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넘나드는 미국 등의 첩보영화들을 보면서 놀라운 정보수집력과 다재다능함에 놀라게 된다. 제임스 본드 같은 이들만 몇 명 있어도 상대를 농락시키기는 아주 쉽지 않겠는가? 첩보원은 비단 오늘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암행어사 같은 이들이 첩보원의 역할을 했다. 암행어사 정도는 그나마 양반 축에 속한다. 속칭 킬러라는 이들이 등장하면 그 정도는 무지막지할 정도로 살벌해진다. 일본은 닌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그러한 역할을 했다. 닌자의 손에 죽어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임진왜란을 생각할 때 쉽게 조총을 든 일본군사만을 떠올리지만, 닌자 또한 활약했으리라는 짐작을 감히 해볼 수 있다. 중차대한 전쟁에 어찌 최정예 특수요원들이 뒷짐만 지고 있었겠는가. 과거나 현재나 상대방에 대한 정보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전쟁을 치렀을 리는 만무하다. 박은우의 <달과 그림자>(우원북스, 2010년)는 이러한 소재를 소설 전면에 등장시킨다. 지금까지의 소설 들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닌자는 왜 잠입했는가? 어떠한 목적으로? 작가는 국내 주요인사에 대한 암살이 목적인 것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를? 바로 일본 침략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이순신이다.

때는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러 고착 상태에 빠진 시기. 역시 일본에 대한 첩보활동을 수행하던 비밀 낭청 장호준은 어느 날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병사들의 수군거림을 듣는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일본이 중대한 임무를 띤 난자를 잠입시켰음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적진으로 뛰어드는 등 뛰어난 무예와 놀라운 첩보 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간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하되 전면전이 아닌 전쟁의 이면에서 진행된 첩보전을 중심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안개 속에 싸인 베일처럼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닌자의 정체는 점점 드러나게 되고, 장호준이 맞는 극한 비극의 상황으로 사건이 종결되려는 찰나 놀라운 반전이 펼쳐진다. 닌자와 비밀 낭청 장호준의 숨막히는 첩보 대결을 보며 임진왜란을 다른 눈으로 한번 돌아 보시길...

by 꽃다지, 201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