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위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이면 워런 버핏을 다들 안다. 그의 투자방법을 소위 '가치투자'라고 말한다. 그는 시간을 친구로 둔 덕분에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었다. 즉 투자할 회사가 정해지면 이 회사의 가치가 드러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때론 몇 십 년을 보유하는 주식이 있을 정도이다.

 

우리들은 바쁘게 산다. 느리면 진다는 잘못된 결론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도 빨리 무언가를 성취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해 온갖 방법과 기술을 동원한다. 하지만 농부가 서두른다고 벼가 빨리 익지 않는다.

 

그레이트 베이슨 브리슬콘 소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산 나무다. 캘리포니아 인요국립공원의 높은 산등성이에서 주로 자라는데, 수령이 무려 4천 년이 넘는 것들도 있다. 영하 날씨의 해발 3천 미터 고지에서 자란다. 석회암 토양에다 강우량도 매우 적은 환경에서 성장하기에 곤충이나 박테리아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특이하게도 1년에 고작 6주 동안 꽃을 피우면서 조심스럽게 성장한다.

 

인간의 세계에도 장수 혁명이 분다. 새롭게 다가올 과학 기술과 관련이 깊다. SF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알약만 먹고 살아도 수명을 연장해 주는 의약품도 등장할 것이다. 이미 줄기세포를 개발해 상업적으로 생산하려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런 덕분으로 미래학자들은 현재의 인간 수명보다 50년 더 건강한 상태로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우리가 살아갈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데, 이뤄놓은 것이 부족하고 더구나 뭔가를 이루기에 너무 늦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의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은 '당신은 왜 조바심을 내는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조바심이란 조마조마하여 졸이는 마음을 뜻한다. 남보다 포부가 크거나, 목표가 높거나, 재물욕이 크다면 이 조바심 또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조지아대학교 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J. 슈워츠의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에는 '나이 핑계병'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고통받는다는 지적인데 이는 오직 마음 때문에 생긴 것으로 우리의 삶에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나이는 스스로가 느끼는 만큼만 먹는 겁니다"

 

24년 간의 주식중개인 생활을 마감하고 대학교수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51살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교에 입학해 몇 년 뒤에 어느 인문학 컬리지의 경제학부를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예가 있다. 45살의 어느 직장인은 딸린 자식이 셋이나 되는 가난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양성 프로그램을 등록했고 5년 후엔 목회 활동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나이 핑계병'을 극복한 사례는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다.

 

놀라운 것은 슈워츠가 이 책을 저술한 1959년 당시의 기대수명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음에도 그는 평균적인 생산 연령을 70세까지로 잡았다. 아무튼 현실을 감안할 때 생산적인 삶을 즐길 수 있는 연령을 80세로 잡으면 무리가 없을 듯하다. 대부분 20세부터 일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60년이라는 생산 기간이 주어지게 된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뀌는 오랜 세월이다.

 

현재 30살이라면 자신에게 남은 생산 연령이 50년이 된다. 이를 총 생산 연령인 60년으로 나누어 100을 곱하면 83%가 결과치다. 즉 이는 아직도 자신의 생산 시간이 83%나 남아 있는 셈이 된다. 아직도 조바심이 나는가? 우리들에겐 충분한 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

 

"성공의 비밀은 크게 그리고 '길게'이다"

 

 

미국 할렘가의 저소득층 흑인들이 엄청 화를 낸 책이 있었다. 하버드대학 정치학자 에드워드 밴필드의 <천국 같지 않은 도시>이다. 이 책에서 밴필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도 그다지 변하지 않은 상황에 매몰되어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빈곤의 사이클을 벗어나 성공했다면서 그 비결을 밝히고 있다.

 

그는 그 이유가 '장기적인 전망'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빈곤층에 속한 사람들은 지극히 '현재를 지향하는 성향'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기술 부족, 낮은 취업률, 저임금, 앞날에 대한 무능함 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상위층의 사람들은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였고 미래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유예하는 경향이 크다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밴필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도심의 하층민들은 인종적, 사회적 편견 때문에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항변한다. 떠밀리는 삶을 하루하루 연명하다 보니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밴필드는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지만 노력한다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인 의미에서 나도 밴필드의 주장에 동조한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성공은 결정된다. 이 책에는 성공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제프 베조스는 허름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아마존 창업자인 베조스도 타인들과 다른 시간 관념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일본 소니의 일화를 살펴보자. 1946년 도쿄. 불에 탄 백화점 건물에 몇 사람들이 모여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의 창업을 선언했다. 38살의 이부카 마사루의 사업에 25살의 모리타 아키오가 파트너로 합류했다. 모리타의 집안은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케 양조 집안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모리타가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허락했다.

