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전투적인 자세로 이름이 드높은 감독이죠. 최근에 [텐 미니츠 트럼펫]에서 ‘우리는 도둑맞았다.’라는 단편을 보고 오랜만에 장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스파이크 리와 에드워드 노튼. 왜 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무의식중에 뭔가 매치가 안 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무엇보다 포스터가 영 별로라서 영화 볼 맛이 안 났지만 에드워드 노튼을 워낙 좋아해서 보러 갔었죠. 몬티는 내일이면 마약사범으로 수감되어 7년 형을 살아야합니다. 뉴욕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그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애인과 함께 하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군요. 불안함, 회한, 절망, 불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문득 뒤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눈앞에 상황에만 집착하고 조금만 더~라면서 미루곤 하죠. 그 모습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멀리 보지 못하고 그 작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겁니다. 몬티가 처음 마약을 팔았던 것도 아버지가 처한 당장의 어려움을 구하려던 것이고, 아버지는 그 점 때문에 아들이 마약을 파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고, 프랭크와 제이콥도 친구가 저러다 말겠지~라는 마음에 말릴 생각을 못했습니다. 내추렐도 참견하면 화를 내는 몬티에게 더 이상 잔소리를 하기 싫었던 거구요. 몬티의 죄는 어디까지나 몬티 자신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 방관한 주변 사람들 역시 결코 무죄라고 할 수 없는 거죠.

에드워드 노튼... 그가 그려낸 몬티는 최근에 본 출연작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런 성격의 마약상이라니 너무 심약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한 캐릭터의 마약상이 절대 아니거든요. 그러나 뒤로 갈수록 그가 왜 지금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나 괴로워하는 건지 알게 되면서 서서히 그가 그려낸 몬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몬티를 둘러싼 인물들을 연기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배리 페퍼, 브라이언 콕스의 연기가 참 좋았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반엔 몬티의 갈등의 중요한 축의 하나였던 내추렐의 캐릭터가 뒤로 갈수록 힘을 잃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