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악동 5인방의 한 사람인 다치바나 후지요시가 어제 보낸 초대장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식품회사 홍보부장으로 재직 중인 다치바나는 회사를 조기퇴직하고 고향 나가노 현에서 가까운 카루이자와에 펜션사업을 준비한다면서 앞으로 약 2개월 후에 그곳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초대일이 하필이면 회사 신제품 설명회 바로 직전이라 마음에 걸렸다.

 

한편, 밤늦게 귀가해 거실 소파에 앉아 수상한 노신사의 노트를 펼치니 14년 후의 아베가 자신에게 보내는 글이 나타났다. "'자네'라고 부르는 걸 용서해주게. 만났을 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자네고 자네는 나니까. 14년 후의 미래에서 갑자기 나타났으니 자네도 오죽이나 놀랐을까"

 

그 노신사는 아베 레이지에게 인생 시나리오에 필요한 '7가지 숙제'를 내주면서 앞으로 20년 동안 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그 키워드는 모두 'F'로 시작한다. 즉, 피날레Finale, 패밀리Family, 필드Field, 패컬티Faculty, 파이낸스Finance, 프렌드Friends, 파이트Fight 등이다. 

 

 

 

 

인생의 목표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부부가 서로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본다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보자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친구, 지인 등 나의 인맥지도를 그려보자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겨보자

 

갑자기 주어진 7가지의 숙제 때문에 꿈과 현실, 일과 돈, 그리고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며 가장 소중한 것을 찾도록 도와주는 감동 스토리가 펼쳐 진다.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정년 후의 '인생 제2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이다.

 

 

 

패미의 식당인 '구루메'는 아카바타 역 근처에 있다. 패미는 고교 동창 사쿠라다 가즈토의 별명이다. 그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주방에서 요리를 배워 30살이 되기 전에 독립해서 식당을 개업했다. 예전부터 맛있는 음식에는 사족을 못 서던 그는 대학 때부터 줄곧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에서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방 일을 배웠다.

 

평가가 좋아 매니저의 추천으로 졸업 후 상품개발부의 정사원으로 채용되었다. 그런데, 욱하는 성격 탓에 권위적인 막장 상사와 충돌하면서 사표를 던졌던 것이다. 28살, 딸이 갓 태어나 앞길이 창창한데 분별 없이 일자리를 발로 차 버렸다. 하지만 성격 느긋한 아내 때문에 그는 음식점에 들어가 1년간 견습과정을 거치면서 주인의 비법을 전수받았고 부모님의 도움으로 현재의 가게를 열 수 있었다.

 

개업하자마자 반응이 좋았다. 인근에 양식 음식점도 별 없었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골이 늘어갔다. 거품경제 때에는 1년에 2억~2억 5,000만 원을 벌 정도로 잘나갔다. '평균'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베는 이케부쿠로에 업무차 외출했다가 사쿠라다의 가게에 들렀다. 불경기의 여파로 가게는 조용했다.

 

 

 

아베가 일찍 퇴근했다. 함께 캔맥주를 마시며 아내의 대학 친구 카오리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띠동갑 남편과 재혼했는데, 남편이 '퇴직준비연수'라는 곳을 다녀왔다는 거다. 그곳에서 참가자들에게 정년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작성하라고 한단다. 그런데, 대부분 점심 이후의 일정은 못 쓰더라며 카오리가 복사해준 시간계획표를 내밀었다. 아베는 생각에 잠겼다.

 

아내들은 생계를 남편에게 맡기고 가사, 육아, 여가 등 자신만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매일매일 조금씩 일정을 수정하면서 스케줄을 잡는 것이 익숙한 것이다. 아내들은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익숙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어떤가? 수첩에 빼곡하게 적힌 일정을 보면 누구보다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업무 일정'일뿐, 자신의 일정은 아니다.

 

월급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회사를 떠나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월급을 받는 대신에 주도적으로 자신만의 인생 시나리오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내들은 즐겁게 정년 후를 기대하지만, 남편들은 당혹스러워하는 것이다.

 

고무줄 2개가 있다. 하나는 남편, 다른 하나는 아내라고 생각하고 고무줄을 어떻게 두는지 테스트를 해보자. 이는 부부관계가 어떠한지 나타내는 표시다. 두 개를 떨어뜨려 놓을지, 완전히 겹치게 놓을지, 아니면 반 정도 겹치게 놓을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부부의 가치관을 점검하는 기회가 된다.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하던 중 아베는 정년 후에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문득 대학 시절 활동했던 역사연구회의 가츠라기 선배가 떠올랐다. 그는 졸업후 외국계 건설팅 회사에서 줄곧 채용 및 교육업무를 맡았었다. 이 선배라면 'Field'와 'Faculty'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적지는 금방 찾았다. '가츠라기 창업학원'. 선배는 직원 3,000명이 일하던 대기업의 채용담당과가 분사가 되면서 25명이 일하는 자회사의 상무임원으로 근무하던 중, 독립회사의 체제는 유지되지만 자금 출납은 모두 모회사의 운영부장이 결재하는 새로운 경영방침을 하달받자 회사를 그만두고 3개월 동안 백수로 지내다가 창업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는 거다.

 

학원에선 3개월 동안 1주일에 2번씩 연수하면서 개개인의 능력을 마치 재고조사 하듯이 철저하게 파악한단다. 그러고나서 인생 시나리오를 만들어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참가자는 20대가 반이고, 40~50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란다.

 

 

 

주인공인 아베와 그의 친구들 다치바나, 사쿠라다, 도나리, 류자키 등을 통해 나다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인생 시나리오 작성 차트’를 활용해 정년 전과 후를 생각해보고, 돈, 친구, 체력 등을 비교해 각각 플러스, 마이너스를 써보고 그걸 축으로 퇴직 후의 인생설계를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Finale(최종도착목표)

Family(가족)

Field(활약할 장소)

Faculty(자신의 힘)

Finance(경제생활)

Friends(친구)

Fight(기력, 열정, 뜻)

 

 

자기계발, 인생스타팅노트, 세키신지, 매일경제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