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JAL에선 '예산'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예산'이라는 단어에는 '무조건 받아 쓸 수 있다'는 관료적인 사고가 숨어 있다. 한국에서도 예산이란 미명하에 벌어지는 지방자치단체의 돈 낭비가 얼마나 심한가? 이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려고 하니 중산층도 사라지고 모두가 힘들다는 얘기뿐이다. JAL의 모든 문서에서 '예산'이라는 단어는 '계획'으로 바뀌었다.

이나모리 회장은 가장 먼저 임원진들과의 면담을 가졌다. 주말도 반납해가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100명이 넘는 JAL의 모든 자회사 사장들과 1시간씩, 총 100시간이 넘는 면담을 진행했다. 또한 사내 반대를 물리치고 간부들을 대상으로 리더 교육도 시작했다. 이런 면담과 교육은 마치 도덕 교과서의 가르침처럼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JAL은 당연한 것을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 사내에 부정은 만연하고 덩달아 실적도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고객에게 정직해라"

또 다른 노력은 '사원 행복 추구'라는 이나모리의 철학을 JAL에 전파시킨 것이다. 기장조합, 승무원조합 등 급진적인 8개 노동조합과의 노사 대립 역사를 갖고 있는 JAL의 조직원에게 모든 경영정보를 공개하면서 3만여 명의 직원과 경영자 모두를 한마음으로 묶을 수 있었다.

'백성을 따르게는 할 수 있지만, 그 원리를 다 알게 할 수는 없다'

 - <논어> 중에서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은 '아메바 경영'으로 표현된다. 그는 JAL의 3만 명을 10명씩 팀으로 나눠서 월말에는 그 팀의 성적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단세포 생물체를 뜻하는 아메바 경영은 조직을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 단위별로 경영수지를 계산해 흑자와 적자를 구별하는 경영기법이다.

이를 실행하자 조종사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 전용 컵을 가지고 다니고, 정비사는 지금까지 마구 버린 기름때가 묻은 장갑을 빨아서 재활용하면서 모두가 경영수지 개선에 동참했다. '나도 JAL의 재건에 공헌했다'는 실감을 느끼며 '사원 전원이 경영자'라는 의식이 생겨났던 것이다.

아메바 경영을 통해 전표 쓰는 법, 회의를 진행하는 법 등 실무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고, 세세한 업무부터 바꿔가다 보니 JAL 직원들의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완전 달라졌다. 대략적인 중기계획밖에 수립하지 못했던 회사가 이젠 부문별, 날짜별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면서 직원 개개인이 오늘 회사 이익에 공헌했는지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젠 JAL에서 2개월이나 걸렸던 국제선의 편당 수지를 나흘이면 산출할 수 있다. 이처럼 아메바 경영을 통해 모두가 숫자를 보는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직접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로 설명해서 들려주고, 직접 하게 시켜보고,

 칭찬하지 않으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