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처음 맞는 생일날 도리야마 도시하루는 아내 미유키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그는 조명이 나간 거실과 열일곱 개의 촛불, 그리고 아내의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그건 분명 아내의 시체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목소리는 다름아닌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아내 미유키였다. 곧이어 형사라고 밝힌 두 남자로부터 심문을 받고 그들의 추격과 위협을 피해 도망을 치면서 한 여기자의 도움으로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과 그에 대한 기억(이름도, 아내도, 직장도)이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접했던 미스터리 소설들이 처음엔 조금은 잔잔히 시작하다가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가미해가며 전개되었다면 [무명인]은 첫장부터 집에 있는 아내의 시체 그리고 시체가 된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어이없는 약간의 모순적인 반전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나만의 기억을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바꿔 살아갈수 있다는 작가의 설정이 흥미로운 것 같다. 만약에 내가 [무명인] 주인공처럼 내 것이 아닌 다른이의 기억을 내 것처럼 이식당해 살고 있었다면 그리고 나중에 이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이런 질문을 수차례 던졌다. 아마도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정상적으로 살아가긴 힘들지도 모르겠다.

 

구멍 뚫린 자신의 진짜 기억을 찾아가는 한 남자를 쫓다보면 어느새 내가 주인공인양 흠뻑 빠져서 읽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과학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내 흥미진진한 [무명인]이 김효진과 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됐다고 하는데 영화로도 꼭 한번 보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