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예능력'이라는 말까지 생겨난 요즘, 나는 예능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방송이든 정치든 각각이 존재하는 목적에 충실한 결과물을 보여줄 때 좋은 방송이 되고 좋은 정치가 된다. 지금 나는 '정치 방학' 중이다. 길고 긴 방학의 끝이 언제쯤일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 열심히 해둬야 나중에 좋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지은이 머리말 중에서

2010년 7월, 어느 회식장소에서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에게 했던 말이 성희롱 사건으로 비화되기 전만 해도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던 강용석 전 국회의원, 아무튼 그는 좀 튀는 스타일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엉뚱하게도 현재는 제법 호감받는 방송인으로 방송가에서 활동 중이다. 비록 한국아나운서연합회와 화해를 했지만 이미 그에게 새겨졌던 '주홍글씨'는 아직도 여전하다.

당시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의 전말을 먼저 살펴보자.

한나라당이 '강용석 성희롱 발언' 파문에 휩싸였다. 강용석(41) 의원은 1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 한 식당에서 제2회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남녀 대학생 20여 명과 저녁을 먹으며 "사실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 "토론할 때 패널을 구성하는 방법을 조언해주겠다. 못생긴 애 둘, 예쁜 애 하나로 이뤄진 구성이 최고다" 등 성차별, 성희롱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대생에게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묻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 의원은 "참석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매일每日신문 (2010. 7. 20)

사실 그가 방송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정치계에 입문하기 직전 참여연대 활동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kbs 라디오의 <열린토론>에 주말 패널로 나가면서였다. 본격적인 것은 작년 4월 종편방송 tv조선의 시사교양프로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에 출연하면서다. 이후 종편방송 jtbc의 <썰전戰>, <유자식 상팔자>와 tvn의 <강용석의 고소한 19> 등에 잇달아 출연하고 있다.

그는 "정계에 복귀하기 전에 시청률 15%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봤으면 좋겠다. 반짝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이랄까? 15%의 시청률은 대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방송활동을 진정 즐기는 듯하다. 이런 그의 방송활동을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력(?)은 그의 과거 전력을 거들먹거리면서 아직도 변하지 않은 꼴통 보수주의자로 폄하한다. 역발상적으로 해석하면, 그만큼 그의 방송이 매력적으로 어필되기에 시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인터뷰 형식을 빈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터뷰 질문자는 인터넷 논객 출신인 박봉팔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이지만 소위 진보진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또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해악이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강조하면서 강용석은 앞으로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소제목은 '좌에서 묻고 우에서 답하다'이다.

1장에서는 방송인 강용석이 방송계에 입문하게 된 케이블 채널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와 <슈퍼스타 k 4>의 출연 비화를 다룬다. 또한 tvn의 <강용석의 고소한 19>와 종편방송 jtbc의 <썰전戰>, <유자식 상팔자>에 이르기까지 방송에서 일어난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박- 설경구 논란에 대한 건데, 한국 아주머니들이 들고일어나서 저렇게 외도한 사람을 왜 방송에 출연시켜 하면서 난리인데 설경구의 <힐링캠프> 출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강- 헌법보다 '국민정서법'이 위에 있다. 차라리 법적 처벌을 받으면 시효도 있으니 딷 끝난다. 그런데 이 국민 정서를 잘못 건드린 유승준은 10년 넘어서 12년 가가이 돼 가는데 아직 못 들어온다. 싸이처럼 군대 두 번 가서 해결을 하든지. 뭐 이런 해결할 게 있었으면 되는데 그게 좀 부족하면 그렇게 망하는 것이다. 설경구는 조금 그 부분이 미흡하긴 했다. 전 와이프 문제도 그렇고.

2장에서는 시사평론가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전,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창조경제에 대한 견해, 최근에 또 불거진 갑을 관계 등을 다룬다. 특히, jtbc의 <썰전戰> 방송이 나간 후 보수층의 극렬한 반발을 사게 된 nll 발언에 대한 입장도 피력한다.

박- 최근 갑을 논란 관련 강용석의 생각은?

강- 항상 보면, 원래 있었던 문제를 네이밍을 새로 해서 다시 거론한다고 느껴진다. 예전엔 '빽'이나 '연줄'이라고 했던 걸 갑자기 '네트워크'라고 부르면서 좋은 의미로 쓰기도 한다. 갑을 관계? 그건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동반성장'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매번 정권 때마다 있었던 문제고 사회에 늘 있는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이 'nll를 포기'했다는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 7월 4일 <썰전戰>에서 그는 "정문헌, 서상기는 사퇴해야 한다. 이 정도 얘기해 놓고 착오라고 하면 안 된다. nll 대화록 전문을 보면 포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상기, 정문헌 의원이 과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보수논객 변희재는 트위터에서 '호구', 성재기는 '시발놈'이라고 그를 욕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강용석이 종북좌파의 프락치란 말도 있었다는 박봉팔의 질문에 대해 그는 시선이 조금 다르다고 변절자로 몰고가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해명하면서 성재기와는 전화로 이미 오해를 풀었고, 조만간 변희재와도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답한다.

3장에선 정치인 강용석의 정치적 비전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정치 무대로의 복귀에 대한 계획도 엿볼 수 있다. 진보세력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들은 이 책이 정치판에 던지는 러브콜이자, 정치를 위해 방송을 악용한다고 혹평을 한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다.

박- 나는 제일 어이없었던 케이스가 뭐였느냐면, 서기호 판사였다. 그 친구는 트위터에서 '가카 빅엿' 몇 번 날리더니 단숨에 대중성을 얻고 국회의원이 됐다. 이게 말이 되나?

강- 그런데 그 친구가 원래 진보정의당 성격이나 통합진보당 성향이었으면 말을 안 하겠는데 전혀 아니다. 나랑 동기인데 전혀 그쪽 성향이 아니었다. 굳이 끼워 넣자면 호남 출신이긴 하다.

그는 안철수도 하는 게 국회의원인데 왜 자신이 다시 못하겠냐고 반문하면서 정치권 재진입을 희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그래서 '한국 정치가 왜 안 바뀌는가?'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하고 싶단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제도, 정당제도, 국제정세, 역사, 인구 및 지역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다룰 생각이란다.

4장에선 독서인으로서 위기의 순간마다 돌파구를 찾고 극복할 수 있었던 그의 내공을 볼 수 있다. 그는 힘들때면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그의 해박한 지식도 끊임없는 독서에서 나왔다. 이어서 5장에선 인간 강용석을 해부한다.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인생을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당시 술에 취해 실수했던 것이었다면 곧바로 인정했을 것이다. 그날 학생 30여명이 함께 있었고, 취할 정도로 마시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솔직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강용석은 변했을까? 다만 방송 pd들은 분명 차별성을 느끼는 것 같다. 유정현, 한선교, 이계진, 엄기영 등 방송 활동을 하다가 정치 쪽으로 입문한 인사들은 다수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이면서 방송인이 된 경우는 차별적이다. 그래서 "방송만 하고 정치는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의 목표는 한결 같다. 언제나 정치다.

안철수도 대선 후보다.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을 보니 그의 생각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안철수보다 내가 낫지 않을까... - 지은이 맺는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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