물론 같은 의미의 말이다. 여기에서 스피커란 그냥 말을 하는 사람이고, 커뮤니케이터란 들어줄 상대방이 있고 그 사람과 교감할 수 잇는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의사소통에선 무슨 말을 했는지보다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만약에 자신이 전한 메세지를 듣는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말한 사람의 책임이다.

골퍼의 간결한 스윙이 오히려 정교하면서도 강력한 파워를 동반한다. 스피치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강력한 스피치는 쉽고, 부드럽고, 그리고 짧다. 수첩에 옮겨 적고 싶을 만큼 미사여귀가 가득 담긴 메세지라고 해서 성겅적인 스피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