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을 멈출 수 없듯 감정을 느끼는 것도 멈출 수 없다. 그것이 기쁨이나 만족감처럼 긍정적인 감정일 수도 있고, 분노, 좌절, 죄책감처럼 부정적인 감정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협상 상대와 나 자신에게서 유용한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감정은 무시하기 힘든 만큼 떨쳐버리기도 힘들다.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지거나 고통스럽거나 협상에 실패할 수도 있다. 협상시에는 상대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연구하고, 그런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즉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다스리는 전략을 터득해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기분을 좋게 해준다. 긍지, 희망, 안도 등의 감정을 느끼면 기분이 좋다. 협상에서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적 유대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감정적 유대감은 서로를 좋은 의도로 대하고, 이해할 때 생긴다. 반면에 분노와 좌절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감정적 유대감이 생길 가능성이 낮아진다.

 

 

  

 

 

감정은 종종 협상에 방해물로 작용하지만 위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역사적 평화협상에서 감정의 힘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을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데이비드로 초대했다.

 

그의 목표는 두 사람 간의  평화협상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베긴과 사다트가 13일 동안 협상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이에 이스라엘 국민들은 평화협상 타결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카터는 평화협상에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이런 탓에 카터는 베긴을 찾아가 마련된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감정적 충격을 가하는 행동을 취했다. 그는 베긴의 손자손녀 이름을 적은 여러 장의 사진을 준비했다. 베긴이 카터의 친필 사인이 담긴 사진을 손자손녀에게 주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협상의 분기점이 되었다. 그날 오후 베긴, 사다트, 그리고 카터는 캠프데이비드협정을 체결했다. 카터와 베긴 사이에 형성된 긍정적인 감정이 결국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평화를 마련하는 토대가 된 셈이었다. 사실 본격적인 평화 협상이 있기 1년 전에 카터의 초대로 백악관에서 만난 베긴은 중동 갈등을 주제로 허물없는 대화를 나눈 터였다.

 

긍정적 감정은 실질적 관심을 충족시켜준다.

긍정적 감정은 상호관계를 강화해준다.

긍정적 감정은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줄여준다.

 

 

자신과 상대가 느끼는 모든 감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감정을 일으키는 원인인 핵심관심에 집중하라. 핵심관심은 모든 협상에서 누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인간적 욕구다. 이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잇는 강력한 '틀'을 제공해준다.

 

좋든 싫든 5가지 핵심관심은 협상 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감정을 자극한다. 이는 인정, 친밀감, 자율성, 지위, 역할 등 다섯 가지이다. 그런데, 이들은 서로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라, 뒤섞이고 합쳐진다. 모두 합쳐질 때 협상의 감정적 측면을 더 잘 설명해준다. 마치 목관 5중주 연주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프렌치호른의 다섯 악기가 함께 할 때 리듬을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과 같다.

 

 

1. 상대를 인정하라

 

인정의 효과는 단순하고도 즉각적이다. 인정받지 못하면 기분이 나빠지고 제대로 인정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인정받으면 사람들의 말을 더욱 경청하고, 협력하고 싶어진다. 상대에 관심만 갖는다고 해서 그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인정하기 위해선 역지사지역지사지의 자세사 요구된다. 즉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해하는 과정은 단어를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말에 담긴 메타 메시지지를 읽어내야 한다. 또한, 장점을 찾아내어 이를 인정해주는 게 중요하다.

 

2. 친밀감을 강화하라

 

함께 노력하려면 친밀감이 필요하다. 친밀감은 나와 상대 사이에 심적 거리가 가깝다는 의미다. 우리가 상대와 친밀감을 느끼면 협력이 쉬워진다. 상대를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친밀감에는 구조적 관계와 개인적 관계라는 2가지 특성이 있다.

 

구조적 관계는 다른 사람과 한 집단에 속해 잇다는 사실에 기초해 우리가 느끼는 연결고리다.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상대와 연관성 찾기, 비공식장소에서 만나기, 격식을 갖추지 않는 호칭, 옆에 앉기, 상대방의 관심에 중요성을 언급하기, 상대에게 신세지기 등의 방법이 있다.

 

개인적 관계는 상대와 더욱 가깝게 느끼거나 혹은 더욱 멀게 느끼게 만드는 유대관계다. 이런 관계가 없으면 상대의 정직성을 의심하거나,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듣지 않거나, 심지어 회의를 취소하게 된다. 사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상대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이때 상대에게 많은 공간을 제공하라.

 

3. 결정을 내릴 자율성을 존중하라

 

우리는 모두 적절한 수준의 자율성을 원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부분을 누군가로부터 강요받거나 일방적으로 지시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 자율성을 침범할 경우 이에 대해 부정적 감정과 함께 반발심을 느낀다.

 

결정에 이르기까지 상대방과 상의하고 상대가 결절하도록 하는 과정은 상대방에게 긍정적 감정을 안겨준다.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상호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아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핵심은 자신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상대의 자율성을 침범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지위를 두고 경쟁하지 마라

 

사람들이 지위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당황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거나 좌절감을 느끼며, 현명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지위에는 '사회적 지위'와 '특정 지위'로 구분한다. 사회적 지위는 상대방의 위치에 상관없이 예의를 갖추는 것이고, 특정 지위는 누구에게나 있는 특별한 내재적 특성, 자질, 경험 등을 말한다.

 

따라서, 귿이 지위를 놓고 타인과 경재할 필요가 없다. 상대의 높은 지위를 인정하고, 아울러 자신의 전문지식과 영역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자. 정직한 마음을 담아 나타내는 예의는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도록 만들 가능성이 크므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5.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맡아라

 

우리 모두는 개인적으로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맡기를 원한다. 성취감을 주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는 역할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고, 개인적인 의미가 있으며, 가식적이지 않다는 3가지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협상에서 그 일을 어떻게 하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예를 들어 팀원이라는 역할은 단순히 팀의 일원으로서의 역할만을 의미할 때 성취감이 떨어지는 일만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팀원 개인이 가진 개별적인 고유 역할을 설정하면 더욱 큰 일을 할 수 있다. 어떤 역할이든 지루하고 지겹고 좌절감을 느끼면서 시간만 낭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 자신이 원하는 역동적인 역할로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터뜨리는 것이 부정적 감정을 제거하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자칫 모두를 더 화나게 만들 수 있다. 우리의 분노는 상대의 분노를 유발하며, 상대의 분노는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전염된다. 더구나 이는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눈덩이처럼 점점 더 커진다.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은 피아彼我 구분없이 빨리 진정시켜야 한다. 협상을 하면서 자주 감정온도를 측정해 감정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5가지 핵심관점을 현명하게 활용하면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관계가 개선된다. 협상은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로부터 배우고, 상대를 존중하는 1:1 대화의 장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의 분노를 자극하는 대신 희망을 북돋워준다.

 

 

자기계발, 원하는것이있다면감정을흔들어라, 설득협상, 다니엘샤피로,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