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 속 엄마는 청소를 하다 말고는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익히지 않은 파를 싫어해서 너무 오래 끓인 탓에 구멍 난 두부와 흐물흐물한 미역이 들어간 진갈색의 된장국을 일요일 아침반찬으로 내놓는다. 딸의 학예회 준비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벼락치기로 밤새 만들지만 엉성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두 딸을 엄청 사랑한다. 

살림살이가 워낙 소박해서 크리스마스 때 두 딸이 그토록 원하던 마론 인형을 사주지 못하고, 대신 케이크와 밀크 카라멜로 대충 떼우는 그런 엄마지만 일요일 오후 엄마 옆에 대자로 누워 자는 낮잠은 꿀맛이고 엄마가 해주는 밥은 어느 집 진수성찬보다 맛이 좋다. 사랑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 원서의 출간일은 2007년 4월 20일이다.

우리 엄마를 소개합니다

네 살(노조미)와 두 살(고다마)을 키우는 엄마는 요리와 청소는 살짝 낙제점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단팥과 초콜릿이며, 좋아하는 연예인은 중견 가수이자 배우인 사이고 데루히코이다. 성격은 늘 느긋하고 마이페이스 스타일이다. 한편, 집 마당에서는 아빠가 일하는 회사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보인다.

엄마의 취미는 바느질이다. 최근에 만든 가장 자신 있는 작품은 고양이 인형이다. 그 이름은 '네코키치'로 동네 아줌마들 모임에서도 가장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고양이 얼굴이 이상하고 귀엽다기보다는 약간 모자란 듯 보인다. 그리고 엄마는 꽃을 좋아해서 마당엔 꽃을 많이 심었다. 방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지만. 꽃만큼은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늘 평화롭기만 하던 어느 날, 엄마는 화장품 판매원으로 이미지가 변신했다.

어린이집에 가다

엄마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화장품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가야 하므로 아침에 세 모녀는 함께 출근길에 나섰다. 책표지에 그려진 모습처럼 10분 정도 자전거로 이동했다. 어린이집은 3평 정도 크기에 부엌이 딸려 있었다. 흰개미 때문에 기둥엔 온통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엄청 허름한 곳이었다. 약 10명의 아이들이 왔는데, 장난감 때문에 자주 싸우는 통에 시끄러웠다.

화장실은 무거운 철문이 달린 재래식 스타일로 공동 화장실이다. 어린아이들에겐 분위기가 좀 어스스했다. 그래서 보통은 아파트 뒤뜰에서 볼일을 봤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엄마들이 속속 도착했다. 노조미와 고다마도 엄마 소리가 들리면 보모 아줌마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고다마는 가기 싫었지만 자전거 타는 재미에 유혹당해 결국 어린이집에 갔다.

엄마의 실적 그래프

오늘은 다른 엄마들보다 엄마가 늦었다. 어린이집을 닫을 시간까지 오지 않을 경우엔 아이들은 회사 사무소에서 기다려야 한다. 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화장이 진했다. 커피를 머셔보라고 줬는데, 색갈도 냄새도 모두 이상했다. 사무소엔 화장품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한편, 벽에는 커다란 그래프가 붙어 있었다. 누가 화장품을 얼마나 팔았는지 보여주었다. 엄마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후에도 엄마의 그래프는 별로 자라지 않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봄부터 언니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동생인 고다마는 여전히 어린이집으로 갔다. 여름방학이 되자 유치원에 다니던 언니도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그래프 막대기는 여전히 짤막했다. 그래서 엄마도 점점 의욕이 떨어지면서 하기 싫다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언니는 다시 유치원으로 갔다.

엄마의 임신

엄마의 배 속에 셋째 아이가 생겼다. 당분간 자전거를 타지 않고 버스로 출퇴근을 했다. 엄마는 내년 5월쯤 아기를 출산하는데, 버스의 하차 버튼을 아직 혼자서 못 누르는 작은 딸을 보면서 그 밑으로 아이가 하나 더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살짝 불안해졌다. 조금씩 봄의기운이 찾아왔다.

쇠뜨기를 캐러 나갔다. 쇠뜨기 반찬은 아빠가 제일 좋아한다. 잠간 사이에 바구니 한가득 캤다. 요즘 엄마의 배는 점점 커지고 있다. 뜯어 온 쇠뜨기의 껍질을 벗기고 기름에 볶아 달걀을 풀면 반찬이 된다. 쇠뜨기 달걀 볶음이다. 아빠는 연신 맛있다며 앞으로도 부탁한다고 말했다. 두 딸은 또 쇠뜨기를 한 바구니 가득 캐왔다. 엄마는 껍질을 벗겨달라고 요청한다. 아빠의 얼굴은 벌써 싱글벙글이다. 2권도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