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집이 사실 드물기도 하다. 그러기에 할아버지와 관계에 있어서 조금은 서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책을 읽다보면 아이와 할아버지가 정말 마음을 이해하고 나누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가 ‘낚시’이다.
이 낚시를 매개체로 삼은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낚시는 보통 세월을 낚는다는 표현을 한다. 물에 던져진 낚싯대를 무심히 바라보며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을 사실 무심한 시간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제각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나름대로 짐작해 뿐이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담겨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도, 또는 털어버리기도 할 것이다.

할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이 그림책의 특징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를 물처럼 부드럽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물이라는 것이 주는 의미 중의 하나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시간의 흐름이기도 하다. 이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는 호숫가에서
할아버지가 손녀와 함께 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할아버지는 좋은 시간이다.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손녀에게 할아버지의 친구를 소개하고 싶어 한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낚시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 그림책을 다 보과 나서 생긴 의문은 그 친구가 누구인지 결코 수면위로 떠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알 수 있다.
그가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아도 선명하게 보이는 할아버지의 낚시친구이다. 대단한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할아버지의 섬세한 마음만 읽으면 곧 알 수 있는 할아버지의 낚시친구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도 있다. 그 메시지를 읽게 된다면 ‘관계’가 주는 소중함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다.
이 그림책은 예전과는 달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지 않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