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한 번 손에 잡은 후 끝까지 달려보는 책은 오래간만이다.

 

식도락 클럽이랄 수 있는 '비프스튜 클럽'.

한 번 만찬이 끝나면 회원 중 한 명이 죽는다.

자신의 차례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식탐.

갖가지 프랑스 요리와 버무려진 욕망.

모든 욕망은 죽음을 향한 욕망으로 통한다.

 

 

* 에피파니 : epiphany.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 속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 혹은 통찰을 뜻하는 말. 원래 'epiphany'는 그리스어로 '귀한 것이 나타난다'는 뜻이며, 기독교에서는 신의 존재가 현세에 드러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 [네이버 지식백과] 현현 [Epiphany]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1.30, 국학자료원)

 

35쪽.

필록테테스 : Philoctetes, 그리스 신화의 영웅. 유명한 궁수로 트로이 원정 도중 독사에 물린 상처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무인도로 보내버린다. 그는 십 년이나 섬에 머무르지만 상처는 낫지 않았다. 그 뒤 그리스군은 한 예언가에게 트로이를 정복하려면 필록테테스와 그의 활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강한 악취에도 불구하고 그를 다시 맞아들인다

 

 

41쪽.

“이 세상에 날복어의 맛에 비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복어를 먹을 때의 쾌감은 까딱하면 죽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몇 배로 커지죠. 어느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몇 초 사이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복어의 풍미를 높이는 겁니다.”

 

43쪽.

‘모든 욕망은 죽음을 향한 욕망으로 통한다.’

 

55쪽.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자기기만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거지.”

 

70쪽.

프랑스에서는 ‘포도주 빠진 식사는 태양 없는 낮과 같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포도주가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로 통하는데, 이런 포도주 사랑 덕분에 미국인들에 비해 2배나 많은 지방을 섭취하지만 심장병을 비롯한 동맥질환 환자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프렌츠 패러독스 french paradox’라는 우스갯소리도 생겨나게 되었다.

 

91쪽.

우리가 맛있게 먹은 트뤼플은 이름 모를 암퇘지들이 찾아낸 좌절한 사랑의 산물인 셈이었다. 라모스에 따르면 모든 식도락은 성욕과 한통속이다. 우리는 먹기 위해 식물이나 동물의 성장과정을 중단시키고 먹는 기쁨을 통해 자신의 관능과 비뚤어진 성욕을 해소한다.

 

109쪽.

게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분명 음식에 대한 미감을 상승시켰다. (중략) 나는 라모스의 이론이 떠올랐다. 죽기 전 마지막 만찬 때 라모스는, 우리의 못된 세포에는 자신의 죽음을 예측할 수 있는 사형수를 부러워하는 감정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164쪽.

모든 여자는 유대 기독교와 그리스라는 두 가지 다른 가지에서 나온다. 유대 기독교 가지에서 나온 여성은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를 가지고 만든 이브의 후예들로, 남자를 섬기고 유혹하며 남자와 함께 타락하고 파멸한다. 그리스 가지에서 나온 여인들은 제우스가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아테네의 후예로, 그런 여자들은 자기가 신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에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이 남자의 본성이라든지 남자의 천벌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