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역사책은 처음이다. 많은 역사책들이 이렇게 쓰인다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싹쓸이 하지 않을까. 심각하고 복잡다단한 김대중, 김영삼 양김의 이야기를 정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었을텐데 굉장한 인기몰이를 하며 블로그에 연재하였다고 한다. 정사와 야사를 적절히 혼합하여 읽는 재미를 늘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야사라고 해서 아주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거란 오해는 하지 않아도 좋다. 며칠 전 노태우가 김영삼에게 비자금 3,000억 원을 건넸다고 폭로하지 않았나. 이 책에서는 이미 철지난 이야기다.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왕의서재, 2011)을 읽다보면 푹푹 찌는 더위도 잊게 되리라.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김대중과 김영삼의 관계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조명한다. 이승만 정부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으로 끝을 맺는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빼면 한국 현대사는 논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숨막히게 전개된다. 김대중 자서전을 통해서도 느낀 바지만 김대중, 김영삼은 역시 대단한 인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훗날 김영삼의 3당 합당으로 역사는 다시 거꾸로 돌아갔지만, 민주화 투쟁의 공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놀라우리만치 팩트에 가까운 야사다. 젊은 사람이 우째 그리 숨겨진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지 깜짝 놀랄 정도다. 대개 역사책을 읽다보면 팩트를 기반으로 하여 정설을 다루기 때문에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보여줄 중요한 단서들이 생략되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부분을 아주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가령 한일협정을 설명하면서 파고드는 일본 세력과의 관계 지형도는 왜 한일협정이 그리 굴욕적으로 체결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역사의 고비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인과관계들이 역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하나는 글이 아주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블로그 게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역사에 무관심한 이들조차도 빠져들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하고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괄호를 넣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다른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라면 그 사람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흐름을 놓칠 수가 없다. 게다가 종종 구어체 문장으로 직접 인용을 해줌으로써 머리에 각인을 시킨다. 김대중은 전라도 사투리로, 김영삼은 경상도 사투리로 묘사함으로써 말할 당시의 정황을 생생하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싶다거나 도대체 김대중과 김영삼이 어떤 라이벌 관계였는지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번쯤 제대로된 역사책을 읽어야 노태우의 김영삼 비자금 3,000억 원 같은 발언에 놀라지 않고 수긍할 수 있지 않겠는가.

 

by 꽃다지, 201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