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접할 때 온전히 객관적인 사실과 대면하기 힘들다. 때론 역사를 평가하는 시점, 혹은 역사가에 따라 하나의 역사적 진실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라 하기는 힘들다. 역사는 이미 흘러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 속에 있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주객관적 사실들을 종합하여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고찰해볼 수는 있다. 그래서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경덕출판사, 2008)을 만났을 때 그 패배자들에게 씌워졌던 굴레를 벗기고, 감춰진 진실들을 알 수 있기를 기대했다.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은 조선 역사에서 패배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그 업적은 승자들보다도 위대했던 인물들에 관한 책이다. 조선 혁명의 일등공신인 정도전에서부터 풍운의 혁명가 조광조, 폭군으로만 알고 있던 광해군, 사육신, 의적으로 이름을 날렸던 임꺽정, 장길산 등 이름만으로도 익히 알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의 일대기와 주요 사건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게 전개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한 권의 역사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소설을 보듯 사건을 떠올릴 수 있다. 책의 저자가 소설가인 이유도 크게 한몫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의 제목처럼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에는 어떠한 사람들이 있는지 개괄하기 쉽다.

특히, 첫 번째 장에 등장하는 조선의 혁명가들을 읽을 때에는 긴박감이 넘친다. 등장인물들이 패배하는 긴박한 역사적 순간들을 전반부에 배치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이후 그의 일대기와 역사적 상황들을 함께 설명한다. 정도전, 조광조, 광해군의 삶은 혁명적이었던 만큼 그 지위와 권세를 잃는 순간이 드라마틱하다. 또한 이 책에는 수양대군에 의해 승자로서의 지위가 좌절된 인물들이 많다는 점 또한 이채롭다. 수양대군으로 인해 훌륭한 인물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음은 여전히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모두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이었는지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특히 의적 3인방은 행적 위주의 소개로 인해 신화와 같은 분위기만 물씬 풍긴다. 이러한 느낌이 강하게 남은 건 아마도 책의 전반적인 구성이 소설적인 형식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소설적 이야기 전개로 독자들의 흥미는 유발하였으나 역사성은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것이기에 기록에 충실하여 객관적인 근거들을 위주로 패배자들의 면모를 보다 자세히 살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에서 어떠한 인물들이 역사에서 소외되었는지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그들의 행적을 돌아보고 역사적인 가치판단을 해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군데군데 매끄럽지 못한 문장들은 다시 한 번 다듬어야 할 듯하다.

by 꽃다지, 2008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