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하다 : 걱정스럽거나 언짫은 일로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괴롭다.
야속하다 : 쌀쌀맞게 행동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다.

아이가 내 마음과 달리, 마음대로 행동 할 때 화가나는게 아니라 속상한거였고
시댁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있을 때,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고 TV만 보는 건 화가 나는게 아니라 야속한거였다.

한동안 나는, 감정을 좋고 나쁨 두 개로만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뭔가 내 마음에 안들면 기분이 나쁘고 짜증이 났으며 화가 올라왔다. 좋은 감정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내 감정을 제대로 모르니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벗고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와 갔았다. 뭔가 희끄무레한 세상이 펼쳐졌고, 자세히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건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는 거였다.

아이를 낳고 그 감정은 더 커졌다. 과연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그 걱정은 심각한 산후우울증을 불렀다. 내 감정을 더 가두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당연한' 것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표현을 보고 배운다. 저럴 때는 기뻐하고, 저럴 때 화내는구나.
나쁜 감정을 화로 표현하는 걸 배웠다면 아이도 화를 많이 낼 것이다. 기질은 타고 나는 거지만 감정을 읽고 배운다.

내 감정을 읽다는다는 건 뭘까.

엄마도 실수 할 수 있다. 아이도 엄마말을 잊어버릴 수 있다.
나는 언제나 바르게 살아한다는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억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누구나 틀릴 수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억압한다.

"너는 감정 기복이 심해."
자주 들었던 말이다. 그리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감정이 앞서면 안돼.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성에 비해 감성은 구박받는 감정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이성이 감성을 앞서는 거라 학습하게 되었다. 그래서 감성은 이성 뒤에 숨어버렸다.

내 감정을 읽는다는 건 숨겨야만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느끼는 것 모두를 온전히 그대로 꺼내놓는거다. 그 감정들을 꼭 타인이 알아줄 필요는 없다. 내가 내 감정을 알아주면 되니까.

학교 상담 때 선생님이 그러셨다.
"아이 말에 귀기울여주세요. 뭘 느끼는지 들어주세요."
상담이 끝나고 돌아서 나오는데 감정포스터가 보였다. 수많은 감정들이 표정과 함께 포스터에 나와있었다. 아이들은 '감정'을 학교에서, 생활 속에서 배우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집 안에서보다 학교에서 아이가 먼저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감정에 있어서는 아이가 나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