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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버리는 것은 학대나 다름 없다.

TV 동물농장에서 종종 다루었던 유기견 문제를 보면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버릴 거면 키우지 말고, 키울 거면 사지말고 입양해라." 더구나 7년 동안 정든 강아지를 이사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보냈던 기억이 있는 나에게 <72시간>은 참 각별한 책이었다. 나는 옛날부터 다음 세 가지 경우는 사람으로 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첫째가 아동을 학대하는 놈, 둘째가 동물을 학대하는 놈, 셋째가 노인을 공경할 줄 모르는 놈이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존재인 아이들을 학대하고,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고, 웃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인간들은 상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동물을 학대하는 놈들은 철저한 못난이들이다. 언젠가 내가 동물 학대하는 인간들에 대해서 거침없는 욕설을 쏟아 내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물었다. "그래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으냐?"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개를 학대하는 것은 개고기를 먹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문화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물론,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욕하지도 않는다. 소나 돼지를 먹는 것처럼 개를 먹는 것은 하나의 식문화일 뿐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누군가는 소를 가까이 두고 좋아하여 소고기를 먹지 않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대상이 돼지나 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를 학대하는 것은 개를 화풀이의 대상으로 이용하거나 가학적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나아가 개를 버리는 행위 또한 학대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평생 주인을 따르던 개를 길거리에 버리는 짓은 소극적 학대로 봐도 무방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가스실

미국식 애견문화를 받아들인 우리로서는 미국에도 유기견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다는 사실이 왠지 낯설게만 느껴진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항상 미국인과 개는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72시간>의 저자는 책의 대부분을 미국의 유기견 처리(?) 시스템과 그 폐해에 대한 내용으로 할애하는데, 그 실상은 참으로 잔인하고 참담하다. 대부분의 유기견들이 수용되는 동물보호소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의 70~90%의 개, 고양이들이 안락사를 당했고, 안락사의 과정마저 눈 뜨고 보기 힘들만큼 잔인하다. 특히, 가스실을 사용하는 동물보호소도 있다는 사실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더 화가 난 것은 시민들이 내는 세금의 대부분이 유기견들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일보다 그들의 신속한 안락사에 쓰여진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입양한 '블루'라는 귀엽고 예쁜 강아지의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 속에서 유기견들의 참담한 실상을 접하게 된 킴의 이야기는 사실 별로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러한 실상을 목격했다면, 누구라도 킴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중성화수술

저자인 킴은 유기견들의 참담한 실상을 접한 후, 그들을 구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한다. 그러다 결국 유기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중성화 수술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동물들에게 행하는 중성화수술이 비인간적이며 잔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 없이는 유기견들이 고통속에 안락사 당하는 현실을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중성화 수술에 드는 비용은 고작 20달러인데도 불구하고, 일년에 두번씩 총 10마리 가량의 새끼들을 동물보호소 입구에 내려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결국 그 강아지들의 70~90%는 며칠안에 가스실에서 죽거나, 심장꼬챙이(심장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해 안락사 시키는 방법)로 죽는다. 얼마 전부터 서울시에서 유기견들에 한해 무료로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버려지는 개들이 줄어 들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형편에 따라 2세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개나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72시간>을 읽으면서, 예전에 길렀던 강아지가 자꾸 생각나서 굉장히 힘들었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씨 따뜻한 주인에게 보냈지만, 항상 잘 지내고 있을까, 이제 나이가 15살은 됐을텐데 아프지는 않을까, 죽은 건 아닐까, 자신을 떠난 주인을 원망하며 그리워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너무 미안했다. 고작, 이사하는 집이 너무 좁고 마당이 없다는 이유로, 개를 싫어하는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함께 했던 그녀를 보내버렸다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

아쉬운 점, 분명 사진 자료가 절실히 필요한 책인데. 단 한 장의 사진도 없다. 화보집으로 출판해도 모자랄 내용인데, 표지에 등장하는 블루의 사진이 유일하다니. 그리고 오타가 많다. 번역상의 실수는 아닌 것 같은데, 눈에 띄는 것만 서너 개는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