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정말 고무신 보기가 힘들다.

고무신을 신을 일도 없지만 예전에 시장에 가면 보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못 본것같다.

어릴 때 시골 할머니집에 가서 보면 마당이나 툇마루 아래 있는 고무신이 있었다. 할머니는 외출 후에는 그 고무신을 깨끗이 씻어 세워놓기도 하였으며 물만 잠깐 빠지면 이내 신기도 하였다. 고무신은 그 질김이 정말 고무같아서 절대 떨어지는 법이 없다. 비가 와도 괜찮다. 그러니 요모조모 쓰임새가 좋고, 질기니 오랫동안 신는 신발이다.

예전에는 살기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으니 이렇게 질긴 신발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이 신발이 신발로서만의 기능만 가진 것은 아니다.

고무신만으로도 할 수 있는 놀이가 너무 많다.

일단 고무신을 신고 냇가에 가면 잡은 물고기를 담아놓을 수 있다. 그 냄새나는 신발에 담겨진 물고기가 제대로 살리는 없지만 그래도 담아놓는다. 그러다 그것도 시큰둥하면 고무신 뒤를 젖히면 멋진 모양이 나온다. 그것으로 비행기 놀이도 하고 뱃놀이도 한다. 기차도 되고 자동차도 된다. 실컷 놀다가 다시 제 모양으로 만들어놓으면 된다. 그러면 신발의 원래 역할을 한다.

아이들에게 운동화보다, 예쁜 구두보다 더 한 재미를 주는 신발이 바로 고무신이다.

옛날에는 모든 것이 귀하였기 때문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놀이를 만들어야 하는 때였다. 부족한대로 놀이를 즐길 수 있었는 그 때는 신발도 제 역할을 한다.

고무신을 흔히 볼 수 없는 요즘, 그 고무신에 담긴 기억을 되새겨주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