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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트레이더 리처드 데니스가 양성한 '터틀' 원년 멤버의 한 사람인 커티스 페이스가 <터틀의 방식> 이후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그는 추세나 차트를 분석하기 바쁜 투자의 세계에서 우뇌식 사고방식에 의한 직관의 힘이 먹힐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직관적인 트레이더가 될 수 있도록 우뇌를 훈련시키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다.

그는 포뮬러 원 카레이서, 스카이다이버, 나폴레옹, 제시 리버모어 등을 통해 알게된 지혜를 바탕으로 지적능력과 직관의 힘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최상의 거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직관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직관은 우리의 우측 뇌가 담당하고 있는 영역이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주가 패턴을 이용하는 거래나 방대한 데이터의 처리에는 직관의 힘이 유용하다. 우리의 의식은 약 일곱 개의 정보 덩어리만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의식이 수백만 개의 정보 덩어리에 노출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엄청난 정보량을 감당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휴리스틱스'를 발달시킨다. 지난 20년 동안 심리학자들이 이를 많이 밝혀냈다.

직관은 특정 과제를 이해하고 관련 경험을 쌓으면서 개발되는 것이다. 직관을 발달시켜온 트레이더는 하락세가 임박함을 미리 알아차리고 먼저 시장을 떠난다. 존 템플턴도 2000년초 닷컴주를 대량 공매도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이처럼 직관은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필수적인 자질이다.

"직관적인 사고는 하늘이 주신 신성한 선물이며 합리적 사고는 충실한 하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인을 섬기고 선물은 등한시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아인슈타인>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직관은 실제로 신속한 의사결정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수천 개의 개별 정보를 바탕으로 한꺼번에 여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처럼 신속한 처리는 우뇌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분석, 배열, 구조를 파악하려는 욕구는 모두 좌뇌의 영역이다. 이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렸지만 우뇌는 그 근거를 설명하지 못하므로 이유를 듣고 싶어하는 좌뇌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초보 트레이더의 직감이 틀리는 이유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사고할 때 휴리스틱스(지름길)를 선택하는 특성 때문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이런 특성들이 현대의 트레이더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될 때가 많다. 이렇게 인간의 탄생 때부터 DNA로 물려받은 휴리스틱스를 '인지적 편견'이라 부른다. 이는 트레이더들이 판단할 때 오류를 범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베타랑 트레이더에 의하면, 돈을 벌고 싶다면 다른 트레이더와 행동을 따라 하지 말고 그들의 행동을 이해만 하라고 충고한다. 이들이 돈을 잃는 이유는 '잘못된 뇌를 활용하는 사고' 때문이다. 인간은 위험을 줄이려는 본능이 강하다. 원시 인간은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는 위험을 최소화해야만 했다. 그러나, 거래의 세계에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좋은 트레이더가 될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저장공간을 비축하려고 지름길을 선택한다. 주식 정보는 너무 많고 상당수가 무의미하지만 주식 방송은 매일 그럴듯한 이야기를 내보낸다. 그래서, 우리 뇌의 지각 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려 유익한 정보와 잡음을 구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베테랑은 중요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잡음과 소음은 무시한다.

"시장이 트레이더들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자멸하는 것이다. 많은 트레이더들이 뇌를 버젓이 갖고 있으면서도 가만히 자리를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시 리버모어>

보통의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은 시장의 방향이 자신이 원했던 방향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증거가 있음에도 한번 매수하면 주가가 하락해도 본인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이는 심리적 관성이 마치 무거운 물체가 움직이듯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초보들의 뇌에는 손해를 보는 것은 나쁘고 이익을 내는 것은 좋다는 인식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익이 나는 거래의 수가 많기를 희망한다. 반면, 베테랑은 과거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이익이 날 종목보다는 손실이 적게 날 것 같은 종목을 거래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손실 거래를 일찍 매도하고 이익 거래는 오래 보유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또한, 인간의 뇌는 역경에 맞서 끈기를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트레이더들에게 끈기란 꼭 필요한 소양이다. 그러나, 효과없는 기법에 매달리거나 청산해야 할 포지션을 고집스럽게 보유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이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손실이 커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자위하며 끈질기게 버틴다. 자칫 잘못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우려가 생긴다.

우리의 뇌는 이전에 저장한 데이터보다 최근 것을 더 중시한다. 이를 '최신 편향'이라고 한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오늘의 주가가 매우 높다고 여기고 매수에 나서지 않게 된다. 베테랑은 이런 근거없는 내용에 무게를 두지 않으므로 높아도 매수하고, 낮아도 매도하는 행위에 거리낌이 없다.

인간은 타인의 행동을 본보기 삼아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남들이 음식을 먹고 안전하면 이제사 나도 먹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편승효과'라고 한다. 시장에 많은 참여자가 개입할수록 같은 행동을 보임에 따라 버블이 발생한다. 베테랑은 남들이 한다고 따라 가지 않는다. 이들은 매매에 나설 때 자신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에 쫓기거나 극심한 위험에 처할 경우 직관의 힘이 발휘되는 경험을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이면 의식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행동할지 분석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이 순간에 직관에 의지하면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직감을 발달시키고 올바른 훈련을 통해 거래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스윙 트레이딩은 지적 능력과 직관을 모두 사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리바운드 스윙 트레이딩은 박스장에 적합한 기법이다. 또한, 강세장이나 약세장이 형성되는 시기에 전반적인 추세에 따라 거래할 때도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적인 리바운드 스윙 거래>

거래의 기술은 복잡함이 아닌 단순함에서 나오는 것이며,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혜안에서 비롯된다. 베테랑들은 단순함에 익숙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 거래하면서 원하는 패턴을 인식하도록 우뇌를 훈련하며 시장 정보를 접할 때 큰 그림을 보는 훈련을 한다. 새로운 기술이 수시로 개발되므로 이를 시험해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직관을 활용하더라도 결코 실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직관이 틀렸을 경우엔 좌뇌가 나서서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 주어야 할 것이다. 좌, 우 뇌를 골고루 활용하면 거래를 더욱 간편하게, 더 신속하게, 더욱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만 87세에 '피에타'와 '다비드'상을 조각하고 시스틴 성당의 천정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스케치북 한 쪽에 '안코라 임파로' 즉,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이다'라고 적었다. 거래의 기술이란 이 두 단어로 함축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 <터틀의 방식>에선 거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서적, 심리적 강인함을 꼽았었다. 이번에는 성공적인 거래의 요소로 지적 능력과 직관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재테크, 통찰력으로승부하라, 커티스페이스, 이레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