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하나 훔쳐먹고 신원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감옥생활을 하게 되는 지독하게 재수없는 인간 무석(차승원)과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프로포즈를 하는 순간 경찰에게 연행되어서 감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사나이 재필(설경구)는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있는 것도 모른체 탈옥을 감행합니다. 이렇게 불쌍한 쌈마이들이 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요? 감옥에 들어올 때부터 이들이 이런 운명이 이미 결정되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김상진,박정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늘 한결 같습니다. 이것은 단점일 될 수도 있지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만큼 다른 빛깔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들의 솜씨는 타의 주총을 불허합니다. 하지만 대중이 원하는 코드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그것을 집중공략해 내는 그들도 이번만큼의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상진의 영화인지,박정우의 영화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이 영화는 다소 산만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웃음의 생명력은 사라져가고,이 모든 상황을 매듭짓기 위해서 그들이 보여준 히든카드는 예전에 비해서 다소 힘이 약합니다 . 물론 [광복절 특사]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조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맛깔스러움 그 자체이지만 이 영화에는 캐릭터만 있고 아쉽게도 스토리는 없습니다.

현실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사건들이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웃음의 파장력은 상당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 설정들이 갈수록 자기복제를 반복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서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루해지기는 하나 그건 별로 문제 삼을 만할 부분이 되지 못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언제나 보는 이들을 빠져들게 할만큼 마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재수없는 일은 없겠지만 관객들은 그들의 그런 상황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결코 코미디 강박증에 걸린 영화들처럼 이래도 안 웃을래 하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웃음을 터져나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지요. 웃음의 타이밍을 정확히 집어낼줄 알고 그것을 정확하게 공략해내는 그들의 장기는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됩니다(하지만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해요. 이쯤에서 끝냈으면 좋겠는데.. 또 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만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