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안네를 안네의 일기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베르테 메이에르는 베르겐 벨젠 수용소에서 안네와 같은 막사에서 지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안네의 일기와는 관계가 없지만 참혹한 전쟁과 죽음의 공포에서 살아남은 소녀가 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상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말하는 베르테의 삶을 뭐라고 이야기 하면 좋을까.

전쟁이 끝나고 나서 고아원에서 생활하면서 전쟁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누구와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수용소의 가스실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죽었지만 수용소에는 온갖 질병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은 저절로 죽어나갔다.

시체들 속에서 살아남은 수용소 생활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기 충분했다.  들끓는 이 때문에 머리는 빡빡 깍아야했고, 옷도 입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평생을 과호흡 증후군을 가지고 살아야했고, 기차를 타면 수용소로 향하던 그 때의 그 기억이 평생을 공포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병에 대해서 적은 부분이 있다.  온갖 병을 다 가지고 있고 하루에 먹는 약만 두 페이지 가량이 나열되어 있을 정도이니 전쟁이 그녀를 얼마나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망가뜨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영화나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평생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이렇게 읽어 본 것은 처음이다.

전쟁이 끝난것이 60년이 지났지만 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안네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남겼을까?  그 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축복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더한 고통속에서 살아온 것일까.

직접 겪어보지 않고 그 고통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부터 갑자기 숨어지내야하고 또 배고픔과 질병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야 했고 그 곳에서 부모와 이별을 해야했던 어린 소녀의 고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전쟁이란 것이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무섭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평생을 사는 동안 고통을 준다는 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그녀의 삶에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