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예술로서 좋아하기는 평범한 일반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왠지 전공자라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조금이라도 아는 게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가까이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예술을 멀리 하기가 십상이다. 먹고 살기가 힘든 시절에는 특히나 더 그랬다. 요즘에야 전반적으로 먹고사는 것이 풍족해져 그나마 일반인들도 관심만 있으면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가서 감상도 하고 CD나 MP3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일을 해야 했기에 혹은 그런 생활을 할 줄 몰랐기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권위적인 분위기가 많이 완화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젠체하는 이들이 많았다. 말들도 어려웠다. 온갖 전문용어를 갖다 붙이며 해설을 해 대는데 어떤 사람이 가까이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한 분위기가 완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화된 탓도 있지만 전공자들이 일반인들과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말도 알아듣기 쉽게 순화하고 이야기 형식으로 듣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미술사가 정석범은 한 술 더 떠 미술작품을 어린 시절의 추억과 교차시켜 버렸다. 흘러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떠오른 흐뭇한 미소로 유명 작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버지의 정원>(루비박스, 2010년)은 저자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쓴 그림 에세이집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명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그림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림도 사실 따지고 보면 삶의 한 단면이나 풍경들이다. 따라서 그림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고, 웃음과 눈물이 있다. 누구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림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뜻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림에 가까이 가기까지가 어렵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는다.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다. 그 공감의 의식 속에서 자연히 그림의 세계로 인도된다.

이 책은 그림(미술작품)에 대해 멀게만 느꼈던, 혹은 가까이 가고 싶은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의 추억을 따라 그림을 감상하며 쉽게 동화될 것이다.

by 꽃다지, 201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