 

1955년, 모리타는 포켓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려 했다. 이 제품에 관심을 가진 불로바에서 1만 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불로바의 명의로 판매한다는 조건이었다. 주문자상표를 부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모리타는 불로바에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미국에 소니 아메리카가 설립됐다.

 

"불로바는 50년 넘게 쌓아온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당신네 회사 이름은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고요. 그런데 우리 이름이라는 이점을 활용하지 않겠단 말입니까?"

 

"50년 전 귀사의 브랜드 명은 지금 우리 이름처럼 생소했을 겁니다. 지금 나는 새로운 제품으로 내 기업의 다음 50년을 위해 첫발을 떼려는 참입니다. 지금부터 50년 뒤 우리의 이름은 지금의 불로바만큼이나 유명해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시건대학 공학교수 제프리 라이커는 <도요타 방식>에서 도요타는 걸음이 느리고 쉽게 변화를 이루지 않는 회사라고 규정한다. 한편 경쟁이 심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며 필요할 때는 가속페달을 밟을 수도 있는 기업이 도요타다. 전기차 프리우스는 도요타가 전반적으로 더디게 익는 속성이더라도 필요시엔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점을 입증해준다.

 

장기적 시간의 안목이 일본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제너럴 일렉트릭GE는 토머스에디슨이 발명한 전구를 판매할 목적으로 시작했다. GE는 출범한 지 125년을 넘어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그런데, 이 긴 역사 속에서 리더의 변경 횟수는 같은 기간 바티칸 교황의 바뀐 횟수보다 적다.

 

1952년 인도에서 태어난 비크람 세스는 20대 초반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족히 10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시를 공부하면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41살에 소설 <어울리는 남자>(1993년)를 출간했는데, 무려 1,349페이지의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부 넘게 팔리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세스가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10년 동안 집필한 결과물이다. 1년에 평균 고작 130페이지를 쓴 셈인데, 이는 절대로 많은 양이 아니다.

 

영화배우 해리슨 포드는 20대 초반에 컬럼비아 픽처스에 고용되어 영화나 TV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사실 그의 주된 수입원은 목수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이었다. 그의 경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 시점은 10년이나 경과해 35살에 출연한 영화 <스타워즈>를 통해 비롯되었다.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은 12년 동안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면서 여가 틈틈이 그림을 수집하다가,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마침내 미술에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성공은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에 의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의 성실함과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평균 수명 80세에 이르는 우리의 긴 인생 동안 성공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인생을 길게 보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리드타임lead time'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오십대에 새로운 도전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탄생시킨 주인공 커널 샌더스는 40세가 되기 전 농장에서 일손을 거들거나 후에 트램카의 운전사로 일했다. 이삼십대엔 선로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다가 통신으로 법을 공부해 치안판사가 됐다. 쿠바에 자원입대해 군인으로 다녀오는가 하면 보험상품을 팔기도 했다. 40대에 켄터키에서 주유소를 열었다가 우연히 치킨 장사를 시작했고 이때 비로소 자신의 천직을 발견했다. 60대에 비밀 레시피를 상업화에 성공해 70대에 마침내 큰 부자가 됐다.

 

 

 

 

철학자 월터 B. 피트킨의 베스트셀러 <인생은 40부터>는 독자들로 하여금 40이라는 나이는 끝이라기보다는 시작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물론 피트킨의 시절에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 그의 표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리처럼 되었다.

 

 

1992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근방의 지질을 조사하던 호주 광산업자 사미 엘라기는 어느 날 이집트 지질학 연구소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벽에 걸린 오래된 파피루스를 보고 무척 흥미를 느꼈다. 알고보니 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지질학 지도였던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내던지고 카이로 남서부의 사막을 찾았다. 오래 전 영국이 채굴을 시도하다가 포기한 이곳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곳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쪽 사막 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금맥이 있었다. 그는 이집트 정부를 설득해 옛 광산 지역의 30년 임차권을 따냈다. 2009년, 드디어 금이 나오기 시작했다.

 

"삶을 길게 보아라! 크게 되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

 

 

뭔가 새로운 것에 착수할 때 초창기엔 진척 속도가 매우 느리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크거나 위대한 것은 모두 작게 시작되었을뿐더러 불편하리만큼 오랫동안 조그만 채로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를 계속 밀어붙이면 가속을 받아 속도를 낼 확률이 높아진다. 양분을 주고 성장할 시간을 주면 사소한 것일지라도 꽃을 피운다.

 

 

자기계발, 당신은왜조바심을내는가, 톰버틀러보던, 그린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