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란 돈을 던지는 대상이 곧 주식이라는 의미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주식에 돈을 던지고 자신의 돈이 들어간 주식의 가격이 올라 최종적으로 돈의 가치를 불려서 이득을 취하는 일련의 과정이 주식 투자라고 보면 된다.

 

주변에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이익을 남겨 부자가 되었다는 소리는 거의 듣지 못한다. 그래서 주식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대개 재산을 날릴까봐 걱정부터 먼저 한다. 그래서 남편의 주식 투자를 만류하는 아내와, 아내의 주식 투자에 화를 내는 남편의 모습이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럴진대 노후 준비를 위해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노릇이다.

 

그렇다고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투자를 외면하다가는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은퇴에 대비해 우량주식을 보유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주식 투자를 마치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인식해야만 할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둘러싼 법과 제도의 미비함, 후진적인 투자 문화의 실상 등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또한 가격제한폭의 폐지, 국민연금과 운용 산업의 개혁, 상장사의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의 촉구, 그리고 정부의 세법 개선 등을 총망라하면서 그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 유일한은 대학 졸업 후 1999년 머니투데이에 입사해 10여 년간 증권부 기자로 현장경험을 쌓았다. 2008년 머니투데이방송MTN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인기프로그램인 '기고만장 기자실'을 진행하고 있다. 개미들만 죽어나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불편한 진실과 그 해법을 따라가 보자.

 

 

 

책은 우리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각 주체들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우선 투자의 일차적인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나 보호정책을 마련하는 일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라도 꼭 정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개미들의 무덤이 되어 버린 주식시장의 위기에 대해 저자는 비합리적이고 맹목적인 투자 문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마치 입시학원 속성반 출신들처럼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도 단기 성과에 열을 올린다. 그래서 실체없는 테마주에 열광하며 한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벌면 다행이지만 결국에는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가 되어 장렬하게 폭발사하고 만다.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이런 악순환을 속성반 출신들은 마치 즐기듯 반복한다. 물론 투자의 일차적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지만 주식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도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작전 세력을 검거한다고 이런 투자 행태가 과연 뿌리 째 뽑힐까? 

 

 

그가 대현을 '대선테마주'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으며, 비용 또한 몇 푼 들이지 않았다. 개미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의류 업체 대현을 정치테마주로 옹립하며 들끓기 시작했다. 주가가 단숨에 1,400원에서 4,200원으로 폭등했다.

 

하지만 이 사기극은 들통나고 말았다. 즉 모자이크 남성과 대현의 신 회장이 일치하지 않음이 드러난 것이다. 물증이 확실하자 금융 당국과 검찰이 조사에 나섰다. 그는 징역8월,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정말 웃기는 것은 그가 얻은 시세 차익이 불과 200만 원 정도라는 것이다.

 

누가 이익을 보았을까? 아마도 주식 약정 수수료를 챙긴 증권사, 이자를 챙긴 주식담보대출업자, 그리고 대현의 대주주 등이었을 것 같다. 죄를 지어 형벌을 받은 이는 정씨지만, 이 범죄에 가담 내지는 동조한 개미들 모두도 '범죄 유발자들'이었다.

 

공부가 부족한 개미들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부류는 이른바 '선생님들'이다. 자신들이 메시아라며 이곳저곳에 나타나 개미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너희들을 잘 가르치고 바른 길로 인도하겠다'라는 사명감을 내세운다. 정말 웃기는 소리다. 돈 벌자고 주식 투자하면 혼자 조용히 벌어야지 자기들이 무슨 자선업자라고 자비를 베푸느냐 말이다.

 

'인포머셜'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추천종목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은 선생님도 메시아도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개미들의 주식계좌에 담긴 '종자돈'을 노리는 것이다. 수업료도 챙기면서 먼저 사 놓은 주식을 비싸게 파는 데 이용했다. 흙이나 모래 함정을 파 놓고 개미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자연계의 '개미지옥'과 유사하다. 

 

 

 

CNK인터내셔널은 2011년 주식시장의 최대 스캔들이다. CNK는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를 채굴한다는 뉴스로 개미들을 휘어잡았다. 이후 외교통상부와 사법 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다이아몬드 채굴은 처음부터 턱없이 과장된 것으로 실현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2012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기가 막힌다. 매출 18억 원, 순이익은 커녕 8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이게 무슨 상장 기업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4,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증권사 객장에선 이 종목 주문을 기꺼이 받아준다. 개미들의 불행이 바로 증권사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익 올리기에 급급한 상장회사, 매수에만 열을 올리는 운용사, 구태의 악습에 머물러 있는 금융당국 등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죽어가는 주식시장을 살리고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정부 부처와 금융당국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증시의 투자 문화를 바라보면 개인들이 작전을 하지 않고선 돈을 벌 수 없을 것 같아 한숨이 절로 난다. 넘쳐나는 증권사의 매수 추천 리포트, 온갖 주식 카페들이 남발하는 유혹성 정보들, 부실 상장사의 허위 정보 유출, 외국인 투자자의 물량 공세와 첨단 매매 기법 등의 위험에 노출된 개미들이 '개미지옥'에 바지 않을 재간이 있겠는가 말이다.

 

상장사의 낮은 배당금도 손을 봐야 한다. 어떻게 낮아진 공금리 수준보다도 못하다는 것인가?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예금이자 대신 높은 배당금이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자 몇 푼 더 받겠다고 부실 저축은행에 예금해서 홀당 다 빼앗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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