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수룩히 털이 난 대머리의 거인아저씨는 그 옛날 우리가 막연히 들어왔던 무섭고 아이들을 싫어하는 거인아저씨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느끼게 해 주네요.인정이 많고 약간은 천진하기까지 한 아저씨에게 한가지 없는 것이 있었지요. 그건 바로 배꼽!

" 엄마는 너와 하나의 줄로 연결되어 있었단다. 그건 말이지 배꼽이 설명해 주고 있지. 이 줄은 너와나를 연결한 사랑의 끈이야" 늘상 딸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오곤 하였기 때문에 하찮아 보이는 이 배꼽이 얼마나 딸아이에겐 소중한 표시가 되는지 잘알고 있어요, 그런 배꼽이 보이지 않으니 딸아이가 의야하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암튼 아저씨 역시(주인공) 자신의 배꼽없음을 늘 아쉬워 하곤 했답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평소 너무너무 좋아하는 귤을 먹다가 " 아저씨, 절 먹지 마세요, 대신 제가 아저씨의 배꼽이 되어드릴께요!" 라는 제안을 받게 되지요.

그 다음장을 보면 정말 웃음이 절로 나는군요. 나뭇가지 위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꼬마 아이들을 초대하여 자신의 귤배꼽을 한껏 자랑하는 아저씨의 모습말이에요.

과일인 귤이 배꼽이 된다는 내용은 정말 아이같은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엉뚱하지만 그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는 참신함말이에요. 그리고 거인아저씨와 아울러 책 후반부에 등장하게 되는 산할아버지의 반전(거인이 발견한 동굴은 바로 산할아버지의 콧구멍이었지요)은 아이들의 상상력이 무한히 커져가는 것과 같은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같은 느낌으로 와 닿았습니다.

거인의 부주의로 배꼽이 되었던 귤이 도망을 가게 되는 우여곡절도 있지만, 결국 떨어진 귤은 귤나무의 귤들을 통해 자신이 죽고 그 씨앗을 통해 다시 나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스스로 거인에게로 다시 돌아와 귤나무가 되어 매일 새로운 귤 배꼽을 선사한다는 내용은 주인공의 시점을 꼭 거인에게만 맞추는 일방향적인 시각에서 등장 인물들 각각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묘미도 지니고 있는 생각할 수 있는 동화라고 느껴지네요. 

지은이가 일본인이긴 하지만 재치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동화이기에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