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가난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위대해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던  넬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려내는 화가가 되는 게 꿈이다.

할아버지는 넬로가 굶지 않고 '나리' 소리를 들으며 작은 땅 뙈기나마 부쳐먹고 사는 게 소원이지만

넬로는 안트베르펜의 성당에 걸려 있는 루벤스의 그림처럼 위대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

내가 유명한 화가가 된다면 사람들도 무시하지 않을거야...

소나무판에 알로아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코지 씨에게 밉보였지만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출 수 없는 넬로는 파트라슈에게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함께 우유 배달을 갈 때도, 일을 마치고 쉴 때도,

조용히 그림을 그릴 때도 항상 옆을 지키는  파트라슈는 

말 못하는 동물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가족 그 이상이다.

파트라슈 역시 매질을 당하고 시궁창에서 물 한 모금 못 먹고 죽어가던 자신을 살려준 할아버지와 넬로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어릴 적 '플랜더스의 개'를 보며 개를 키우고 싶어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표지처럼 행복하게 풀밭을 달리는 파트라슈와 넬로는 어린 내 눈에도 정말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결말이 너무나도 가슴아파서 엉엉 울어버렸던 시간들....

알로아의 아빠 코제 씨가 얼마나 미웠는지 모른다.

모든 걸 다 가졌으면서 어쩜 어린 아이에게 그토록 모질게 굴고 억울한 누명까지 씌울수 있는지.

세상은 여전히 가진 자들의 편이라는 사실에 씁슬해 하면서도 

자신이 방앗간에 불을 놓은 사람이 아니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넬로가 안타깝기만 했다.

 

루벤스의 '십자가에 올려지는 그리스도'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검색하며

굶주림과 추위로 넬로와 파트라슈가 죽어가던 시간 그림 속 그리스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복하던 그 날

차가운 성당 바닥에서 죽어간 넬로와 파트라슈의 모습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넬로가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루벤스의 그림도 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에게만 허락되는 현실을 말해 무엇하랴.

류머티스를 앓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더 이상 넬로에게 우유 배달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없이 오두막에서 떨고 있던 넬로.

뼛속까지 바람이 들고 이가 딱띡 부딪히도록 떨었던 이유가 어디 추위때문이었을까?

마을의 제일 부자인 코제 씨에게 잘 보이기위해 넬로와 파트라슈를 오두막집에서 쫓아내는 주인의 비정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우연히 눈밭에서 주운 코제 씨의 지갑을 돌려주며

마지막으로 파트라슈에게 입을 맞추고 돌아서던 넬로의 발걸음.

파트라슈, 너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사랑받으면서 살아....

 

동물학대, 유기견, 로드킬 같은 기사를 보며 인간이 동물에게 그렇게 잔인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어쩌면 그리 함부로 대하는지...

옮긴이의 말을 빌어 동물들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애완 동물의 차원을 넘어

인생을 함께 한다는 뜻의 '반려 동물'이란 사실에 뜻을 보태고 싶다.

 

<플랜더스의 개>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넬로와 파트라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였다는사실에 위로를 받으며

냉정한 세상에 인간보다 더한 사랑과 의리를 보여준 파트라슈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