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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도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죄수A가 죄수B를 죽이고 탈옥한것이죠. 특이한 것은 시체 얼굴과 손가락에 황산을 뿌려 완전 뭉그러뜨려놔서 신원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시체 옆에는 'B는 죽어도 마땅하다 -A-' 라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 한장이 있습니다. 때마침 A도 사라졌고 교도소의 방충망이 찟긴것을 보아 탈옥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럼 A가 B를 죽이고 탈옥한것이 당연해보이지만 시체의 신원 파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걸립니다. 수사에 나선 이들은 이점에 주목해서 마침내 죽은건 A고 도망친게 B라는, 즉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꼈다는 점을 밝혀냅니다. 즉각 B를 찾아나서지만 B의 집을 찾아가보니 B는 이미 예전부터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되죠. 아니 그럼 여태껏 B로 알고 왔던 이는 대체 누구?? 알고보니 교도소로 수감될때부터 용의자가 B로 위장했던것이죠. 신분을 바꿔가면서까지 교도소로 들어온점, 교도소에서 구할 수 없는 황산을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 등 정황상 용의자는 살인을 목적으로 일부로 수감된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대체 왜 그는 자신이 신분을 바꿔가며 수감되면서까지 교도소에서 사람을 죽여야만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탈옥한것일까요?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극찬했다는 문구덕분에 처음 들어보는 작가/작품임데도 나름 기대를 갖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기대를 충족시키듯 앞부분의 전개.. 정말로 흥미진진합니다. 범인은 살인 후 피해자를 신분미상으로 만들어버리고 탈옥, 범행 동기 및 귀신같은 탈옥 솜씨에 어떤 트릭이 숨겨져 있는지 정말로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살인은 무려 밀실살인. 엄청난 흡입력입니다. 게다가 작가의 필력도 준수합니다. 정말로 명작하나 나오나 싶었습니다...만 -_- 중반부터 여러 인물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사건이 필요이상으로 복잡해집니다. 서서히 앞부분의 몰입감이 식어가는 시점이지만 아직까진 괜찮습니다. 제가 정말로 아쉽게 느낀건 앞부분에서 흥미롭게 느꼈던 범행 동기와 트릭이 기대이하라는 점입니다.

일단 범행동기. 상대를 죽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만 굳이 신분을 바꿔 교도소에 수감되가면서까지 살인을 저지를 필요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너무나 무리한 설정이에요. 차라리 제가 작가라면 죽이고 싶은 상대가 교도소에 있는데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되고 병으로 편하게 죽는건 너한테 사치니 내손으로 죽여주마.. 라는 마음으로 범인이 수감을 자처하면서까지 살인을 저지르는 편이 더 낫지않나 싶어요(순전히 제 생각임). 아무튼 범인은 참으로 인생피곤하게 사네요; 이건 뭐 <십각관의 살인>에서 범인이 하루에 한번씩 육지와 배를 왔다갔다거리며 노가다 뛰는것보다 더해보입니다. 그래도 십각관 범인의 타겟은 여러명이었지만, 이 작품의 범인이 노리는건 오직 단 한사람 뿐입니다. 둘다 노가다성 범행의 극치지만 효율성면에서는 십각관이 한 수 위네요.

그리고 범행 트릭..후....-_-

아무리 비교적 널럴한 교도소였다고는 하지만 교도관 코스프레라니... 게다가 제집 드나들듯 유유히 탈출하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경계. 진정 교도소 맞나요? 읽으면서 솔직히 첨엔 열받았습니다. 독자를 뭘로 보고 이런 김전일에도 안나올법한 트릭을 구사하는지 말이죠. 지금은 생각할수록 웃기네요. 교도관 코스프레라니 ㅋㅋ

아무튼;; 뒷부분이 상당히 악평같은데 지적한 부분을 빼놓고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들이 더욱 아쉽게 와닿는것 같아요. 초반부 멋진 설정을 끝까지 설득력 있게 이어갔다면 정말로 멋진 작품 한편 나올뻔했는데 말이죠. 아.. 그리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데 나름 놀랐습니다. 섬뜩하기도 하고. 괜찮은 마무리였어요.