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은 복잡성을 낳는다.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수록 다른 기업들도 단순히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종류의 초경쟁을 '붉은 여왕의 달리기'라 부른다. 이는 루이스 케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을 본뜬 것이다.

진화하는 유기체의 수가 많아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므로 현재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만이라도 점점 더 빠르게 달릴 필요가 있다. 이처럼 여러 개체가 지속적으로 적응하고, 그에 따라 다른 개체들이 대응하는 것을 '공진화共進化'라고 말한다. 공진화는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 때로는 여러 종種이 경쟁을 벌이고, 때로는 서로 협력한다.

독성이 있는 제왕나비는 새들에게 독이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독특한 색상의 무늬를 발달시켰다. 이를 알아본 새들은 그 나비를 피하게 되었다. 한편, 독성이 없는 총독나비는 새들을 피하기 위해 제왕나비의 무늬를 모방하도록 진화했다. 이처럼 적응을 위한 움직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는다.

자연계에서 통하는 것은 기업의 전략에서도 통한다. 유기체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전략 또한 공진화한다. 월마트가 생기면 그 지역사회는 완전 달라진다. 즉 기존의 상점들은 영업방식을 개선하든가 아니면 문을 닫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늘날의 고객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온 가족이 SNS네 가입하여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빋고, 관심사를 공유하며, 새로운 사람과 소통한다. 그래서 사회의 변화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야말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 고객이 모이는 곳이다. 고객과 가까이 지내려면 초연결 기업이 될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우리는 기업을 기계로 여겨왔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운전자나 조작하는 사람에 의해 조종되고, 정비를 하거나 고장시 고쳐야 하며, 수명이 다할 때까지 거의 같은 일을 한다는 것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과학적 관리가 탄생했다. 프레데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는 업무를 차트나 수치의 형태로 규정하고 측정하는 것이다.

과학적 관리는 눈으로 볼 수 있고 기록할 수 있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이 놓친 것이 있다. 성공을 좌우하는 여러 요소 중에는 쉽게 관찰되거나, 계산되거나, 문서화되거나, 측정될 수 없는 것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본디 통제를 거부한다거나, 심리적 보상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무형적 요인들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기업을 기계가 아닌 복잡계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와 관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자는 초연결 기업의 힌트를 도시에서 찾는다. 도시는 기업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기업에 적용되는 직원이 3배 늘어나면 개별생산성은 반으로 줄어든다. '3/2법칙'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는 사람이 늘수록 오히려 생산성도 높아진다.

초연결 기업은 기계가 아닌 유기체처럼 기능하는 복잡적응계다. 이를 설계하려면 기업을 네트워크와 잠재적 네트워크로 이뤄진 복잡한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즉 직원, 협력업체, 고객, 공급업체를 눈과 귀, 두뇌처럼 이용하는 분권화된 유기체로 말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 노드스트롬, 리츠칼튼 같은 서비스업계 리더들은 직원들에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자유를 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직원들은 언제든 즉각적으로 고객의 문제를 처리하고, 고객의 요청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에만 상사에게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리츠칼튼은 투숙객에게 문제가 생기면 누구든 상사의 허락없이 최대 2천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다.

초연결 기업은 어떻게 일을 할까? 기업 내의 작은 파드pod는 상명하달식의 집단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 스스로 학습을 통해 적응해 나간다. 아마존의 팀은 8~1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를 '피자 두 판 팀'이라 부른다. 피자 두 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없다면 팀원이 너무 많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스로 권한을 갖는 팀이라는 개념이다. 열정과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때에 파드는 독창성과 호기심이 제대로 발휘된다. 각종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DVD 및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에선 수십 개 팀이 마치 한 도시의 여러 조직처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우리는 모든 것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세상에 산다. 다른 회사나 네트워크, 플랫폼과 빠르고, 쉽게 연결할수록 더 많은 선택권이 생긴다. 창발創發은 맨 밑바닥에서 조금씩 솟아오르는 질서, 즉 자율 조직이다. 창발적 전략이 성공하려면 실리콘밸리처럼 충분한 자율성과 자유, 시스템 내 공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개미는 새로운 집을 찾아야 할 때면 우선 몇 마리 정찰병이 여러 방향으로 흩어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가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개미들은 의사소통할 수준의 지능도 없다. 어떻게 개미들의 집단이주가 가능할까?  

어느 개미가 적당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거주지로 되돌아와 다른 개미 한 마리를 다시 데리고 간다. 함께 간 개미도 그곳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돌아와 또다시 다른 개미를 데리고 간다. 마찬가지 행태가 반복되다가 새 집에 모여든 개미들의 수가 일정 수를 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집이 새로운 거주지로 정해지게 된다. 개미들은 중앙집권적 결정없이 빠르게 새집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