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을 누비며 당당했던 이유

 

벼르던 차에 영화 ''빈집''을 봤다. 이승연, 재희 두 배우가 클로즈업된 영화다. 대사도 거의 없는 이영화가 오히려 낯선 이방인들에게 어필되어 베니스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당당히 누빔으로써 김기덕 감독에게 따라붙는 볼멘 평가나 정통성 여부를 논란의 소지로 삼는 껄끄러운 국내 평론을 단숨에 잠재우는 듯 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김기덕표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그의 영화가 지극히 영화적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메시지를 던져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기분의 묘한 ''전이''다.
그만의 메시지 전달방식은 참 강하고 독특한 것같다. 수많은 수식어보다 그의 삶이나 그의 영화자체가 더 다채롭다.
비디오용이라고 폄하되어도 그의 영화는 여는 영화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혹은 오락적 만만함으로 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홍 상수감독의 영화를 보면, 후미진 골목길에서 마주하는 낯익은 얼굴을 담은 삽화를 보고있는 느낌이라면 김기덕감독의 것은 툭 도드라진 입체무늬가 새겨진 강렬한 색채의 잡지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의 여타 영화작품에 비해 다소 평범해보이기까지한 ''빈집''. 다른 감독의 영화같다. 차라리, 이미숙과 이정재 주연의 정사를 만든 김재용감독꺼 같은 느낌. 가녀린 영혼들의 일탈을 담은 휴식같은 영화.  재희가 기억에 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