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의 단편영화 '불꽃놀이 아래서 볼까? 옆에서 볼까?'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같은 학교 친구들이 불꽃놀이를 아래서 보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토론하고 각자 실제 불꽃놀이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던 뭐, 그런 내용의 영화였던 것 같다.
정말 오래전에, 거의 20년 전에 본 것 같은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것은 신영복 선생의 저서 '강의' 때문이었다.

'나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주역부터 백가쟁명 시대 주요 사상들에 대한 해설을 담은 이 책을 보다 뜬금없이 이와이 슌지의 단편영화가 떠오른 것은 바로 신영복 선생이 논어를 강의한 부분을 읽으면서였다. 선생은 논어를 인간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논어에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란 글귀가 있습니다."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입니다. 덕성德性이 곧 인성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를 인간관계라는 관계성의 실체로 보는 것이지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인간입니다. 이 사회성이 바로 인성의 중심 내용이 되는 것이지요.」

선생의 글을 읽고 나니 문득 나는 어떤 관점으로 논어를 읽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나는 논어를 어디서 바라보려고 했던 것인가? 아이들이 불꽃놀이를 아래서 볼지 옆에서 볼지 고민했던 것처럼 나는 논어를 아래서 보려고 했었던가, 옆에서 보려고 했었던가.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멍하니 하늘을 수놓은 불꽃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가치관이라 부른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규정짓는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누군인지 알려주는 열쇠. 신영복 선생은 나에게 그 부분을 깨우쳐 주셨다. 그동안 전혀 의식하지 못 했던 관점의 문제. 바로 불꽃놀이를 아래서 볼지 옆에서 볼지에 대한 문제.

논어를 읽으며 썼던 글들과 흥미를 느꼈던 지점들을 찾아보며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