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에는 여러 권의 자기계발서 들을 읽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비슷하고 반복되는 내용의 자기계발서 들에 싫증이 났다. 특히 일본 번역서의 자기계발서와 국내 유명 저자들의 자기계발서는 되도록이면 읽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는 좀 달랐다. 각 분야 전문가에 의해 쓰인 자기계발서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학술적이거나 철학적이었다. 최소한 무언가 하나는 남길 수 있었고, 내 생활을 좀 고쳐보겠다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시크릿>, <마지막 강의>를 출판한 살림출판사의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살림, 2009년)가 바로 그 책이다. <시크릿>이나 <마지막 강의>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도대체 어떠한 부분들이 독자를 사로잡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가 무엇으로 독자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책은 번역서가 아니다. 그간 보아온 경제·경영·성공학 분야의 저자가 아니라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가 쓴 책이다. 그래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기대도 컸다.

책은 기대 이상으로 새로움을 주었다. 소설을 읽듯 거침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초로 캅베드를 전해받은 아리의 성공담이 화자의 이야기 속에 액자 형식으로 포함되어 현재와 과거를 잇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리의 성공담은 역사와 실존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흥미를 더하며 세계 경제사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여 신뢰를 준다. 팩트(인물, 경제적 사건)와 픽션(아리)이 절묘하게 구성되어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독자에게 가르치려 하지 않음으로써 주제를 확실히 부각시키고 있다. 대개의 책들이 많은 것을 독자에게 알리려 한다. 그래서 내용들이 매우 인위적이고 억지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최소한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각인될 수 있도록 한다. “더 많이 공경할수록 더 많은 수확을 얻는다.”(47쪽)는 철학이다. 이는 자기계발을 위한 지침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철학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다. ‘공경’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그리고 점차 세부적으로 핵심 내용을 전달함으로써 한 가지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경의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경하는 대상의 말을 잘 듣는 것이다. 둘째는 공경하는 대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셋째는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55쪽)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가 이야기하는 아리의 일생은 어쩌면 허황되게 들리지도 모른다. ‘공경’이라는 내용 하나만으로 기적을 이룰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상황과 시간과 조건 모두가 맞아야 한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가 아리처럼 될 수도 없고, 아리처럼 될 필요도 없다. 아리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척도도 아니다. 이 책에서도 그를 따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공경’의 마음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아리처럼 거부가 되지 않더라도 명예롭거나, 친구를 더 많이 두거나, 지혜롭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책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결정적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아리의 부정적인 모습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자의 아들이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 비유되었던 이유도 생각해야 한다. 부를 사회에 환원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의 철학이 마지막까지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이유이다.

by 꽃다지, 2009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