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당(虛虛堂 -‘비고 빈 집’이라는 뜻)

저자의 이름을 보고 한참을 생각에 빠져들었다.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찾아지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 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깨달음 뒤에 바꿨다는 이름 허허당(虛虛堂).

이름 한번 기막히게 멋지다.

자꾸 채우고 또 채우며 살려고 기를 쓰는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삶이란 비워야 채워진다는 걸 나처럼 채우고 채우다가 더 이상 채워질 공간이 없을 땐 결국 터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어 뭔가를 얘기하는 것만 같다. 나도 불필요한 것들은 내려놓고 살아야겠다.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뜨끔해서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가하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되는 글귀였다. 한국 사람들 성질 급한 건 알아주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긴하다.) ‘빨리 빨리’란 말이 입에 붙어 어디서나 빨리 빨리다. 여유있게 천천히 하면 실수 하지 않을 일도 급하게 서두르다 실수가 빈번한 내 모습이 지금 딱 헐떡이는 그 모습인 것 같다.

 

  

 

‘쉬어가라’는 위 글에 대한 답변인 것 같다.

지금 하지 않으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일들이 더 많다는 걸 알면서 왜 자꾸 바삐 서두르며 살고 있는지 그저 바쁘게만 사는 나에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인생 뭐 그리 바쁘겠는가 쉬엄 쉬엄 하면 될 것을 조금 더 여유를 갖는다고 당장 큰 일 나지 않는다고 조언해주는 것 같다.

   

    

 

책 속에 글을을 읽고 있으면 내가 깊은 산속 암자에서 밤과 새벽을 맞이하는 듯한 자연인이 된 듯하다. 꽃이며, 새들이며, 모기까지도 벗삼은 듯 재미나고 때론 순수하게 묘사되어 허허당님의 글들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그의 그림에는 수많은 사람이나 수많은 새들, 수많은 단풍잎들이 등장한다. 어떻게 저런 그림을 그렸을까? 보통의 정성으로 그리기 힘들었을거라는 생각된다. 그래서 시를 쓰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이나 죽었다 태어난다고 표현을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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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길 마주치는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여기저기 빵빵대는 자동차들 뿌연 미세먼지나 황사 속에 살고 있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람이 그의 삶과 글과 그림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잠시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