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껍질까지 모두 먹는 게 바로 마크로비오틱이다. 그러니까 자연을 통째로 먹는거다.

'마크로비오틱 밥상'이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의 차례에 실린 음식 이름을 쭉 살펴보다가

너무 웰빙이려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더러,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재료가 들어있는 음식들이 눈에 띄기도 하고,

게다가 디저트로 무말랭이차라는 게 실려있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해서 마음을 살폿 접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크로비오틱 아이 밥상'을 알게 되었다. 아이 밥상이라면 왠지 먹을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그렇게 덥썩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는 없지만, 아이도 아니지만 입맛만큼은 아이에 못지않다고 자신하고 있으니까,

아이스러운 입맛에 딱맞는 레시피로 만든 음식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씩씩하게 첫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조금 좌절했었던 것 같다. '이럴수가'라는 말을 했었던 것도 같다.

사진으로 담긴 음식은 맛있어 보였고, 레시피도 복잡하지 않았다. 책만 놓고보자면 꽤 괜찮은 요리책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식품을 금기시하고 있었다. 

달걀, 우유, 요거트, 마요네즈 그리고 고기...이 모든 것의 대체 식품을 좌르륵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까끌까끌 현미밥을 지어먹고, 밀고기를 만들어 먹으라고 한다. 밀고기라니..

어린 시절 이건 분명 사기라고 생각했던 그 식품인데다가, 차라리 고기를 안먹고 만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속아서 한번 먹어본 뒤로 지금까지 한번도 먹지 않았던 그 식품을 여기에서 만나다니.

콩으로 만든 소시지, 햄을 먹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고 그냥 햄 먹어야지 했었던 경험이

있어서 밀고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재빨리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밀고기가 레시피에 자주 사용되지 않아서 안도했다.

달걀과 우유 없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완전식품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기보다는...

그냥 맛있어서 좋아한다. 달걀이 없다면 토스트도 만들 수 없고, 튀김도 만들 수 없고, 오무라이스도 만들 수 없으며,

빵이나 쿠키도 만들기 힘들다. 우유를 먹을 수 없다면 고소한 밀크티와 카페오레도 없고,

빵이나 쿠키도 멀어지고, 크림 파스타도 안된다. 우유가 안되면 생크림과 치즈도 아웃인가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코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음식들이 만들어진다. 튀김도 하고, 오믈렛도 만들고, 스콘이나 쿠키도 구워낸다.

밀크티와 코코아는 못 만들었지만 과일과 두유로 맛을 낸 음료는 만들 수 있었고, 멋지게 도시락도 쌀 수 있었다.

그리고 제법 맛있어 보이는 음식도 있어서, 포스트잇으로 표시도 해두었다. 하나씩 해먹어으며 평가를 해봐야 겠다.

여기에 있는 레시피들은 거의 채식을 위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현미밥을 강조한 건강식이기도 하고.

채식을 하고 있고, 영양적으로 균형잡히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레시피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분명히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당장 채식으로 전환하지도 못할 것 같고, 우유도 계란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요네즈도 안녕이라 말하기에 아쉽다.

하지만 반찬 중에 하나씩, 일주일에 두번이나 세 번 정도는 실제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껍질과 뿌리까지 먹는 자연식을 말이다.

우선 이 책에 있는 몇 가지 음식을 해먹어야 겠다. 그리고나서 확장버전인 '마크로비오틱 밥상'에도 도전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