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일방일(拈一放一),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라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 듣기에는 간단한 말이지만, 실천하기에 가장 힘든 말이 아닐까. 우리는 항상 하나보다 둘, 둘보다는 셋을 원하며 살지 않는가. 재물을 가진 자는 재물을 이용하여 권력을 얻으려 하고, 권력이 있는 자는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재물을 얻으려 하고, 권력과 재물을 갖춘 자는 명예마저 얻으려 하니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참으로 공평하다고 하는데, 살다 보면 부당하고 억울한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나는 하나도 가지지 못했는데, 누구는 열, 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선묵혜자 스님의 잠언들을 읽다보니, 사실 열, 백으로 보이는 것들은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하나도 가지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열을 가져도 백을 가져도 또 다른 열과 백을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입 안에 든 도끼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입 속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그 도끼를 함부로 휘두르는 것과 같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현명한 사람은 말을 아낀다.' - 본문 101쪽 인용

 선묵혜자 스님의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은 말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말'이라고 한다. 부모에게서, 애인에게서, 친구에게서 들은 도끼의 날과 같은 시퍼런 말 한 마디는 평생을 두고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또 아무 생각 없이 툭 튀어나온 말 한 마디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악화되는 경우도 많이 겪을 수 있다. 말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사는 나로서는 참으로 가슴 깊이 간직해야할 잠언이라 생각한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고 아끼자.

 

나는 누구의 소유인가

 '구걸을 하던 거지에게 한 푼이 생겼습니다. 한 푼으로 끼니를 때운 거지는 열 푼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부자의 자비로 열 푼을 얻게 된 거지는 따뜻한 솜옷을 장만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백 푼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명예와 권력, 재물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이상한 놈입니다. 내가 그것들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것들이 나를 소유한 것입니다.' - 본문 67쪽 인용

 무엇인가에 얽매여 산다는 것. 그런 삶만큼 불행한 삶이 또 있을까. 만약 재물에 권력에 또는 명예에 사로잡혀 그것들로만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인생은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까. 욕심이 끝이 없는 것인데, 그것의 시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스님의 말씀 중 인내해야 할 것이라면 아예 그런 것을 만들지 말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 말씀은 현명하기 그지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물로 인해 나의 삶이 재물의 종이 된다면 과감히 재물을 버려야 할 것이고, 명예와 권력을 쫒는데 급급하여 진정한 나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명예와 권력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내게 쉬운 일을 경계하라

 '악한 일은 자신을 위태롭게 하지만 그 일은 저지르기가 쉽고, 선한 일은 자신을 평안하게 하지만 그 일은 행하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악한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어야 합니다. 시시각각 자신을 돌아보고 매일매일 참회해야 합니다.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늘 부지런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 깨달음의 길에 다가가야 하고 타인을 아끼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게 쉬운 일이라면 일단 경계하세요. 내게 어려운 일이라며녀 지금 당장 하세요.' - 본문 178-179쪽 인용

 스님의 말씀은 마치 부드러운 송곳과 같아서 편안한 말씀 중에 송곳과 같은 날카로움이 있다. 나는 항상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거뜬히 해내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나와는 맞지 않다고 여기며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고, 새로운 시도나 도전은 없었다.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앞으로는 내게 쉬운 일은 경계하고, 어려운 일은 시도해보자. 선한 일로 나를 평안하게 하고, 매일을 부지런하게 살자.

 

비움, 놓음, 낮춤, 그리고 인연에 대한 따뜻한 인생 잠언

 스님의 말씀으로 많은 반성과 다짐을 하게 되었다. 편안하게 읽으면서 나와 나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