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은 조선시대 세종의 며느리인 순빈의 이야기이다.

순빈이라함은 이름이 아니라 품계인데 알려진 이름이 없고 죽어서 얻은 시호도 없기 때문에 한 때 지녔던 품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여자들의 삶이란 그야말로 오아시스없는 사막을 걷는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막에는 오아시스가 있기에 뜨거운 태양과 살인적인 더위를 견디고 지나갈 수 있지만 조선 시대 여인들의 구슬프고 한서린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이 아리다.

작가는 봉빈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호칭하여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자신을 낮추고 지아비만을 섬기며 살아가고 싶지만 그녀에게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지아비에게는 이미 많은 여인네들이 있으며 권승휘라는 여인이 먼저 임신을 하게 됨으로써 불안감에 휩싸이고 초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급기야 상상임신까지 하고 마는데 극진한 대접을 받던 중이라 밝히기가 두려워진다.

결국 유산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유산 사실이 거짓임이 드러나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아예 거짓인 양 믿음을 잃게 된다.

점점 더 쓸쓸하고 외로워지는 그녀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게 되는데

그러는 동안 세자와의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된다.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사이에는 머나먼 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조선시대 여자들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그리고 왕실여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묻어나서 안타까웠다.

사랑을 향한 갈구가 깊어갈수록 고통도 이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외로운 그녀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단절된 곳

권력의 상징이며 세상과는 따로 떨어진 곳 궁궐에서의 삶은 철저한 고독이자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무서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특히 궁궐 안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속 편할일은 없는 것 같다.

 

봉빈은 그런 시대에서 이토록 어려운 사랑을 하니 그것을 단지 동성애라고 일축해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녀는 폐쇄된 공간 궁궐에서 소통할 사람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진정한 벗이 여자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의 일을 마치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느낌으로 그려내보이는 작가의 위대한 힘에 놀라움과 빼어난 심리묘사와 사건 전개에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된 소설 ' 채홍'

봉빈도 지금쯤 어느 세상에 태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