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공피고아(攻彼顧我), 섣부른 공격은 화를 자초할 뿐이니 나의 약한 곳부터 지켜둔 다음에 공격하라는 뜻이다. 상대를 치고자 할 때는 먼저 내 형편과 처지를 돌아봐야 한다. 혹 상대로부터 반격을 당할 여지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 공격하라는 가르침이다. 자기 돌이 약하면 싸우기 전 먼저 힘을 비축한 후 이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싸움에 나서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때를 기다릴 경우에는 깊은 물속에 몸을 잠그고 숨은 용龍처럼 고요해야 하며, 싸움에 임해서는 호랑이처럼 빠르고 용맹해야 합니다. 파도를 피할 수 없다면 물고기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노자는 타인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기를 아는 사람은 현명하다고 했다.

넷째, 기자쟁선(棄子爭先)은 돌 몇 점을 사석死石으로 버리더라도 선수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것은 버리고 선수先手를 잡아라. 바둑을 이기려면 돌 몇 점 희생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수는 자기 돌에 집착하지만 고수는 돌을 아끼되 버려야 할 때는 과감하게 버린다. 이는 현명한 주식투자자의 '손절매'와 같은 이치다.

바둑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돌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고수들은 쓸모를 다해 버려야 할 돌과 버려서는 안 될 요석要石에 대한 분별력이 뛰어나다. 이에 반해 하수들은 대개 돌을 버릴 줄 모른다. 작게 버리고 크게 얻는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주식 고수들은 한결같이 '손절매'를 강조한다.

인듀어런스 호가 얼음에 의해 난파됐을 때, 영국의 남극 탐험대장 섀클턴은 개개인의 소지품 무게를 1kg으로 제한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소지한 금화와 금으로 장식된 담배케이스 장식물들을 모두 눈 속에 던졌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행동으로 여실히 보여준다.

다섯째는 사소취대(捨小就大)로,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는 뜻이다. 큰 것과 작은 것을 정확하게 판단할 줄 아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는 기자쟁선과 일맥상통한 이치를 담은 말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말이 있다. 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이다. 정말 무서운 말이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으려는 사람은 절대로 작은 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눈앞에 있는 이익을 포기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남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옛 문헌에도 소인은 눈 앞의 사소한 이익에 집착해 목숨을 걸고 성인은 저 멀리 있는 더 큰 것에 마음을 둔다고 했다.

여섯째, 봉위수기(逢危須棄)는 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릴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생사가 불확실해 보이는 말馬은 일단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요령이다. 살아나기 어려운 돌을 곤마困馬라고 한다. 위기에 빠진 돌을 살리려고 끌고 나오다 보면 어느덧 대마가 된다. 이 대마가 곤마로 쫓기면 바둑 형세는 고달파진다.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  

하수들은 가망이 없는 곤마를 끌고 나가다가 대마를 죽이고 대패를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곤마를 살렸다해도 결국에는 지고 만다. 고수들은 곤마의 덩치가 커지기 전에 일찌감치 생사의 결단을 내린다. 야구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컨디션 난조로 포볼을 남발할 경우 현명한 감독은 일찍 결단을 내려 강판시키고 불펜투수를 가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량실점 후에 승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곱째, 신물경속(愼勿輕速)은 경솔하게 착점하지 말고 신중하게 두라는 뜻이다. 대국 자세가 올바를 때 보다 깊고 정확한 수를 읽을 수 있다. 바둑을 빨리 두는 사람은 고수 반열에 오르기가 어렵다. 이는 정신적인 자세를 강조한 가르침이다. '부득탐승'과 함께 바둑을 두는 마음가짐에 관한 교훈이다.

대개는 천천히 가는 사람이 먼 길을 간다.

노자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고 했다. 작은 생선을 잘 구우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천천히 불에 골고루 익히기 위해 작은 생선을 때에 맞춰 뒤집어줘야 한다. 그러나 성급한 사람들은 작은 생선을 부서뜨리기 일쑤이다. 작은 생선 하나를 굽는 데도 경솔해서는 실패하고 마는데, 하물며 인생이란 어떠하겠는가?

여덟째 동수상응(動須相應), 바둑판 위에 놓인 돌은 그 하나하나에 생명력이 있는 것처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착점을 하기 전에 자기편 돌의 호응과 상대편의 움직임을 깊이 궁구해야 한다. 반상 위에 놓인 돌 한 점 한 점은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있어야 한다. 존재 가치를 잃은 돌을 폐석廢石이라고 한다. 폐석이 많으면 바둑은 질 수밖에 없다.

돌들은 떨어져 있으면서도 "이어지고 호응해야" 한다.

행마를 할 대는 반드시 이쪽과 저쪽의 돌이 이어지고 호응하게 해야 한다. 이어진 돌은 쉽게 죽지 않고, 끊어진 돌은 삶을 담보하기 어렵다. 바둑판은 가로세로 각각 19줄들이 교차하는 361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소우주이다. 흑과 백이 어울려 생존을 모색하는 하나의 세계이다.

아홉 번째, 피강자보(彼强自保)는 상대방이 강하면 스스로를 먼저 보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형세가 불리할수록 참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다리다 보면 어려운 국면을 만회할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형세가 불리하면 이를 타개코자 대개 상대편의 진영으로 뛰어드는 것이 대국자들의 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