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1월, 신세계는 새로운 업태인 '이마트' 1호점을 창동에 개점했다. 할인점 이마트는 외국업체와 기술 제휴나 협력 없이 순수 자체 기술과 노하우로 개발된 '한국형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접객과 시설 서비스를 축소한 대신 저렴한 판매가로 서비스한다는 개념으로 출발했다.

 

'가격파괴'에 의한 싼 가격, 그리고 특이한 매장 구성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마트의 탄생과 현장 사례는 한국 유통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런데, 이 할인 매장의 탄생 배경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저자 권국주는 당시 신세계의 기획관리 담당 전무로 이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책을 통해 그 탄생 일화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대형 할인점도 실상은 수입품이다. 1960년대 초반 미국에서 시작되었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샘 월튼의 월마트이다. 경기 불황과 부동산 하락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단순 저가품을 찾으면서 할인점 업태가 급성장해 1992년엔 미국 유통업 10대 성장기업에 대형 할인점이 상당수 차지했을 정도였다.

 

90년대 초반, 저자는 기획실 직원들과 수시로 신세계의 향후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면서 신세계유통연구소를 통해 세계 각국의 유통산업을 조사했다. 당시엔 주로 일본 백화점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서구식 할인점의 한국시장 도입 가능성을 연구하다가 1991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 한국 구매 사무소를 개소한 월마트에 주목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신세계를 잘 상대해 주지 않았다. 겨우 미국 이칸소주에 있는 월마트 본사를 방문할 기회를 얻어 1992년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류한섭 사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 몇 명이 이곳을 방문해 물류센터, IT 센터, 매입 사무실, 일반 할인점, 슈퍼센터, 샘즈클럽 등을 사흘 간 견학했다. 결국 제휴는 성사시키지 못하고 샘 월튼 회장의 자서전 한 권을 갖고 왔다.

 

외주 번역업체에 책 번역을 맡겼지만 유통업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 초보자 수준을 면치 못했다. 이후 영어를 제법 하는 실무자들이 작업에 참여해 1개월 걸려 완성했다. 책 표지를 디자인하고 <소매업의 새로운 원점>이라는 새로운 제목을 붙이고 머리말까지 썼다.

 

 

 

 

저자는 이 번역도서를 독서경영에 활용했다. 사내 교육용 교재로 채택해 토론을 하도록 했다. 또한 진급 대상자들과 임직원들에게 독후감을 제출토록 했고 이는 인사고과에 반영되었다. 전사 조직이 현장에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찾기에 이르렀다. 

 

 

샘 월튼의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학습과 도전에 있었다. 무두질을 통해 새로운 가죽 천을 얻는다는 '혁신革新'의 어원처럼 끊임없는 무두질이 만들어낸 혁신의 결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샘 월튼을 통해 장단점을 열심히 공부했고 나아가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모방과 혁신, 학습 열정, 그리고 겸손한 자세를 배웠던 것이다.

 

샘 월튼의 '열 가지 성공 원칙'

 

당신 사업에 온 힘을 다해서 헌신하라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고 그들을 동업자로 대하라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라

직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라

직원들이 당신 사업을 위해 한 모든 일에 감사하라

성공을 축하하라

당신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라

고객들이 기대하는 이상을 제공하라

경쟁력 강화보다 비용 통제가 더 효과적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해 보라

 

 

1991년 9월, 신세계는 삼성그룹에서 분리되어 별도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립해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해야 했다. 신업태는 시대적 소명이었다. 월마트 미국 본사 방문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었다. 또한 삼성건설이 창동에 아파트를 짓고 남은 자투리땅 2천여 평을 1993년 신세계가 떠안았는데,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되면 세금이 부과되기에 이 땅의 활용을 고민하고 있었다.

 

일본 세이부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그곳 관계자가 '코우즈'라는 새로운 업태를 알려주었다. 고베 부두 재개발로 새로운 유통 단지가 탄생해 다이에이, 이토요카도, 세이유 등 10개 양판점이 들어섰는데 이중 다이에이가 미국 월마트를 본따 만든 것이 '코우즈'라는 대형 할인 매장이었다.

 

나흘간 일본 출장 일정을 쪼개 고베로 갔다. 코우즈의 면적은 약 2,300평이었다. 창고식 할인 매장으로 회원제로 운용하고 있었다. 창동 비업무용 토지에 할인 매장을 지으면 되겠다는 촉이 바로 왔다. 일행들도 생각이 같았다. 귀국 보고회를 가진 뒤 바로 업무 추진팀을 구성했다.

 

개점 한 달을 기준으로 일평균 매출이 1억 5백만 원이었다. 당초 목표인 6천만 원을 큰 폭 초과했다. 일평균 1만 명의 고객이 매장을 찾아 7천 명이 물건을 구매햇다. 고객 한 명의 구매액은 평균 22,000원으로 일반 슈퍼마켓의 평균 구매액 8,000~9,000원의 두 배 이상이었다. 성공적이었다.

 

 

 

이마트 출범 배경, 월마트의 선진 유통 및 일본 코우즈의 벤치마킹, 이마트 1호 창동점 개점 작업, 상품의 바코드 부착, 승부수가 된 가격 파괴, 최저가격 보상판매제 등이 설명돼 있다. 또 월마트에 승리한 일곱 가지 요인도 분석돼 있다. 1994년 창고형 대형할인매장인 코스트코 양평점을 열고 1997년 세계적 커피유통업체 스타벅스를 들여온 과정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경영 철학도 소개하고 있다.

 

 

경제겨영, 다시열정의시대, 권국주, 어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