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수채화 빛깔을 닮았다. 선홍빛의 지붕들과 하얀 구름이 가득한 하늘, 파란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 한 폭의 멋진 풍경을 수채화 풍으로 표현해 내었나 싶었더니 그게 아니다. 풍경이 그대로 그림이 되었다. 수채화 물감이 번지듯 풍경이 번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도 번져가고 있었다.

 

누구나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서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붓을 들면 그림이 되고, 바라만 봐도 순수가 느껴지는 곳. 삶이 풍경 속에 빠지고, 풍경이 곧 삶 자체인…. 그 속에서 행복은 자연히 스며들리라. “당신에게도 당신의 등을 떠미는 한 장의 사진이 있는가?”라고 당당히 묻는 저자는 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크로아티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그 풍경을 못 잊어 다시 크로아티아를 찾았다.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가치창조, 2009년)는 크로아티아에 대한 저자의 순수한 감정이 잘 묻어나는 여행 에세이집이다. 가슴에 담은 크로아티아의 풍경을 쉽사리 꺼내기 어려웠을 텐데, 그 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었을 텐데, 저자는 아드리아해를 따라 이어진 크로아티아의 길고 긴 육로의 발자취를 그려내었다. 자연의 빛을 닮은 풍경과 멋진 정취를 자아내는 건물들, 천연의 원시림을 간직한 플리트비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림과 사진으로도 이러할 진데, 실제로 보는 풍경은 얼마나 더할까.

 

사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은 미적인 기준에서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삶과 역사와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공존’의 개념으로 받아들였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과거와 현재,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인간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공생의 시공간. 공존의 철학을 우리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무조건 새것만이 좋은 것인 양 때려 엎고, 편의를 위해 자연을 마구 파헤치는 삶의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리트비체의 원시림에서 호흡하고,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

 

by 꽃다지, 2009년 8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